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티브X위커넥트] 다시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 #07
경력보유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Weconnect)'와 마더티브가 만났습니다. 위커넥트 파트너 인터뷰에 실린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들의 소중한 경험담을 마더티브 '엄마의 일' 기획 시리즈에도 싣습니다.
안효경은 부모를 위한 컨텐츠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 자람패밀리에서 '스스로 부모학교' 프로그램의 매니저로 일한다.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결혼과 육아 등으로 5년의 경력 공백이 있었으나 '임팩트 커리어 W'를 통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아들과의 브이로그를 찍거나 북클럽에 참여하며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보낸다.
네, 저는 10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요. 이렇게 일한지는 1년 조금 넘었고요, 경력단절 후 다시 일한 건 5년만이죠.
맞아요, 아이가 8시 30분에 유치원 버스를 타거든요. 저희는 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아침 7시반쯤 일어나서 씻기고 밥먹이고 챙겨서 아이 보내고 출근해요. 정신없이 일하다 5시쯤 퇴근해서 바로 유치원으로 날아가 아이를 픽업한 후 집에 와서 다시 또 씻기고 밥먹이고 재우는게 반복되는 일상이죠. 그렇다고 저만의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가끔 저도 친구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으면 남편이 아이를 픽업하기도 하죠. 남편과 매주 다음주 일정을 공유하며 스케줄을 짜요. 회사가 멀고 풀타임인 남편의 상황상 제가 등하원을 거의 맡고 남편 스케줄에 많이 맞추는 편이지만, 그래도 팀워크를 하려고 노력하죠.
그렇죠, 아이가 잠이 들고 나서야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더 늦게 자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새벽에 일찍 출근하는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잠들면 밤 9시, 10시에 친구와 급약속을 잡기도 하고, 혼자 집 근처를 산책하기도 해요.
특히 요즘엔 북클럽을 통해 정기적인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저는 임팩트 커리어 W 2기로 자람패밀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입사한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공식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 쫑파티를 진저티프로젝트 사무실에서 했거든요, 그때 동기들이 "우리 이렇게 헤어지는 건 너무 아쉬우니까 뭐라도 하면서 정기적으로 만나면 어떨까요?" 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마침 그때 제현주 대표님의 <일하는 마음>을 읽고 있을 때라 같이 글을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우리가 겪는 일들을 리얼하게 글을 써보자!' 그 자리에 있던 동기들이 처음부터 글을 쓰면 너무 무거워지니까 같이 책을 읽어보자고 해서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 모여 북클럽을 하고 있죠.
첫 직장은 캐럿글로벌이라는 교육 컨설팅 회사였어요. 입사할 때는 비교적 큰 회사는 아니었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였죠. 지금 생각하면 참 편하게 일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정도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거든요. 3년쯤 일하니 약간의 매너리즘이 생겼어요, 어제도 지난달에도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았죠. 학부때부터 영어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대표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휴직을 제안하셨어요, 진짜 좋은 분이시죠. 휴직을 고민하던 중 일본에 계시던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미국 대신 일본으로 가야만 했고, 어쩌다보니 어학연수는 어렵게 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다른 교육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계속 하게 되었죠. 그러다 2013년에 결혼과 함께 경력 단절이 되었어요.
제가 2013년 12월에 결혼을 했거든요. 남편과 저는 그냥 교회 오빠-동생 사이였는데 제가 대학교 4학년때 같이 경영학 스터디 모임을 했었거든요, 그때 제게 '우리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해보면 어때?' 제안하는 바람에 덜컥 입사해버렸어요. 일본에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친구의 소개를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쉽게 커리어를 이어온거예요.
그래서인지 저는 주변의 압력 또는 어쩔 수 없는 환경때문에 아니라 자발적으로 또 너무도 쉽게 제 커리어를 포기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결혼은 제게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것 같고, 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현실을 깨달아가면서 (정말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결혼은 했지만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을 가진 젊은 여성으로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가만히 있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되더라고요. 육아를 하면 이제 갓 서른인 제가 집에 있는 게 설명이 될 것 같아서 아이를 낳았어요.
처음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 같았어요. '나는 이렇게 좋은 곳에 아이를 데려와서 놀아주는 엄마야',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이유식을 만들어서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노력해.' 육아를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제 스스로가. 근데 아이가 두돌 정도 되니까 열심히 육아를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번뜩 '누가 날 써줄까?'라는 막막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취업하려면 스펙부터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죠. 다시 대학생이 된 것 같았어요. 내 노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자격증 시험 준비부터 시작했어요. 아이 재워놓고 일본어능력시험 공부를 하고,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준비하면서 행복감을 느꼈어요. JLPT 자격증을 호로록 따고 나서는 바로 영어 공부를 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고 바로 종로에 있는 토익 학원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죠. 딱 한달 빡세게 공부하고 목표달성을 하고 나자 '그래 아직 안죽었구만!!' 하는 약간의 자신감과 효능감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일본어와 영어 공부하면서 공부만 한 건 아니고, 구인구직 사이트도 열심히 들여다 봤죠. 한 번은 지원한 서류가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다짜고짜 "취업하면 아이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이 날아오는거예요. 저는 너무 당황했지만 꼭 붙고 싶은 마음에 "아이는 시어머니가 봐주실 거예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죠. 이른 출근과 어쩌면 야근까지도 불사해야하는 근무 스케줄은 저에게는 도저히 가능한 조건이 아니었지만 거짓말을 해버렸고 결국 입사 제안이 들어왔을 때 못하겠다고 거절했어요. 너무너무 속상한 경험이었죠. 그러다 임팩트 커리어 W 2기 공고를 본거예요.
임팩트 커리어 W에 지원하고 전형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저는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사실 제가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고 대답한 배경에는, 반복되는 서류 탈락도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자꾸 서류부터 떨어지니까 '내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하는 것 같아?' 하는 생각까지 드는거에요! 그래서 컴퓨터 활용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까요!
사실은 세번째 회사는 꼭 '온전히 내 실력으로 들어가자'는 의지가 컸어요. 스스로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몇번 도전을 해봤지만 자꾸 실패하니까 '뭐가 부족한걸까? 나에게 없는게 뭘까?' 생각하게되고 내 실력이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겨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밖에 없으니까 대학교때도 신경쓰지 않았던 스펙에 더 정신을 쏟았던 것 같아요. 방법을 모르니까 '해놓으면 도움은 되겠지!' 하면서 뭐든 열심히 했어요. 다행히 임팩트 커리어 W를 통해 자람패밀리에 입사하면서 컴활은 중간에 그만뒀어요(웃음).
자람패밀리는 부모를 위한 콘텐츠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에요. 저는 그중에서 가장 메인 프로젝트인 '스스로 부모학교'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어요. 스스로 부모학교는 '부모살이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부모이기 전에 어른으로 살고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9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요. 기존 부모교육과는 다르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고요, 부모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성숙한 어른으로 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함께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자람의 부모프렌즈(부모커뮤니티)들과 재미있는 작당들을 기획하고 실행해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저희 회사는 모두가 일하는 엄마들이라 아이가 조금 늦게 등원하거나 컨디션이 안좋으면 조금 늦게 출근하거나 재택 근무를 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 정해놓은 규율때문에 저만 적응이 안되는거에요.
하루는 아이가 아파서 유치원에 갈 수 없어서 제가 갔어야만 하는 프로그램에 이사님이 대신 참석하신 적이 있는데 이 일로 남편이랑 엄청 싸웠어요. 아이가 바로 전날 갑자기 고열과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아이가 잠들면 남편과 '내일 누가 아이를 병원을 데려갈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려고 딱 준비하고 있는데 일찍 잠이 든 남편은 다음날 새벽에 아무말도 없이 홀랑 출근해버린거예요. 그때는 정말 너무 섭섭했어요. 제가 아무리 유연한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지만 제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돌봐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느낌이었어요. 아이가 좀 나아지고나서 출근해 대표님께 이런 일이 정말 속상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일하는 엄마들의 사정 이해하니까,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라고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더 머쓱했죠.
아, 그럼요. 당연하죠. 둘도 없는 저의 팀메이트인걸요.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남편한테, 내가 다시 일하고 나서 어떤게 변한 것 같냐고 물어봤어요. 곰곰히 생각하더니 6개나 적어와서 말해주더라고요.
하나,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졌다. 둘, 책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 읽는다. 셋, 욕이 늘었다(ㅎㅎ). 넷,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다섯, 핸드폰을 많이 본다. 여섯, 표정이 진지해졌다.
사실 2018년이 제 취준생활의 마지노선이었어요. 올해 취업이 안되면 아예 포기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더 이것저것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저처럼 '도전해보자'라는 결론을 냈다면 물불 가리지 말고 다양한 채용 플랫폼과 기회를 활용하면서 열심히 두드려보고 던져보고 들이대봐야 하는 것 같아요.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생각하면 끝도 없기 때문에 그 시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저처럼 자격증 공부라도 하면서 채우려고 노력하거나, 이력서 쓰고 면접을 보면서 감각을 키우는게 필요해요.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다 굴러가게 되어있다니까요!
* 더 많은 위커넥트 파트너스 인터뷰는 위커넥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