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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한국인이 제일 많이 하는 직업

[이민자 인터뷰⑯] 호주 멜버른 이재호

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0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한인 이민자들을 만났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한다.

영어를 좋아한 재호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외고,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유명했던 토피아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호주 멜버른에 가게 된 그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와 그곳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재호(37세)

-거주지 : 호주 멜버른(Melbourne) 

-가족 : 아내, 아들

-호주 거주 8년(시민권자)

*모든 내용은 2018년 3월 인터뷰 시점이 기준입니다.


Timeline

1999년 대학 입학(정치외교학)

2007년 대학 졸업, 영어학원 강사 시작

2009년 호주 멜버른 도착(워킹홀리데이)

2011년 결혼

2014년 영주권 취득

2016년 아들 태어남, 시민권 취득

멜버른에는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한다. 사진=김병철
아파트 이사 청소를 하는 이재호씨. 사진=김병철

리스크 없는 정직한 직업

청소는 호주에서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직업 중 하나다. 영어를 잘 못해도 할 수 있고, 수요가 많아 일을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재호씨는 호주에 오기 전까지 자신이 청소를 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경험해보자 꽤 괜찮은 직업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멜버른에서 청소를 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나도 부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웃음) 한국에서는 자영업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데, 호주에서는 기술있는 자영업들이 먹고 살 만해요.


-청소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이삿짐센터에서 일했는데, 거기 사장이 ‘이삿짐을 옮기면서 나오는 이사 청소를 줄 테니까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청소를 시작한 지는 이제 3년 됐고요. 2년은 이사 청소를 했고, 최근 1년은 집 정기 방문청소(홈 클리닝)를 했어요.


처음엔 노하우가 없어서 많이 고생했어요. 이사 청소하면서 세제를 종류별로 갖다 놓고 시행착오 겪으면서 터득했어요. 솔직히 이젠 청소 관련 지식이나 노하우는 거의 최고 중에 하나라고 자부해요. 청소 중에 제일 힘든 게 이사 청소예요. 카펫 스팀청소부터, 창문청소까지 청소의 종합 결정체고 더럽긴 제일 더러워요. 6개월, 1년 동안 쌓인 걸 청소하잖아요. 특히 주방, 샤워실은 엄청나죠. 그런 걸 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근데 이사 청소는 이사할 때만 불러서 일이 너무 들쭉날쭉해요. 그래서 고정으로 청소하는 쪽으로 선회했어요. 그리고 처음엔 아내와 둘이서 시작했다가 아내가 임신한 후에는 직원과 둘이서 하고 있어요.


커머셜(빌딩, 마트 등) 청소와 집 청소 중에 고민하다가, 청소를 오래 한 형님의 조언으로 집 청소를 2만 호주달러(이하 달러) 주고 샀어요. 하루에 2~3집 정도 하는 거였는데, 이후에 일을 늘려나가서 지금은 4~5집씩 하고 있어요.

카펫 스팀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이재호씨. 사진=이재호 제공

-청소를 샀다는 개념이 뭔가요?

자기가 확보한 고정 손님을 (돈 받고) 넘겨주는 거예요. 보통 주 1회와 격주 1회가 있는데, 제가 손님 집에 가서 그 시간표대로 청소하는 거죠. 집 청소는 쉬운 편이에요. 내가 정기적으로 청소한 곳에 또 들어가니 특별히 힘들 게 없어요. 


저는 이사 청소하면서 경험이 많다보니까 피드백이 좋아서 일이 계속 늘어나니까 재밌어요. 손님이 다른 손님을 소개도 해주고요.


-주로 어떤 집들을 청소하나요? 

중산층 이상이죠. 집 중 하나는 방이 6개, 샤워실 6개라 너무 커서 (스스로는 청소를) 못해요. 이 사람들이 제 타깃이에요. 그리고 거의 최고가에 가까운 가격을 받아요.


처음엔 비싸다고 하는데 제가 청소한 거 보고는 그런 얘기 안 해요. 높은 가격과 높은 품질로 승부하니 싼 가격을 찾는 손님보다는 청소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손님 위주로 자연스레 구성되더라구요.


인도 사람들은 시간당 25달러인데 저는 보통 35~40달러 받아요. 두 명이 함께 청소하니 시간당 70~80달러를 받는 거죠. 2시간 반에 200달러 받는 집도 있고, 4시간에 300달러 받는 집도 있어요.


-집주인은 청소를 아예 안 하겠네요.

저희가 거의 다 한다고 봐야죠.

홈 클리닝 손님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함께 찍은 사진. 사진=이재호 제공.

-업무 강도는 어때요? 힘들지는 않은가요?

청소하는 사람들은 다 팔이 아파요. 저는 손목, 팔꿈치, 어깨가 항상 아파요. 제가 왼손잡이라고 아는 사람도 있어요. 오른팔이 아파서 왼손으로 청소하는 건데. 걸레질도 별거 아니지만 하루 6시간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이게 (팔이) 나가요. 스팀 청소기가 무겁거든요. 그걸 10시간 가까이 한 적도 있어요. 화장실 청소하는 애들은 손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고요.


-나이가 50살 이상이 되면 하기 어려운 정도의 강도인가요?

집 청소를 하루에 두세 개만 하면 괜찮아요. 아침부터 슬슬해서 오후 3시쯤 끝나면 나쁘지 않죠. 집 청소는 부부 둘이 하는 분이 많아요. (직원 고용해서) 임금 주면 남는 게 없으니까. 커머셜 청소도 사무실 청소는 쉽고 펍(Pub)이나 바(Bar)는 힘들죠. 아파트 청소도 쉬운 편인데 넓으면 청소기를 많이 돌려야 해서 힘들죠.


-영업은 어떻게 하세요?

자석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리는데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와요. 제 스케줄과 안 맞아서 넣지 못할 정도로요. 홈 클리닝팀을 독립시키고 저는 영업과 직원관리 방향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요. 길게 보면 프랜차이즈도 생각하고 있어요.


보통 한국 청소 사장님들은 영어 때문에 직접 영업을 못하고 호주회사 밑에서 하청으로 일을 하는데요.(호주회사 영업, 한국회사 노무 담당) 저는 직접 영업해서 원청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앞으로도 이 사업을 늘려나갈 생각이세요?

식당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들긴 하는데요. 제가 이 사업을 좋아하는 제일 큰 이유는 적자가 없어서 그래요. 렌트비가 안 나가잖아요. 식당은 장사가 안 될 때도 인건비, 렌트비가 계속 나가요. 청소는 일하는 만큼 인건비를 주고 렌트비는 안 가요. 적자가 없어서 망하지 않아요.


근데 제가 하는 홈 클리닝은 대박 없어요. 커머셜 청소를 해야 돈 많이 벌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자연스레 저도 커머셜 쪽도 진출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한국과 비교하면 멜버른 날씨는 많이 춥지도 덥지도 않다. 사진=김병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한국에선 시드니를 먼저 떠올리지만, 옛 수도였던 멜버른은 시드니와 더불어 호주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다.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s)가 뽑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World's most liveable city) 순위에서 7년 연속 1위를 한 멜버른은 이민자가 많아 다문화가 잘 정착한 도시다. 멜버른에 살았던 지난 8년 동안 그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기한 광경들을 많이 보게 됐다.


-호주에 와서 살아보니 처음엔 어땠나요?

호주 와서 5, 6개월 지나니까 ‘한국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전 세계가 이렇게 사는 줄 알고 있는데 아닌 거예요. 일주일에 3, 4일만 일하는 사람도 많고요. 회사에서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4주 휴가를 써서 한 달 동안 여행을 가는 거예요. 직장 잘릴 걱정도 안 하고. ‘뭐 이런 게 다 있나’했죠.


-호주에서는 그게 왜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때문이죠. 한국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아예 가르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법도 모르고 권리도 잘 몰라요.


한국 사람들은 사람들이 당연히 사용자(사장)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해요. 노동자가 사용자 편에서 생각을 많이 하니까, 한국 사람들을 쓰기가 좋은 거예요. (사장인) 내가 되려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니까요.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에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까,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빨리 자본을 집적해서 뭔가를 하는 걸 중요시했어요. 또 (노동법 위반 등) 신고를 해도 별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는 신고하면 사업자가 큰일 나요. 그게 결정적인 차이인 것 같아요.


-멜버른은 어떤 곳인가요?

이게 호주 사람의 특성인지, 멜버른 사람의 특성인지 모르겠는데 친절하고 여유로워요. 멜버른은 세계에서 공원이 가장 많은 도시 1위예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다르고 법 같은 건 확실히 지켜야 하고요. (호주에서) 멜버른이 진보적인 곳이라 더 그럴 수도 있어요. 유일하게 녹색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있는 곳이거든요.

왕립전시관(Royal Exhibition Building). 사진=김병철

-생활하면서 알게 된 한국과 호주 사회의 다른 점이 있나요?

기억 남는 게 하나 있어요. 옛날에 긴 머리에 염색, 파마를 했다가 짧게 잘랐어요. 한국 사람들은 ‘야~ 인물 훨씬 낫다’라고 해요.


호주 사람들은 ‘멋지다’라고 하는데, ‘이게 전보다 나아?’라고 물어보면 깜짝 놀라요. ‘더 낫다’고 하면 ‘그 전에 별로였다’는 얘기가 되는 거잖아요. ‘아니 아니 아니 다른데... 그때는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매력이 있어.’라고 해요. (어느 게 낫다가 아닌) ‘다르다(Different)’고 답해요.


한국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평가를 너무 쉽게 하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또 하나는 약자에 대한 배려. 예를 들어서 운전하다가 절뚝거리면서 길을 잘 못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여유 있게 끝까지 기다려주고 가요. 


제가 한국에서 갔을 때인데요. 아버지가 중풍으로 몸이 좀 불편하신데 신발 끈이 풀려서 가다가 멈추셨어요. 뒤에 차가 있어서 미안하니까 빨리 끈을 묶어 줬죠. 그리고 딱 봤는데 운전자를 욕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에 오랜만에 간 건데. ‘와 얼마나 기다렸다고 욕을 하지?’ 여기는 약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면 한국은 약간 무시하는 게 커요. 확실히 여성, 아기에 대한 대우가 달라요.


한국에선 남의 고통에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데, 호주 사람들은 남의 불이익에 되게 분노해요. 사고가 나면 만사를 제쳐두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요. 큰 사고는 아니지만 제 아내가 교통사고 난 적이 있어요. 차에 부딪쳤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제가 올 때까지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줬어요. 한국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거였어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도 있나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어’라고 하면 한국 사람은 ‘좋네~ 돈 많이 벌고’라고 말해요. 그런데 호주 친구들은 ‘너 그러다가 건강 상하면 어떡해?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너 경제적으로 힘드니?’ 이렇게 물어봐요. 달라요.


한국은 확실히 더 자본주의적이에요. 돈에 집착해요. 호주는 돈 외의 가치를 더 많이 봐요. 그걸 많이 느껴요. 한국은 개발해서 집값 올리자고 하잖아요. 여기는 정 반대예요. 집값 오르면 좋지 않으니까 개발하지 말라고 동네에 붙여놔요. 난개발이 되면 사람도 너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게 싫은 거죠. 저는 그게 신기했어요.

카페, 식당으로 가득한 멜버른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Degraves Street). 사진=김병철

호주 이민을 추천하지는 않아요

재호씨도 여느 이민자들처럼 정착 초기 3년은 밤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 주말 마켓에 나가 찜질팩을 팔기도 하고, 호떡 장사를 하려다 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꿈을 꾸며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한국에서 삶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여기선 꿈을 꿀 수가 있어요. 월세지만 넓은 집에 살고 있고요. 투자용 집도 구입했고, 이젠 괜찮은 차도 타고 다녀요. 한국이었다면 꿈도 못 꾸었을 거예요. 또 한국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종북, 빨갱이)으로 힘들었는데 여기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라 편견이 적고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따뜻해요.


-왜 한국에 비해서 여유로운 걸까요? 무엇이 달라서?

일단 소득 불평등이 덜하고 임금이 높죠. 한국은 임금 자체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잖아요. 한국은 내가 (스스로) 안 살아남으면 큰일 나는데 여기는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으니까 최소한은 먹고살게 해주잖아요.


그리고 노동의 값어치가 커요. 한국 가면 그걸 많이 느껴요. 노트북이 고장나서 수리점에 가면 (직원이) 왜 고장났는지 살펴보잖아요. 수리비가 10만, 20만원이라고 해요. (너무 비싸서) 안 고친다고 하면 (한국에선) 돈을 안 받잖아요. 호주에서는 (직원은) 이미 2시간 일한 거니까 다 받아요.


한국은 다 포함해서 얼마고, 이것도, 저것도 해줘야 해요. 여기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 더 하면 돈 더 내야 해요.

아파트에서 이사 청소를 하는 이재호씨. 사진=김병철

예전에 이사 청소했을 때 일인데요. 블라인드는 청소 안 해도 된다는데, 아무리 봐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했어요. 손님한테 그냥 ‘내 마음에 걸려서 했고 추가비용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더니 아니라는 거예요. 토요일에 추가로 일을 했는데 말이 되냐고 돈을 더 줘야겠다고 계좌번호를 달래요.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계좌번호를 달라고 해서 세 번째에 결국 돈을 받았어요. 고맙더라고요.


그 당시에 한국사람이 이사를 나가면서 카펫 스팀 청소를 했어요. 근데 부동산에서 스팀 청소 안 한 것 같다고 ‘다시 해달라’고 컴플레인하는 거예요. 안 하긴 뭘 안 해... 그 카펫 자체가 스팀 자국이 안 생기는 카펫이에요. 부동산의 갑질이에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은 못 해드린다. 최소한 왔다 갔다 기름값은 받아야겠다.’고 했더니 손님이 난리를 치더라고요. 이 상반된 일을 동시에 겪으면서 ‘아 정말 노동에 대해서 접근하는 관점이 다르구나’라고 느꼈어요. 여기는 ‘일을 더 하면 돈을 더 많이 받는다’가 당연한 거예요.


한국은 월급제잖아요. 사용자는 이미 한 달 치 돈을 줬으니까 계속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한단 말이에요. 야근도 시키고. 근데 여기는 시간제잖아요. 일 많이 하면 돈 더 많이 가져가요. 그러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죠.


-호주는 사무직도 시간제예요?

계약은 연봉이 얼마라고 하는데, 몇 시간을 더 일하면 당연히 돈 더 받죠. 사무직도 다 똑같아요.


-그게 왜 그럴까요?

아까 말한 것처럼 살아온 환경이 다르잖아요. 교육도 다르고. 분단 문제도 빼놓을 수가 없죠약자의 권리를 말하면, 가진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아 버리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의 법이 너무 약해요. 다 사용자 유리하게 판결하지, 노동자 유리하게 판결이 몇 번이나 나요? 재벌들이 돈 떼먹어도 다 나오잖아요. 법도 문제고, 법 집행도 문제고요. 그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라도 확실히 했으면 좋은데 민주 정부일지는 몰라도 친 노동 정부는 아니었거든요. 친 재벌 정부였지. 지금까지 친 재벌 정부가 50, 60년을 (집권)한 거잖아요.


근데 여기는 노동당이 제1야당이고 집권도 자주 해요. 노동당은 노조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문화 자체가 달라요. 한국은 레드 콤플렉스가 너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멜버른 시내를 다니는 전차.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안에선 무료다. 사진=김병철
멜버른을 관통하는 야라강(Yarra River). 사진=김병철

-호주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영주권 받기 전의 불안한 신분과 가난이 가장 어려웠어요. 영주권 받기 전에는 누구나 돈이 없어요. 돈을 벌어도 비자 연장비에 쓰고 변호사비 주고, 학생이라면 학비도 내야 하고요. 호주는 렌트비가 정말 비싼데, 전 월세 약 200만원의 압박 때문에 초반엔 너무 힘들었죠.


게다가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영주권 못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막막하더라고요. 영어 강사를 다시 하면 밥은 먹고살겠지만 당장 집 구할 돈이 없으니까요. 호주는 보증금이 한 달 치 월세면 되지만 한국은 최소 1000만원이잖아요


-호주 이민을 추천하시나요?

추천 안 해요.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면 추천하는데 지금은 너무 어려워졌어요. 결혼비자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새롭게 계획을 세워서 하겠다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3~5년을 투자했는데 영주권이 안 나왔다.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답이 없어요.


한국은 기회를 안 주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민을 갈 거라면 영주권을) 줄 수 있는 나라로 가라’고 하고 싶어요.


어느 나라든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가 언어. 영어는 무조건 잘 해야 해요. 무조건 준비해서 가야 해요. 영어는 비자와 이민 생활의 기본이에요. 제 주변에 보면, 잘 사는 사람은 언어에 대한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가서 돈 버는 게 1번이 아니에요. 영주권 취득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걸 장기적 계획을 놓고 하나하나 밟고 지나가야 해요. 영주권을 받고 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식당을 하든 청소사업을 하든 해야지. 영주권 받기 전에 돈 아무리 벌어도 소용없어요. 제 친구가 사업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결국은 영주권 못 받고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여기선 월 1000만원 이상을 벌었는데 한국에선 월 200만원 받고 일하더라고요.


-나중에 한국에 가서 사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세요?

아니요. 지금은 없어요. 없는데 저도 할아버지가 되면 모르죠. 다른 건 모르겠는데 한국 산이 참 그리워요. 한국 산이 참 예쁜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와 한국에서 유명한 호지어 레인(Hosier Lane). 사진=김병철
멜버른 왕립전시관(Royal Exhibition Building). 사진=김병철
뭄바(Moomba) 축제에서 출신 국가의 전통복장 퍼레이드를 한 후 춤을 추는 사람들. 사진=김병철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의 12사도 바위(12 Apostles). 사진=김병철
멜버른은 호주 동남부에 있다. 이미지=구글맵스 캡처

- 기본 정보

o 인구 : 약 2394만명(2015년 6월)

o 수도 : 캔버라(Canberra)

o 면적 : 769만㎢ (한반도의 35배)

o 민족구성 : 앵글로색슨 80%, 아시아, 원주민(애보리진) 및 기타 20%

o 종교 : 기독교 67%, 무종교 26% 기타 7%

o 언어 : 영어

출처 : 외교부


- 이민 정보

o 주호주 한국대사관 이민정보

o 주대한민국 호주대사관 워킹홀리데이 정보


글쓴이의 한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이야기는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혹은 훈계)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난, 이민자 11팀의 정착 이야기가 담긴 저희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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