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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Dec 08. 2021

여자 풋살 도전기 5

다섯 번째 클래스: 유쾌함을 잃지 않기

우리 반은 구성원들이 다양하다.

12월이 되니 나간 사람들과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반에서 운동하는 느낌이다.

오늘 새로온 신규 회원은 아주 앳된 얼굴을 하신 분이었다.

작은 대화를 나누다가 체육 교사가 꿈이시라길래 '얼마 전에 임용 보셨겠네요.' 했더니

'아니요, 수능 봤어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다. 그분은 이제 막 수능을 본 열아홉살 여성분이었던 것이다.

앗, 죄송해요! 보통 저녁반은 직장인들이 많으셔서 학생이신줄 몰랐어요. 하고 재빠르게 사과했다.


지난 주에는 레슨이 없어서 한 주를 쉬었는데

한 주를 쉬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니 고작 한 번 쉬었을 뿐인데도 몸이 너무 힘들었다.

호흡도 빨리 떨어지고 온몸이 비를 맞은듯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제일 마음 편하게 운동한 날이었다.

이유는 아마 우리 반 구성원들의 유쾌함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여자들은 참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들이다.

어딜가든 혼자 있는 사람을 잘 내버려두지 않고 누구와도 금방 대화를 시작한다.

오늘은 축구공의 감을 느끼는 feeling 동작을 몇 개 배웠는데

시범 동작을 관찰하다가 얼이 제대로 빠져버려서 허망한 눈빛으로 옆을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분도 같은 눈빛으로 헤매다 허공에서 두 시선이 마주쳤을 때의 그 위안이란.

눈빛으로 '저거 사람이 할 수 있는 동작인 거예요?'라고 물으신다.


오늘은 재미있는 회원분들이 많으셨던 건지, 서로가 조금 편해진 건지

서로 대화나 농담도 많이 나눠가면서 풋살을 했다.

경기중 운동복 허벅지가 터져버린 회원님이 계셨는데 ㅠㅠ

걱정해주는 회원들에게 바닥에서 구른 적도 없는데 혼자 찢어져있다며 아주 어이없어 하셨다.

다른 분과 충돌했을 때도 헐리웃 액션으로 반칙을 어필하며 재치있게 상황을 끌고 가시는 것을 보고

저런 분이 한 사람만 있어도 분위기가 따뜻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몸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유쾌해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힘든 상황에서는 유쾌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가.

연말이라 업무량이 많다는 핑계로 썩은 표정을 장착한 채 키보드를 우다다 눌러대는 나의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웃음이 주는 힘을 생각했을 때,

아무리 바빠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도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 학원 차 안에서 코치님에게

풋살하는 화요일이 다가오면 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요. 하고 얘기했더니 푸흡하고 웃으신다.

(흑흑 운동하기 시러)

옆에서 신입 막내가 묻는다. 언니도 일주일에 두 번 나오시나요?


일주일에 기분은 한 번만 안 좋아야죠.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족합니다.

문을 닫고 얼른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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