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Alphabet. Habit
감정을 담고 있는 알파벳 키워드로 글쓰기 습관 만들기
7월 초부터 시작한 달리기.
달리기는 평생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움직임이었는데 우연찮게 하게 되어 한 달 정도 지속하는 시간을 가졌다. 체력이 떨어져 채워볼까 하고 하루 했던 달리기가 답답함을 훌훌 털게 해 주어 계속하게 되었다. 뭐랄까.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그게 좋아 이후 21일을 지속했고 습관이 된덕에 몸과 정신이 덕분에 많이 건강해진 상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달리기를 했고 우울해도 피곤해도 달렸다. 몸이 무거운 상태로 달렸더니 무릎이 아파 잠시 달리기 대신 걷기를 선택하기도 했다. 다소 무리했던 것은 지금 필요한 필요를 만나 회복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여섯 바퀴, 여덟 바퀴, 열 바퀴. 벅차오르는 숨을 참고 완수했을 때 내가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되어 좋았고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약속한 날수를 채우는 성공경험들이 좋았다. 바빴던 내가 나와의 관계를 달리기를 통해 회복하고 있었다.
나는 기획자로 어쩌다 살게 되었는데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사는 역할이라 타인에 의해 자존이 결정되는 거 같아 늘 그게 힘들었다. 자주 내가 아닌 외부의 선택들로부터 한없이 무너지곤 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를 돌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느 날 밤새고 들어와 몽롱한 정신으로 수건을 개키다 울컥 눈물이 났었다. 그 뒤로 시간만 나면 수건을 개켜 미래에 씻고 있을 나를 배려했다. 나를 위한 행동은 이 작은 것부터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만드는 큰 프로젝트들도 나를 잘 만들어주고 있지만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는 나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진짜 나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나를 위한 작은 경험이 달리기였다. 넘쳐 흘러내리고 있는 나를 달리기가 지켜주었다. 특히나 싫어했던 것을 꾸준히 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남겼고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습관을 이런 방식으로 만든 건 처음이다. 싫어하는 걸 해서 만든 건 일(노동)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생긴 자신감으로 막막했던 무언갈 더 하고 싶어 졌는데 그게 글쓰기라는 게 어이없었다. 늘 하고 있는 일(기획서 쓰는 일)이라 글 안 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글쓰기를 바라보고 있다니. 사실 목적이 다르다. 일을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싶다.
해서 <나를 위한 매일의 정리하는 글쓰기>를 준비했다. 짜잔. 글감을 많이 고민하다 마감이 있는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해 제한을 두고 기획했다. 그것은 제일 먼저 정리해보고 싶은 감정 단어들로 A-Z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순서를 만들었다. 실제 키워드가 되는 단어들은 최근에 질문하는 방법을 배운 chat 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생각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와 벌써 신나는 중이지만 긴 호흡을 해야 하겠기에 호들갑은 너무 떨지 않겠다.
그렇게 나를 위한 또 하나의 습관이 내 안에 잘 만들어지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