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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닝킴 Sep 24. 2024

실거주 갈아타기를 마음먹었다면

실거주 갈아타기를 하기 위해 내가 밟았던 단계들

 실거주 갈아타기를 마음먹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실제로 가진 돈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돈을 분산해놓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돈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편과 각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을 켜고 어느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종잣돈이 얼마 있는지 알아본 다음에는 대출을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내가 집을 구입할 당시(2023년 상반기)의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정책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무주택자는 LTV 70% 이하, DSR 40% 이하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LTV는 담보인정비율이다. LTV 70% 이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만약 집값이 10억이라면 최대 7억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7억의 대출이 다 나오는 것이 아니다. DSR이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DSR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말한다. DSR 40% 이하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연봉이 1억이라면 1년에 주택담보대출로 상환하는 금액이 4천만 원 이하인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너무 커서 파산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대출에 제한을 걸어둔 것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DSR 40%에 LTV 50%까지 밖에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지역별 대출 가능 LTV와 우리의 DSR을 따져 대출가능금액을 계산해 보니 우리가 매수할 수 있는 금액대는 강남 3구와 용산구는 10억~11억, 그 외 다른 지역은 12~13억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갈아타기 할 집의 금액이 정해지니 후보지 찾는 게 조금 쉬워졌다. 네이버부동산에 들어가 아파트 가격을 필터링해 놓고 걸러진 아파트들을 하나씩 샅샅이 살펴보았다. 일단 강남 3구부터 살펴봤다. 강남 3구에 10억~11억 하는 아파트가 과연 있을까 싶겠지만 놀랍게도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그런 집은 아니다. 세대수가 작고, 구축이며, 지금보다 평수를 줄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가진 돈이 적으니 양보할 수 있는 조건들은 양보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학교의 위치나 학군은 양보했다. 그리고 아직은 젊기 때문에 낡은 집에서 몸테크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축도 양보했다.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도보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어야 하며 방은 꼭 2개 이상 있어야 하고, 빌라나 오피스텔, 주상복합이 아닌 무조건 100세대 이상인 아파트여야 했다.


 

 가격과 조건들을 어느 정도 만족하는 아파트들이 추려지면 주말에는 나들이 삼아 남편과 그 동네에 놀러 갔다. 놀러 가서 역에서 아파트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해 보고,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그 동네 사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으면서 그곳에 살았을 때의 모습을 체험해 봤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최종적으로 우리 눈에 들어온 1순위 아파트는 서초구의 MVP아파트였다. 세대수 150세대, 1994년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 22평으로 방 3개 화장실 1개. 저층이었지만 집의 가격이 우리 예산에 무리 없이 들어왔고 무엇보다 동네가 무척 좋았다. 


 “나 마음 정했어! 여기가 제일 좋은 것 같아. 오빠는?”

 “나도 그래. 동네도 좋고 아파트 상태도 본 중에 가장 좋다.”

 “월요일 되자마자 부동산에 집 본다고 예약전화 해야겠다.”

 “그래. 평일에 퇴근하고 가본다 하자. 아니면 주말로.”

 “응, 알겠어.”


 다음 날, 오전 9시에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네이버 부동산 보고 전화드렸어요. MVP아파트 저층으로 11억에 나온 거 보고 전화드렸는데 몇 층이에요? 집 보러 가고 싶어요.”

 “아~ 그거 오늘 오후에 계약하기로 했어요. 내가 그걸 아직 안 내렸구나?”

 “네?? 오늘요? 아~~~ 저 정말 그 집 사려고 했어요. 주말에 동네도 갔다 왔고.”

 “네... 근데 오늘 계약하기로 했어요.”

 “힝.. 그러면 몇 시에 계약하세요? 혹시라도 계약 안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

 “오늘 2시에 하기로 했는데, 알겠어요. 안되면 전화드릴게요. 근데 계약할 것 같아.”


 그렇게 오후 2시가 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사장님은 연락을 주시지 않았고, 혹시 몰라 다시 전화했을 땐 이미 계약이 완료된 시점이었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집이 내 손에 거의 다 잡혔는데 놓친 기분이었다. 내가 며칠만 더 빨리 전화했더라면! 주말에 나들이할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를 발견했을 때 바로 보러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미루지 않고 바로 확인해야겠어!’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집을 놓치는 경험을 하고 나니 부동산에 전화하는 게 더 이상 떨리지 않게 되었고, 좋은 매물은 이렇게 빨리 사라진다는 걸 알았다. 비록 첫 집은 실패했지만 직접 부딪혀 보면서 무언가를 하나씩 배워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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