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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모지민 Feb 04. 2023

끼뮤즈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 혹은 그녀들

1. Annie lennox


eurythmics의 sweet dreams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짧은 머리 중성적 비주얼과 마성의 보이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고흑 한 눈빛

애니 레녹스(Annie lennox)는 내가 드렉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일등공신으로,

그만큼 아티스틱한 얼굴을 여태껏 본 적이 없다.

why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드랙이 되고 예술이 된 기분이다.

앨범 <Diva>(1999)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꼭 감상하기 바란다.

곡마다 변화무쌍한 연기로 그녀 존재 자체가 예술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천작이다

내가 그를 왜 사랑하는지,

왜 그가 되고 싶어 하는지.

영상을 맞닥뜨리는 순간 당신마저도 애니 레녹스를 곧바로 추앙하게 될 것이다.


2. Kate bush

프로그레시브 팝 신의 여제이자 조상님 격인 케이트 부시(Kate Bush).

‘Sat in your lap’은

그의 1982년 작 <THE DREAMING>(1982)의 첫 번째 타이틀 곡이다.

매우 추상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곡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난해하고 독특하다 못해 추악함과 괴기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꼭 내 발로 디뎌서 도전하고 싶은 세계이기도 하다

1993년 통산 7번째 앨범 red shoes

영화 분홍신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동명 타이틀곡 red shoes는

우리에겐 크라잉 게임의 킬러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영화배우 미란다 리차드슨이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영화적인 내러티브가 가미된 Red shoes의 뮤비와 함께

빨간 튀튀와 분홍신을 신고 잠시 발레리나가 되어 보는 건 어떠하리

그녀의 유머러스하고 형식 없는 무브먼트와 히스테리컬 하이 소프라노.

케이트 부시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광기 가득한 탐미주의자이다.

내가 가장 흠모하는 비상한 뇌구조의 미친년!!!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시대를 앞서간 천재


3. Joni Mitchell


살면서

얼마나 많이 당신의 음악을 들어야 할까요

얼마나 많이 당신을 사랑한다 말해야 할까요

얼마나 많이 당신의 음악으로 감동을 받아야 할까요

하지만 이제 보니 사랑은 흔해 빠진 쇼

그렇게 지금의 나는 사랑의 양면을 봤어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지만 어쩐지 여전히

내 기억에 남은 건 그저 사랑의 환영일 뿐

I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 (both sides now 중에서)

이런 가사를 1965년 그녀 나이 고작 24살에 썼고

그 언저리에 A case of you 명곡이 탄생했다

조니는 20대에 세기의 명반들을 토해냈고

위 두곡은 팝 역사상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들 중 단연 으뜸이다

prince부터 norah jones까지

아티스트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조니 미첼 특유의 멜랑콜리와 조응하는 AMELIA는

그의 많고 많은 곡들 중에 나의 최애 곡이다

미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아멜리아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녀는 세계일주에 도전하다 비행기 추락으로 실종되고 만다

반복되는 구절

 amelia, It was just a false alarm!!!

네가 그토록 바랐던 꿈과 사랑은 다 허상이다라고 나는 해석된다

모든 게 다 허상이라면 삶은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어쩌면 그게 아니라고 삶의 궁리를 깨우쳐 주는 거 같기도 하다

사랑합니다

경외합니다

가끔은 감히 당신이 되어 보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내 삶에서

조니 미첼(Joni Mitchell)은 전부 같기도 하다


4. Grace jones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절대적 뮤즈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믿을 수 없을 만큼 진화한 보디라인, 아방가르드 그 자체로 무장한 그 혹은 그녀는

죽어서도 죽지 않을 강인한 불사조처럼 느껴진다

Zoo 우리에 갇혀 Do not feed!!! 를 외치는

그녀가 가진 원초적 퇴폐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 하루라도 그의 몸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레이스 존스가 부르는 la vie en rose는 옛 영화처럼 근사하다


5. Tori amos


90년대 페미니즘 사상이 팝 음악의 얼터너티브 성향과 만나면서 일군 여성 싱어송라이터

5살 때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피바디 음악원에 창립 사상 최연소로 입학했지만

음악원의 성격과 맞지 않는 장르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로 11살 때 대수롭지 않게 퇴학을 당하고

레드 제플린에 심취하면서 스스로 거친 락커의 길로 가버린 그녀는

모든 곡을 전부 허밍으로 만든다는데

당신의 머릿속은 얼마나 많고 많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한가요

그녀의 시그니처 포지션인 다리 벌리고 피아노와 뵈 하프시코드

두대를 동시에 두들기며 마치 섹스하듯이 노래하는 Tori amos만이 소화할 수 있는 특화된 기술? 은 보는 이를 탄복하게 한다

내가 가수라면 꼭 그녀처럼 노래를 할 것이다

적어도 다리 벌리는 건 내가 더 잘하니까!!!

최근까지 무려 스무 장 가까이 정규앨범을 냈으며 환갑이 된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예술혼을 불태우는 그녀

모든 앨범의 완성도가 탄탄한 절대적으로 성실한 천재 뮤지션!!!

자신의 이야기를 피아노를 통해 전달하는 샤먼 혹은 마녀

토리 에이모스의 음악은 성, 페미니즘,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6. Pet shop boys


Pet shop boys- being boring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신스팝의 대명사

저명한 사진작가 bruce weber 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참여한

behavior 앨범의 첫 번째 타이틀곡 being boring은

스타일리시한 흑백영화 한 편을 보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보컬 neil tennent의 모호한 보이스와 90년대 향취가 물씬 젖어 나는 사운드

와 bruce weber가 만들어낸 뮤비가 일품이다

이 곡은 내가 그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most favorite!!!! 트랙일 것이다

언젠가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이 곡 나온다면 밥 먹다가도 힐 신고 뛰쳐나가

시청 앞에서 사정없이 몸을 흔들어 재낄 것이다


7. pattie smith


에이즈로 죽은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성장기를 다룬 책

Just kids는 나처럼 패기를 잃고 사는 수많은 이들의 바이블이 되었다

메이플 소프가 찍은 사진이 커버로 쓰인 앨범 horses

흰 바탕에 그저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매니쉬 하게 서있는 Patti의 사진에서 너희가 쉬크를 알긴 아느냐!!! 앞서 일침을 가하고 타이틀곡

GLORIA!!! 에서

지 엘 오 알 아이 에이

지 엘 오 알 아이 에이

글로리아!!! 를 연신 포효하며 나의 펑크는 이러하다!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 사납고 여린 힘은 오롯이 음악 안에 저항과 사랑으로 거칠게 혹은 유하게 담겨있다

메이플 소프의 다큐와 책도 꼭 보기를 권한다


8. tom waits


거친 불협화음 소리 위에 씌워진 야수의 노래

특유의 거친 보이스와

여러 타악기와의 부조화로 부딪히다

귀에 거슬리기까지 하는 자극적인 사운드

위대한 주정뱅이

떠들썩한 부랑자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보통인생!!! 이 있다

담배 한 개비 커피 혹은 와인 한잔 그리고 탐웨이츠와 함께라면

당장이라도 인생이 달콤 쌉싸름 해질 거 같지 않은가

그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보통의 인간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짐자무쉬의 다운바이로 도 추천한다


9.  Marianne faithful- Sex with strangers


60년대 믹재거의 연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마리안 페이스풀은

파란만장한 삶이 말해주는 것일까

10대 20대의 청순함과 포크송에 어울리는 고운 음색이 무색할 정도로

허스키하게 변해버린 목소리와 face off 라도 한 듯 전혀 딴판인 외모로

2002년 기존과는 180도 다른 음악으로 컴백한다

우리에겐 loser로 잘 알려진 Beck 이 전 곡을 프로듀싱한 kissing time의 첫 번째 타이틀곡

Sex with strangers

It's time for sex with strangers!!!

Maybe sex with someone else?

천재 뮤지션 Beck과의 협업으로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만든 앨범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장피에르 주네의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주제곡

who will take my dreams away를 들으면

그녀의 낮게 깔린 저음 처절한 상실감을 만끽할 수 있다


10. P j harvey - rid of me


커트 코베인이 favorite!!!으로 꼽았던 데뷔앨범 'DRY'로 90년대 얼터너티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PJ HARVEY의 2번째 동명 타이틀곡 Rid of me는

앨범 전체가 철저하게 lo-fi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비포장 도로에서 길을 잃은 탕아처럼 특유의 날 선 기운으로 당차고 멋스럽게 울부짖는다

Lig my legs I'm on fire!!!

Lig my legs l'm on fire!!!

이 앨범을 듣노라면 일렉트로닉 기타 첫 줄의 음이 튕기면서부터 마지막 곡까지

맥박은 빨라지고 호흡은 그녀의 숨 가쁜 목소리를 따라 거칠어진다. 전곡이 마치 한곡의 노래처럼 휘 몰아치다 끝나는 매섭도록 강렬한 앨범!!!


11. Sinead o'connor - troy


내가 만약

여자가 된다면 꼭 삭발을 하겠다!!!라고 뭔가 내 안의 잠재된 저항정신을 일깨워준

아일랜드 출신의 삭발 여가수 시니어드 오코너

소년원에서 십 대를 보낸 그녀의 음악엔 특유의 분노와 강인함이 서려있다

80년대 대망의 1집에 수록된 곡으로

이린 신예의 노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범하고 장엄한 곡이다

살갗을 짓이기며 거칠게 타오르는 현이(악기)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다

결국 이별을 마주한 Troy!!!

한없이 아름답고 나약한 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녀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머리통 속이 고독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아

어쩐지 슬프기도 하다


12. bjork - it’s oh so quiet


아이슬란드의 보석

현과 비트의 경계를 완벽하게 넘나드는 얼터너티브의 화신

그녀에게 현과 비트는 피와 살이다

그녀의 바이오그래피 중 가장 의외의 곡인 it’s oh so quite

내 드래그 쇼 곡 리스트에는 언제나 1번으로 등장한다

정적을 박살 내는 빅 밴드 재즈 하모니 위에 얹어진 유니크한 보이스

뮤직비디오는 뱅 헤어를 한 그저 익살맞은 소녀가 앙증맞은 춤을 춘다

라스본트리에의 영화 어둠 속의 댄서로 깐느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단번에 거머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비범한 그녀!!!

환상적인 코러스가 일품인 앨범 Vespertine은 아이슬란드 특유의 스산함이 서리되어 내려앉아

듣는 내내 마치 빙하를 걷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든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색찬란 오로라를 발견한다

현대 미술의 거장 matthew barney와의 이별을 통곡한 vulnicura는 그녀의 모든 바이오그라피 중

가장 빛나는 수작이다

역시 인간은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일까

그들은 몇 해 전 이혼했고 나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


13. poe - rose is a rose


장미는 장미이고 장미는 장미이다

오래전 서울패션위크 The centaur 패션쇼에서 이 곡으로 오프닝 퍼포먼스를 처음 선보였다가 이젠 내 쇼 레퍼토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의 곡!!!


때는 1920년대 파리 스타인 살롱에 모여든 당시의 예술인들

거투르드 스타인은 길 잃은 세대 lost generation

피카소, 맨레이, 젤다 핏츠제럴드, 헤밍웨이 등과 함께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는 안식처 겸 사랑방 구실을 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윙크에 올라가 춤을 추고 싶어요

나는 문득 그의 옷을 보고 싶었다

금장 단추를 달고 코트 깃을 세운 늠름한 고독

어쩌면

나는 사랑에 빠져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본다

나는 살을 숨기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하여

너는 나의 장미이고 나는 너의 장미이다"


14. 이상은 - 외롭고 웃긴 가게


88년 담다디로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부터 그녀의 행보를 누구보다 똑똑히 지켜봐 온

나로서는 97년 이 음반이 처음 나왔을 때 충격에 빠졌다

어찌하여 한국에서 이런 감성의 음악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그로부터 십수 년 들으면서 나는 아직 그 점이 너무 의심스럽다

앞으로도 이런 낯선 색깔의 음악은 어쩌면 나오지 않을 성싶다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과감하게 low-fi 형태로 만들어진 이 명반은

백현진이 그린 커버와 부클릿을 보는 재미도 굉장하다

이상은은 공장에서 기계처럼 찍어낸 1,2집을 내고 돌연 은퇴 후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하면서 3집 더딘 하루를 발표하며 싱어송 라이터로 컴백했다

90년대 일찌감치 빨갛고 노랗고 형형색색 자신만의 예술을 한국사회에서 외롭게 써나가고 있었다

여적 고막에 피가 나도록 달고 살아서 전 곡의 가사를 외우다 못해 뼈에 박혀버린

내 인생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앨범

"외롭고 웃긴 가게"

한곡 한곡 은유와 함축된 시로 빚어진 이 앨범 전곡으로 언젠가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2020년 요코하마에서 열린 TPAM Tpam atrs meeting in yokohama에서

마지막 트랙인 "어기여 디어라"로 도쿄에 사는 작가와 공연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일본 도시바 EMI에서 발매해 한국에는 역으로 수입한

공무도하가에서부터 외롭고 웃긴 가게까지 이건 전에도 후에도 없을 역작이다


외롭고 웃긴 가게에 들어오세요

오렌지 색가발을 쓰고서 시간은 흐르고 빛을 뿜어요

새들이 헤엄치듯이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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