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나는 우리 아버지

쌓여가는 시간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마치 나선형 탑처럼. 나는 오늘 아주 오래전 지나온 그 길 위를 다시 걷고 있다.

중학생 아들이 학교 행사에서 춤을 춘다. YMCA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Y-M-C-A를 만들고 몸 전체로 알파벳을 그린다. 그 익숙한 몸짓 앞에서 나는 순간 숨을 멈춘다. 정확히 30년 전 나 역시 이 무대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댄스 파티 어딘가에는 우리 아버지도 계셨다.


아버지는 춤추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보셨을게다. 박자를 놓치는 내 서툰 몸짓까지도. 지금 내가 아들을 보듯이. 순수하게 노래가 좋고 친구들이 좋아서 춤을 추고 있던 그때의 나. 그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안다.


무대 위의 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동시에 여러 개의 시간대를 산다. 현재 춤을 추는 아들. 30년 전 춤을 추던 나. 그리고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 이 시간들은 겹쳐 있다. 아버지의 시선은 여전히 이 무대 위에 남아 있고 내 안에 어딘가 살아 있다.


내가 춤을 췄고 이제는 내 아들이 춘다. 그리고 훗날 아들도 자신의 아이가 같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나처럼 멈칫할 것이다. 그 순간 나처럼 무언가를 깨닫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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