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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닝킴 Sep 23. 2024

내 집 마련의 두 가지 방법

집 사서 실거주하기 VS 전세 끼고 집 사기

 내 집 마련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집이 필요할 때 사서 들어가 살기. 둘째는 일단 전세 끼고 집을 샀다가 나중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서 살기. 우리 부모님은 나와 동생이 커가면서 생애주기에 맞춰 집을 사고 이사를 다니셨기 때문에 전세 끼고 먼저 집을 샀다가 나중에 입주한다는 두 번째 방법은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전세 끼고 집을 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

 10억짜리 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집의 전세가격은 6억이라고 하자. 이 집을 매수해서 들어가 살려면 10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진 돈이 4억밖에 없는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 6억을 더해 10억을 지불하고 집을 산다. 세입자가 그 집에서 2년, 4년을 사는 동안 집주인은 다른 곳에 살면서 열심히 돈을 더 모은다. 일단 집을 먼저 사놓고, 나중에 돈을 모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고 그 집에 들어가 사는 방법이다.


 조삼모사 같겠지만 사실은 다르다. 집값은 짧게 보면 등락이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승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동안 집값은 언제나 그 이상 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 끼고 집을 산다는 것은 집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고 나중에 입주하는 방법이다.


 진작 알고 신혼 때 실행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뒤늦게 알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엄청 똑똑해 보이고 대단해 보였다. 내가 만약 이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비록 지금은 남에게 세를 주고 나는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 보증금을 돌려주고 우리 부부가 들어가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조금만 참자. NO PAIN, NO GAIN!!’ 하며 더 열심히 저축하고 아끼며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며 아직도 긍정회로를 돌리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나처럼 전세 끼고 집을 먼저 매수하는 방법을 몰랐던 사람이 있다면, 이 방법을 한번 고려해 보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너도 전세 끼고 집을 샀니?”라고 물으신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전세 끼고 집 사는 방법을 늦게 알아서 아쉽다면서 왜 그 방법을 실천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전세 끼고 집을 사면 그 집은 세입자가 사는 곳이고, 나는 다른 곳에 살아야 한다. 언젠가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월세가 저렴한 곳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30대 후반인 나에게 실거주가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은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신혼 초 17평 오피스텔에 살았었다. 그리고 2년 뒤 길 건너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 25평을 매수해 이사 갔다. 오피스텔에서 살았을 땐 집안에 있는 게 너무 답답해서 주말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갔었다. 그런데 25평으로 이사를 하니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았다. 사는 공간의 여유를 알고 나니 평수를 줄이고 더 낡은 집에서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환경의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주장한 행동법칙에 따르면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한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그 사람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나는 이 행동법칙에 매우 동의한다. 퇴근 후 술 마시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아닌, 자기 계발을 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살고 싶었다. 대체로 후자는 주거비가 많이 드는 동네다. 따라서 나는 저렴한 월세를 지불하는 동네에 살고 싶지 않았다.     



어느 방법이 더 좋고, 나쁘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전세 끼고 사는 방법이 좋고, 내 소유의 집에서 실거주 만족 또한 포기할 수 없다면 사서 입주하는 방법이 좋다. 각자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취사 선택하면 된다.


나는 내 집 마련을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첫 번째 방법인 집이 필요할 때 사서 들어가 살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기존에 매수해서 살고 있던 주상복합 아파트를 팔고 새 집을 사야 했기에 이렇게 나의 갈아타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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