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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Aug 26. 2024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순간

아기는 태어나서부터 목을 가누고 성장함에 따라 뒤집고, 기어 다니고, 걷는다. 발달상 매주 당연한 수순이며 걷는 아기들은 뛰고 싶어 한다. 뛰지 않는 어린이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다. 그들은 아마도 청소년 혹은 어른이 틀림없다.


뛸 수 있는 어린이는 집이라는 실내공간에서도 웬만하면 걷지 않는다. 방과 방 사이를 오갈 때도 자연스레 탑재되어 있는 러닝 이동방식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걸어 다니자는 잔소리를 54,321번째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 닿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직립보행 어린이에게 바퀴 달린 아이템이 추가되면 그때부턴 속도 쟁탈전이다. 현관문을 열고 땅이 보이는 1층이 펼쳐지면 킥보드와 자전거들의 경주가 펼쳐진다. 그래서 아이템 없는 보부상 어미에게 대체로 운동화는 필수이며 실수로 슬리퍼를 신고 나왔을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잡아야만 한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 달리기만 하면 뒤에서 1,2순위를 다투던 여성인데 어째 10대보다 지금의 체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건은 한 번씩 발생한다. 아프거나 체력이 저하되는 등의 여러 이유로 작년에 처음 동네에서 만 4세 막내의 행방을 놓쳐버린 날은 정말 눈앞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실은 고백하자면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어디론가 쌩 가버려서 잃어버린 경험은 막내뿐만 아니라 첫째와 둘째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엄마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잘 알고 있기에 적절한 도움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과도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막내에게도 개인정보와 안전을 위한 여러 사항들을 수시로 가르치고 있지만 언어 발달 지연으로 온전히 아이에게 흡수되지 않았기에 더욱 두려운 마음이었다. 킥보드를 타고 사라진 막내를 찾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필요했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에 우리는 세 갈래로 나뉘어 다행히 곧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던 나는 아이를 만남과 동시에 눈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전혀 당황한 기색도 없이 그저 킥보드 타고 동네를 배회하며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와 떨어져 있었던 줄도 모르는 것만 같은 아이의 표정을 직면하자 정말 큰일이 난 것만 같았다.


앞으로 이 아이를 잠시라도 잃어버리면 정말 찾을 수 없을까 봐 무서웠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는 그동안 매주 언어치료를 받으며 느리지만 나름의 성장을 하고 있었다. 얼마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어미는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어느 날 이전과 같은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모두가 공원의 어느 한 장소로 향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흘려들은 막내는 평소 자주 가던 공원의 놀이터로 향했다.


만남의 장소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첫째와 둘째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엄마보다 먼저 출발했던 막내가 오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 경험이 다분한 어미는 즉각 세 갈래로 나뉘어 한 명에게는 집 앞 놀이터, 한 명에게는 단지 내 놀이터로 가서 둘러봐달라고 진두지휘하듯 부탁했다.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자 혹시 집 앞에 가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발길을 옮기려는 찰나, 멀리서 찾고 있던 아이가 보여 전속력으로 이름을 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겨우 만나서 얼굴을 보는 순간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어디 있었냐는 듯 하소연하는 아이를 만나 곧장 안아주었다.


공원의 놀이터로 갔었다는 아이는 가족들이 오지 않자 길이 엇갈린 것을 직감하고 다시 집 방향으로 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족을 찾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웃음이 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순간 등골이 스산한 느낌을 여전히 잊을 수 없지만 오늘 더 나아졌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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