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아이들 하교, 하원 시간에 맞추어 학교나 유치원 앞에서 내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들을 볼 수 있다. 거의 매일 마주치는 학부모들은 첫 만남이 어색하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옴을 겪는다. 어쩌다 시작된 두 사람의 작은 만남은 어느새 몸집이 커져 한 무리의 "엄마 집단"을 이룬다.
"아~ oo이 어머님 이시구나~ 안녕하세요!"
"그럼 또 뵐게요."
뛰어나오는 아이를 교문에서 맞이하는 나에게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해 온다. 뻘쭘하게 서있던 나는 내 아이의 친구 엄마라는 이유로 한 순간 긴장감을 풀었다. 미소와 친절함 가득하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리 편하지만도 않은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만남은 아주 가볍게. 누군가의 엄마임을 확인하는 인사와 또 만나자는 인사로.
'다행이다, 나도 주변에 아는 엄마가 생겼네.'
집으로 돌아오는 나에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좋은 사람일까?' 하는 이기적인 못 미더움도 생겨났다. 관계란 중요하고도 꽤나 어려운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도 한 동네에서 마주할 학부모들과 괜한 일로 불편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누군가를 알게 된 이상,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아이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있잖아, oo 이는 어떤 친구야? 같이 놀면 재밌어? 어때?"
"응, 좋아."
아마도 아이에게서 특별한 대답을 얻기란 힘들 듯싶다. 내가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 괜한 질문을 해 대는 꼴이다. 내 아이가 좋다고 해서 그 친구가 좋은 아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설사 그 친구가 좋은 아이라고 해도 그 부모에 대해 단숨에 알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 나 자신도 좋은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 누군가를 알려고 하는 내 모습도 모순 덩어리였다.
그 날 이후,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던 적적함은 사라졌다. 내가 바랐던 것인지 아닌지, 내 옆에는 어제부터 인사하고 말을 튼 내 아이 친구의 엄마가 함께였다.
난 과연 이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