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A. Affection
감정을 담고 있는 알파벳 키워드로 글쓰기 습관 만들기
애착. 보살핌
누군가 혹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아끼는 느낌
최근에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그렇게 되어간다는 것이" 어떤 과정에 의해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세상에 수많은 것들 중, 그 어느 하나가 내 안에 들어와 좋아하게 되는 게 하루아침(손바닥 뒤집는) 일이라 그것 참 신기하고 신기하다.
어릴 적엔 좋아함들이 물건에 맺혔다면, 나이가 들면서는 콘텐츠로, 그리고 사람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디자인하는 일도, 그림 그리는 일도, 기획하는 일도 사람을 애정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사람이 좋다.
사실 그게 참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어서 사람을 애착하는 과정을 질문하며 들여다보게 되었다. 과거 경험한 애착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꺼내 보았더니 나는 나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상대에게 유독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그 감정은 도달 이전에 먹먹함. 안쓰러움. 우울함이 먼저 서 있다. 그건 결핍으로부터 첫발을 떼었을 거라고 가정하는데 과거 해소되지 않은 어떤 것들이 결핍되었을 것이고 그 모습이 타인에게 투영되어 어쩌면 타인이 아닌 나를 만나는 경험을 하는 게 아닌지 생각했다. 시간 속에 잊혔던, 혹은 맺혀있던 기억들이다. 그래서 처음 만난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이후 그를 애착하고 보살피는 것은, 어쩌면 그를 통해 나를 이해하며 사랑하고 아끼고 싶었던 욕망은 아닌지. 그래서 덕분에 나를 회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주 질문하곤 한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오늘 밤 달리기를 하는 운동장에 별이 총총 떴다. 유독 애착했던 친구가 별이 잘 보인다며 그 운동장에 나를 데려가 주었다. 쏟아질듯한 별을 보니까 그가 떠올랐다. 그가 주고 간 것은 그뿐이 아니다. 마음이 헛헛할 때 듣는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 우리 집에서 보이는 우주선이 내려앉은 산길의 가로등. 물소리를 들으며 함께 걷던 퇴근길 등. 또 한편으론 애착은 함께한 기억들이 중첩되어 자연스레 생기는 것. 현재에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들이(와닿는 경험들이) 기억으로 전환되어 그를, 아니 그 기억을 애착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더 이상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그를 여전히 나는 마음속으로 잘 보살피고 있다. 나는 그런 기억들을 애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