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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Jan 25. 2023

테일러링의 새 얼굴들 2/2

By Derek Guy of Die Workwear

이번 포스트는 Die Workwear의 Derek Guy가 작성한 The New Faces of Tailoring의 번역본이다.


https://dieworkwear.com/2022/05/26/the-new-faces-of-tailoring/

이 살티 이탈리아니(I Sarti Italiani)- 합리적인 가격의 시칠리안 테일러링


테일러링의 세계에는 전설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 내용은 대강 이렇다. 오래전, 세계는 순수하고 무결했다. 테일러들은 로컬 고객들을 위해 손으로 재봉한 옷을 만들어냈고, 때론 대를 거쳐 한 가문의 여러 남자들의 옷을 제작했다. 그러나 19세기, 사악한 기성복 산업이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품질은 추락했고, 사이즈는 규격화됐으며, 몸에 맞는 옷은 자취를 감추었다. 100년 후 메이드-투-메져는 둘 사이 중간의 타협점을 사람들에게 제시했다. 우리가 MTM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종종 우디 앨런의 1973년 영화 슬리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로봇 테일러들이 커다란 소음을 내는 양복 제작 기계의 스위치를 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형편없는 핏에다, 소매가 지나치게 긴 수트가 반대쪽으로 튀어나오고, 고객은 그것을 받아 가는 것이다. 실상이 그렇게 명확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다수의 테일러링 회사들의 운영 방식은 핸드메이드 비스포크의 절대적 이상과 기계식 제작의 MTM 사이 어딘가에 해당된다. 


I Sarti Italiani는 전술한 내용의 멋진 예시다. 그들은 내 친구 Peter Zottolo가 6년 전 그의 아내 안젤라와 시칠리아로 떠난 휴가에서 발견한 업체다. 피터는 이 휴가 중 그들 외에도 몇몇 다른 테일러들을 방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스포크 장인들이 그렇듯 그들은 작업 방식을 바꾸는 일을 거부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품질 좋은 수트를 제작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하우스 스타일은 극단적으로 슬림한 과거의 그것으로 굳어져 있었어요.” 피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서 반영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완성품에는 이야기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반면 이 사르티 이탈리아니의 젊은 간판 살바토레 이오코는 변화에 의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 사르티 이탈리아니(I Sarti Italiani)는 시칠리아의 수도 팔레르모에 쇼룸을, 근교 작은 도시 몬텔레프레에 작은 공장을 두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옷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하우스다. 그들은 비스포크, MTM을 비롯해, 비접착 또는 접착, 수제작, 또는 머신-메이드 옷도 만들 수 있다. 이 회사의 주된 수입원은 결혼식, 또는 교회 의식에 입고 갈 한 두 벌의  적당한 가격의 수트를 필요로 하는 현지 시칠리아인들을 위한 MTM 수트다. 그들의 하우스 스타일은 이탈리아인들이 La Moda(패션/유행)라고 일컫는 것으로, 재킷은 짧고 슬림하며, 고지가 높게 재단된다. 이러한 재킷은 슬림한 플랫-프런트 사양에 레이스-업 구두 위에 가까스로 떨어지는  바지와 함께 입을 수 있도록 재단된다. 피터는 그에게 조금 더 ‘캐리 그랜트’와 같은 수트를 원한다고 주문했다. “완벽하게 캐리 그랜트 같은 수트라기 보다는 그쪽에 가까운 수트를 말했죠.”


테일러링 하우스가 이러한 충고를 받아들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테일러에게서 옷을 주문한 경험이 많은 남성들은 “하우스 스타일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종종 반복한다. 테일러의 하우스 스타일은 그의 표식과도 같은 것이다. 수년간 같은 손으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함으로써 탄생한 것이다. 확실한 하우스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테일러를 선택하는 일은 완성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예상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동시에 기성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옷을 구현 가능케 한다. 일반적으로 확실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장인들은 그들의 공예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장인인 경우가 많다. 그 어떤 스타일의 수트라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은 그 무엇도 제대로 제작할 줄 모르는 경우가 다수다(마찬가지로 스스로가 디자이너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고객의 경우, 그의 역량은 더더욱 형편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하우스 스타일에 따라 테일러를 선택하고 그것으로부터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주문할 수 있는 것은 미세한 수정으로 국한된다 – 예를 들면 미세하게 짧은 기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요리사에게 음식을 너무 맵지 않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영국 테일러에게서 이탈리안 스타일의 재킷을 주문한다면 당신은 낙심할 각오를 해야만 한다. 드물게 성공의 전례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테일러의 하우스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바꾸어내는 과정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려는 의욕이 있는 테일러와 매번 점차적으로 재단 방식을 바꿔가며 새로운 스타일이 완성될 때까지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수트를 주문해 줄 고객을 필요로 한다. 단번에 극단적으로 테일러의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이전 주문한 제품을 바탕으로 하나 혹은 두 가지 정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우리는 피터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러한 과정이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주문들 중 하나는 블루 색상의 트위드 스포츠 코트였다. 그것은 슬림하고 짧다(접착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몇 번의 오더 이후 피터는 코듀로이 수트를 주문했는데, 가슴에는 볼륨감이 있지만 여전히 어깨는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이 옷은 비접착 방식으로 제작됐다). 여러 벌의 오더를 거쳐 미세하게 넓혀진 어깨(익스텐디드 숄더)와 볼륨감 있는 가슴, 여유 있는 소매 너비의 새로운 하우스 스타일이 탄생하게 됐다. 피터는 살바토레를 설득해 내부 심지 역시 바이어스(사선)로 재단하게 했다. 이것은 영국의 테일러가 드레이프 컷 재킷을 재단할 때 활용하는 기술을 모방한 것이다. 이 재단 방식은 가슴에 약간의 곡선을 가미해 준다.  



만약 살바토레가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테일러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변화는 가능하지 않았을 테다. 난 같은 시기 그 진행 과정을 지켜봤고, 결과물에 감탄했다. 몇 년 전 그들(I Sarti Italiani)에게서 코튼 수트를 한 벌 주문할 정도로 믿음을 갖게 됐다. 이 수트는 내게 있어선 그저 편하게 걸치는 수트(knockabout suit)다. 그저 입는 일을 부담 없이 즐긴다. 몇 달마다 다려야 하는 수고가 필요 없는 수트다. 피터의 조언 덕분에 그들은 더 폭넓은 고객층에게 잘 어울리는 동시에 착용감이 편안한 새로운 하우스 스타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들의 테일러링은 운동으로 단련된 몸을 갖지 못한 고객에게도 역삼각형 모양의 남자다운 실루엣을 입혀 주고 있다. 

가장 큰 이점은 가격이다. 이 살티 이탈리아니의 수트의 가격은 미국 고객들이 다른 업체에 일반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의 1/3 정도다. 이러한 가격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비스포크 테일러링의 정점에 해당하는 최고 기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비스포크 수트의 패턴은 재단사가 백지에서부터 손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드래프팅 공식을 활용하거나 프리핸드(Rock of Eye라 불리는 테크닉을 가리킨다)로 그려내게 된다. 그 후 긴 솔기들만이 기계로 재봉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손으로 완성된다: 소매와 칼라를 달고, 버튼홀을 만들고, 가슴과 라펠 내부 심지에 들어가는 패드 스티칭 과정들이 이에 속한다(모두 손바느질로 완성된다). 패드 스티칭은 테일러가 여러 겹의 옷감(또는 옷감과 심지)을 짧은 땀의 바느질로 능숙하게 집어내는 과정이다. 부분 부분을 느슨하게 하거나 장력을 가하여 평면의 원단에 입체적인 형태를 부여하게 된다. 패드 스티칭은 가슴과 라펠에 형태를 부여하여 재킷이 셔츠처럼 힘없이 늘어져 보이는 일을 방지한다. 비스포크 테일러링은 테일러링의 공예에 있어서 최고급 상품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제작은 반드시 손으로 완성돼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많은 수의 비스포크 테일러들은 이러한 최고 수준의 기준을 그들의 수트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역주: 곧이어 방송된 팟캐스트에서 데릭 가이는 이 사르티 이탈리아니의 미국 트렁크쇼에서 재킷 한 벌의 가격이 1100달러 정도였다고 말했다. 난 지난여름 팔레르모에서 직접 살바토레에게서 가격에 대해 문의를 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시칠리아에서 주문할 경우에도 그 가격은 1100유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원단을 직접 가지고 올 경우에 한하는데, 문의한 결과 그가 슬쩍 보여준 드라퍼스, 폭스 브라더스 원단의 추가 금액 역시 합리적인 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탈리안 스타일 수미주라 수트 자체를 구매하기 어려운 미국에서, I Sarti Italiani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일 듯하다.) 



새빌로의 가장 저명한 하우스의 공방에서도 미리 완성된(pre-made) 블록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블록 패턴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그것을 손으로 수정한다는 이유를 대면서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폭넓은 종류의 주문 수트에서 블록 패턴의 결함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테일러가 그가 제작하는 코트를 기계로 패드 스티치 하는 경우 역시 오늘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의 수트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비스포크 테일러링 하우스인 A. Careceni의 수트다. 그 만듦새(finishing)는 탁월하다. 버튼홀, 픽 스티칭, besom pockets with mezzaluna tacks, 곡선의 바르께따 주머니 모두가 정교하게 손으로 재봉됐다. 남성복 작가들은 이와 같은 수작업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역주: 최근 멘즈웨어 블로거/인플루언서들의 새빌로와 이탈리아의 빅-하우스들에 대한 혹평은 도드라진다. 이어 방송된 팟캐스트에서 데릭은 만듦새나 핏에 있어서 빅하우스들이 되려 최호준, 프랭크 니두와 같은 작은 공방의 테일러들에 비해 가격만 높을 뿐 그 품질은 확연히 떨어지며, 특히 새빌로 유명 하우스들의 운영 방식은 이제 대형 패션 브랜드의 그것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디테일은 눈에 띄는 요소들이다. 동시에 기성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벤치-메이드 테일러링과 전시대적 장인 정신에 대한 자부심을 설명한다. 그러나 수트를 해부해 볼 경우 – 일반 손님 중에 이러한 시도를 할 이는 없을 것- 옷의 ‘보닛(hood)’ 아래를 들여다보게 된다. 당신은 거기서 아마 머신-패딩 스티치를 발견할 것이다. 이 수트의 경우 라펠이 기계로 스티치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스티치가 모두 직선을 따라 줄을 서 있고, 손바느질 패드 스티칭의 표식과 같은 헤링본 모양이 아닌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수트의 경우 라펠을 가로질러 부착된 접착물도 보인다. 


살티 이탈리아니 역시 벤치-테일러링과 기계식 생산 방식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그들은 MTM에서 주로 사용하는 CAD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패턴을 제작한다. 동시에 그들은 세 번의 가봉 과정을 거친다. 이는 보통 비스포크에서 사용하는 방식(세 차례의 가봉)이다. 이러한 방식은 고지의 높이와 같은 작은 디테일을 수정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또한 최대 네 겹에 달하는 내부 심지(체스트 피스를 포함한)를 기계로 꿰매 접합시킨다. 내부 구성물은 우선 재킷의 겉옷감과 기계를 통해서 부착되고, 가봉 후 뜯어낸 다음, 다시 손으로 재봉된다(이 과정은 “Ripped and smoothed”라 불린다, 새빌로의 테일러 리처드 앤더슨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패드 스티칭을 손으로 하는 것과 기계로 하는 것 사이에 분별 가능한 차이가 존재하는가의 여부는 테일러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고객으로서 중요한 것은 오직 완성된 옷이 마음에 드는 지의 여부다. I Sarti Italiani는 핸드-메이드 비스포크의 정점과 기계 제작 MTM 사이 존재하는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가능성을 대표하는 하우스다. 그들은 벤치-테일러링과 양산-생산 시스템의 접합을 통해 맞춤-테일러링을 더 접근이 쉬운 가격대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은 내게 있어서 주문 과정에서 더 실험적인 선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 예시로, 더 비싼 가격의 비스포크 하우스에서라면 나는 코튼 소재 수트를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전술한 코튼 수트를 주문한 이후로 나는 그들에게서 추가로 네 벌의 수트의 선금을 지불했다: 싱글브레스트 탠 색상 브러시-코튼 수트, 더블브레스트 초콜릿 색상 리넨 수트, 더블브레스트 올리브 가버딘 수트, 싱글브레스트 월넛 색상 카발리 트윌 수트들이다. 낮은 가격을 통해 I Sarti Italiani는 나로 하여금 다시금 이 취미가 정말 즐거웠던, 여러 가지 종류의 옷을 실험해 보던 시절로 다시 되돌려 보내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Pfg4-g7GAo&embeds_euri=https%3A%2F%2Fdieworkwear.com%2F&source_ve_path=MjM4NTE&feature=emb_title

코수케 코미노토:문제아 테일러(The Rebel Tailor) 


토미너터와 에드워드 섹스턴이 1969년 Nutters of Savile Row를 열었을 때, 그들은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메이페어의 전통으로부터 수트를 해방시켰다. 이 시점까지 일반적인 수트는 밋밋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옷 아래 자리한 남자의 몸이 시선을 받지 못하도록 디자인된 것이었다”. 셔터가 쳐진 창문과 닫힌 문이 새빌로 하우스들의 내부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던 경관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토미 너터는- 보수적인 이웃들의 경악을 무릅쓰고- 거리를 향해 열린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함으로써 행인들을 유혹했다. 이러한 시도는 그간의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그는 새로운 에드워드식(new-Edwardian) 현란함과 전통적 장인정신을 접합시켰다. 그의 수트는 청춘의 환상, 반항, 화려함으로 가득했고, 그들의 옷은 당시 문화를 주도하던 이들과 그 추종자들을 가게로 유혹하고 있었다. 제한적이지만 어떤 면에서 코수케 쿠니모토는 새로운 토미 너터와도 같다. 그는 현재 수수께끼와 같은, 의문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존재다. 남성복 업계의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남성복 잡지 레이크 재팬의 편집팀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해독이 불가능한 외관을 하고 있는 그의 웹사이트 역시 특이하다. 1990년도의 한 특이 취향의 10대 청소년이 만든 것만 같은 실험적 웹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이퍼링크가 여기저기 흩뿌려진 이미지와 끝없이 돌아가는 촌스러운 3D 그래픽 뒤에 숨겨져 있다. 쿠니모토-상의 웹사이트에는 오직 디지털 썸프린트와 그의 이메일로 가는 링크(대부분 답이 없다), 1970년대의 먼지 쌓인 잡지 속에 묻혀버린 빛바랜 광고와 같은 사진들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인지도가 없고 인터뷰도 잘 응하지 않는 그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쿠니모토상은 마치 Nutters of Saivle Row처럼 그의 경쟁 테일러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몇 달 전, 나는 이 포스트를 위해서 몇몇 재단사에게 질문을 보냈다. 그중 한 명은 포스트에 쿠니모토상이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사양의 뜻을 밝혔다. 그는 그의 이름이 쿠니모토 옆에 놓이는 것을 원치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그의 작품들이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냉정하게 한 마디를 보탰다. 


이와 같은 반응은 그에 대한 보수적인 테일러와 고객들의 일반적인 견해를 반영한다. 만약 점잖은 수트를 원한다면 그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 쿠니모토는 비즈니스 세계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성공의 꿈을 위한 비즈니스 수트를 만드는 테일러가 아니다. 그는 떠오르는 스타들을 위한 연예 업계용 옷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비와 차콜 그레이와 같은 절제된 색상의 안전한 수트 대신 라벤더와 베밀리온의 과감한 옷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Jay De la Cueva와 Enrique Bunbury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작년의 소울 트레인 어워드 쇼에는 레온 브리지스가 파이핑(검은색)이 가미된 검은색 벨벳 수트를 입고 참석했다. 브리지스는 쿠니모토의 특수 한정 제작된 검은색 가죽 코트(다섯 벌 중 하나)를 소장하고 있다. 더블 스티치 모서리와 세 개의 패치 포켓 구성으로 이루어진 코트다. 몇 년 전, 션 레논은 마크 론슨을 쿠니모토의 테일러링 업체인 매종 랑스에 소개했다. 그 후로 론슨은 일본에서 각종 맞춤복을 주문했다. 그중에는 그의 결혼 예복, 나이트클럽 수트들, 체크의 선이 피크 라펠의 모서리를 따라가도록 세심하게 제작된 브라운 글렌 체크 더블브레스트 수트가 포함돼 있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일은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옷 입기를 순수한 미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경험이 미숙한 이들이 놓치는(전체적으로 점잖은 착장에 보라색 신발을 신는 것과 같은 기믹스러운 시도를 하는) 점이다. 너터와 쿠니모토의 파격적인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전통 영국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일관성 있는 전체적 스타일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수트와 스포츠 코트는 본래 승마용으로 고안된 영국식 해킹 재킷의 비율을 과장시킨 형태를 띠고 있다. 


그들의 심지-보형물이 다분히 들어간(full-bodied) 재킷은 길고 곡선적인 실루엣을 택하며, 말안장 위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알맞은 넓은 스커트(재킷 하단) 구성을 보여준다. 너터와 쿠니모토는 이 실루엣에 형태와 곡선을 입힌 것이다. 허리를 조이고, 라펠은 슬리브헤드에 닿을 듯하게 넓혔다. 결과물은 야하지만 샤프한 화려함이다. 동시에 그것은 여전히 문화적 기호로서 해석이 가능한 수준의 것이다.


내가 쿠니모토에 대해 존경하는 점 중 하나는 그의 작품이 여러 경향/유행/스타일의 교차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세인트 마틴 졸업생인 그의 작품들에서는 패션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색은 톰 포드가 이끌던 시기 구찌의 그것과 유사하다. 동시에 그는 전통 테일러링에 대한 이해를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 또한 그는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는 테일러다. 그는 문화적 운동을 이끌어가는 이들을 적이 아닌 동지로 여기고 있다. 1996년 그가 아트 스쿨을 졸업했을 당시 그가 처음 자비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200년 산 프린트 코튼과 실내 장식용 100년 산 독일산 벨벳 등의 앤티크 원단으로 24켤레의 과감한 디자인의 비틀 부츠를 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서 면식이 전혀 없는 빈센트 갈로에게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부츠들의 사진과 함께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기꺼이 제가 의상을 제작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은 글을 첨부하여 연락을 했다. 이 요행수는 먹혀들었고, 그는 현재 뮤지션, 예술가, 영화계의 인물들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쿠니모토는 과거 아방가르드 테일러링의 매력을 그의 의상에 접합시키고 있다. 과감한 시도를 향한 의지, 전통의 진지한 답습, 독특한 스타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문화적 운동의 창시자/개혁가들에 관한 관심 등이 그것이다.  


만약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독자라면, Taillour와 사르토리아 살라비앙카는 현재 뉴욕에서 트렁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I Sarti Italiani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고 있다. 추가로 나는 Blamo! 와 함께 진행할 팟캐스트 시리즈에서 다른 옷에 관련된 정보와 함께 이 새로운 테일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새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두 달에 한 번씩 업로드될 예정이다. 블라모의 패트리온 구독자들은 모두 청취할 수 있으며, 가입비는 한 달에 5달러에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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