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와 헤어질 결심

by 쥐방울

주로 아이의 발달 치료 센터를 짧게 줄여서 부르는 단어인 '센터'. 실비가 적용 가능한 병원 옆에 붙어있으면 부설클리닉, 바우처를 주로 이용하면 아동발달센터라는 이름으로 이 세계에서는 아이들의 발달에 관해 치료하는 학원 같은 이곳을 모두 센터라고 부른다. 정신과 전문의조차 아이에게 어느 센터를 다니냐는 질문에 정말 고유명사가 되어버렸구나 싶은 실감이 들었다.


놀이치료, 감통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등 수많은 치료의 세계에서 센터마다 추구하는 치료분야가 정해져 있기에 아이에게 맞는 치료 센터를 찾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다. 만 5세에 처음 발달지연을 공식적으로 인식하고서야 부랴부랴 처방 나온 언어치료 할 곳을 알아보다 정착하게 된 어느 센터.


거의 2년을 다니던 첫 번째 센터와의 이별을 마음먹었다.


처음으로 고르고 고른 센터는 지역 내 유일하게 온라인 후기가 있었고, 실제로 방문하여 초기상담을 해보니 그 후기에 신빙성이 더해져 다니게 되었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느끼겠지만 이 센터라는 세계는 맛집이나 미용실처럼 후기를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였다. 후기를 남기는 순간 어쩌면 내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어쩌면 그 마음도 이해가 되곤 했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에 꽤나 적극적인 외향인이 아니라면 센터를 직접 다녀보기 전까지 그곳의 자세한 내막을 알기에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이전에 센터라도 새로운 곳에 미리 적응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심을 하자마자 개학보다 한 달이라도 전에 새로운 센터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1월 중순즈음 전하였다. 아이가 해왔던 언어치료 수업 과정 및 결과 그 어떤 것에도 불만이 없었기에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종결 의사에는 무언가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해 보였다.


"선생님, 아무래도 아이가 언제까지 언어치료 수업을 진행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수개월이 될지 수년이 될지 끝을 모르는 터널 속에 조금 더 회기당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장기전을 생각하니 경제적인 이유가 걸린다는 이 엄마의 반박 불가능한 태세를 보여드렸다. 어느 누구도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수 없을만한 깔끔한 이유로 탁월했다. 담당 치료사 선생님을 잘 통과하니 바로 다음 방문 시에 원장님 면담이 이어졌다. 예상한 바였다. 아무래도 그만두는 진짜 이유를 듣고 싶어 하신 듯했지만 무사히 원장님과의 대화도 잘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아이의 발달 치료 센터를 옮기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주차' 문제였다.


겨우 주차 문제 때문에 아이가 별 탈 없이 잘 다니고 있던 치료 센터를 그만두다니 상상만 해도 우스운 것 같아 그간 버틴 시간이 1년 반이나 되어버렸다.


처음 방문한 이 센터는 4층짜리 상가건물 중 한 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상가 내 별도의 주차장이 없었다. 센터에서도 이 점을 알아차리고 별도의 외부 주차장 공간을 안내해 주었지만 성인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도 1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 오가면 거의 치료시간과 맞먹는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셈이라 실제로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나에겐 느린 아이 말고도 위로 두 아이가 더 있었기에 시간이 무엇보다 귀했다.


결국 센터에서 현실적으로 주차가 가능한 진짜 공간은 상가 앞 딱 한자리였다. 그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항상 제일 이른 시간에 치료 수업을 다니곤 했으나 경쟁은 늘 치열했다. 종종 주변 주택 골목가를 돌다가 주차를 어딘가에 대강 해두곤 아이의 수업 중 전화가 와서 여러 번 이동주차를 하며 결국 정착한 곳은 도로변 주차였다.


그러다 그 동네에 주정차단속차량이 도는 것을 처음 목격한 날부터 나는 센터의 창밖만 바라보는 미어캣이 되었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에는 평소 주차하던 도로변에 눈이 가득 쌓여 차는 댈 수 조차 없고, 일면식도 없는 상가 주차장에 들어가자 그곳도 길이 얼어 차바퀴가 돌자 온몸이 얼어붙고 울고 싶은 날도 즐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 2~3회를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오갔다. 수업을 하는 것은 아이인데 겉으로 보면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만 하는 어미가 점점 지쳐만 갔다. 그럼에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은 감기 걸린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이는 것처럼 이 치료는 단순히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과는 달리 처방받은 치료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치료수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아이가 그로 인해 발달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어미의 불편함은 잠시 넣어두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학창 시절 12년 개근을 한 어미는 줄곧 성실한 학생처럼 아이를 데리고 센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둘째 아이가 직접 우편함에서 가져다준 주정차단속위반 과태료 고지서가 손에 들어왔다. 그 순간 이 센터와의 진짜 이별을 다짐하게 되었다. 소위 상품권이라 불리는 그 과태료 금액은 아이의 한 회기 수업비용보다도 높은 금액이었는데 이것이 한 번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결심이 굳어졌다.


나에게 '주차' 문제였던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교통수단일 수도 있고, 거리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는 센터에 함께 오가는 라이딩 과정 중 생기는 어려움으로 칭하고 싶다. 바람과는 달리 단기로 끝나지 않는 아이들의 치료에 부모의 시간, 에너지, 경제적인 부분 등 처음에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 장기전으로 들어서며 하나씩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글은 부모 마음에 쏙 드는 거리와 주차걱정 없는 센터로 옮겼을 때 이전센터와는 어떤 부분이 다르게 다가오는지 남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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