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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라 Nov 01. 2021

미라클모닝 2년차, 알람 없이 일어나는 법

오롯한 나만의 아침을 위하여


나의 하루는 새벽 5시 정도에 시작된다.



원하는 시간에 알람 없이 눈을 뜬다는 것, 잠이 많은 나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새벽이 좋아져 조금씩 일찍 일어나 버릇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 푹 자고 일어나 저절로 눈 뜨는 생활을 지난여름부터 하고 있다. 요란한 알람이 아닌, 나의 생체 시계가 새벽이 온 걸 알고 나를 깨워주는 기분이 꽤 괜찮다. 오늘이란 선물이 배달되었다고 내게 속삭여주는 것 같다.






1 습관이다



작년 1월 1일, 새로운 마음으로 기상 알람을 맞췄다. 새벽 6시. 당시 나는 주 2회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었고, 수영 가는 날이 아닌 다른 날에도 일찍 일어나 보는 게 어떨까 싶어 새해 다짐을 해보았다. 66일을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누군가 이야기하길래 새해를 맞아 습관 달력을 만들어 냉장고에 붙였다. 하루하루 습관을 채워갔고 66일이 지나자 또 다른 66일에 바로 도전했다. 이번엔 5시다. 한 시간을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우리 삶의 43%가 습관이다

_웬디 우드 <해빗> 중에서



과학자 웬디 우드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행동의 무려 43%가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나는 내 의지대로 의식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운 결과다. 뇌과학의 영역에서 어떤 행동을 시작하는 것과 그것을 반복하는 일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한다. 시작하는 행동을 애써서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러면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는 것이다.



경험해 보니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나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해서 새벽 수영을 다녔고, 일찍 일어나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벽 기상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의 미라클 모닝은 1년여에 걸쳐 습관이 되었다. 조금씩 하다 보면 저절로 된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






2 아침에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지난여름,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러 갔다.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휴대폰 알람을 모두 껐다. 여행을 갔으니 푹 자야지. 그런데 이상하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해뜨기 직전에 저절로 눈이 뜨이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바닷가 마을이라 해 뜨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일출이란 게 기상 상황에 따라 매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밝아오는 해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빼꼼 솟아나는 손톱만 한 빠알간 동그라미가 어느 순간 둥실 떠올라 하얀빛을 낸다. 눈부신 모닝 햇빛 샤워는 내 몸에 에너지를 듬뿍 준다. 이렇게 좋으니 매일 기다려질 수밖에. 다음날 떠오를 태양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곤 했다.



크리스마스처럼 기다려지는 아침

_할 엘로드, <미라클모닝> 중에서



미라클모닝이란 책에 보면 크리스마스 날과 같은 설레는 아침을 맞으라고 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무슨 선물을 받을지 궁금해서 저절로 눈이 뜨인다. 이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그 이유가 있어야 실행할 수 있다. 꼭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목표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다.



나는 왜 일찍 일어나려는 걸까? 처음엔 수영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새벽밖에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막상 새벽 기상을 해 보니 고요한 시간에 나만 깨어있다는 게 좋았다.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새벽을 보낸다.






3 일찍 자면 된다



고백하자면, 처음엔 기상 시간이 중요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새벽 기상을 실천하다 보니 힘든 날도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늦게 잠들어 잠이 부족한 날은 아침이 너무 힘들다. 코로나로 인해 줌 모임을 하는데 주로 밤 시간이라 마치면 밤 12시가 다 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괜찮지만 그게 하루 이틀 쌓이니 아침이 힘들어질 수밖에.



그렇다. 문제는 잠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사실이고, 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잠을 알아내야 해요 _김경일



김경일 교수님이 세바시 강연에서 숫자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숫자를 언급하셨다. 바로 수면시간이다. 한국인은 부지런한 걸로 유명하다. 잠을 덜 자야 성공할 수 있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예민함, 성급함, 냉정함 등 나의 가장 좋지 않은 버릇이 밖으로 표출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기에 나의 잠시간을 알아야 한다. 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어느 정도를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한지, 컨디션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지 내가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 6시간 정도 깨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상쾌하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꽉 채우면 저녁 9시면 저절로 잠이 온다.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늦어지는 날엔 적어도 10시에는 취침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찍 자는 게 아직도 잘되지 않는다. 줌 미팅하는 날도 있고 책을 읽다가 시간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다음날 충분히 자고 일어난다. 잠이 부족하다 싶으면 낮잠을 자 좋다. 잠깐의 낮잠은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같으니까.








내가 어쩌다가 저절로 눈뜨는 아침을 맞았나 떠올려 보니 특별할 게 없다는 게 당황스럽다. 습관이고, 설레는 것이 있어야 하고, 일찍 잠들면 된다니.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다. 당연한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편 원한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요즘 나는 오전 4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난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지 않지만 힘겨운 새벽이 아닌 편안한 새벽을 맞고 있다. 이제 몇 시에 일어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푹 자고 일어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상쾌한 아침을 보내고 있다는 게 만족스러울 뿐이다. 미라클모닝, 기적 같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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