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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동 Aug 04. 2024

글쓰기 B. Bliss

감정을 담고 있는 알파벳 키워드로 글쓰기 습관 만들기

더없는 행복

더할 나위 없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이런 문장처럼 행복했던 때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늘 그날이 떠오른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었다. 일이 늦게 끝나 새벽 3시쯤 작업실이었고 나는 차가 없어서(면허도 없다.) 집에 가려면 택시를 불렀어야 했는데 도통 잡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40분 거리를 걸어가야 했고 나의 반려동물 누룽지는 낮은 포복으로 비를 쫄딱 맞을 신세라 걸어갈 수 없었기에, 에코백에 몸을 반쯤 담근 상태로 오른쪽 어깨에 들쳐 매 졌다. 그사이 비는 초아아아아 - 쏴아아아아 - 하고 이전보다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우산에 나의 드넓은(?) 어깨를 욱여넣고 누룽지도 낑겨넣었더니 나의 볼과 누룽지의 코가 맞닿았다. 곁눈질로 바라본 누룽지는 애처로워 보였지만, 비가 오는 날에 "우리가 이렇게 이상한 경험을 함께할 수 있다니!" 하고 우산 속 귀여운 누룽지를 더 크게 끌어안아 주었다. 그날 참 신기했던 게 그 불편함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살면서 처음 만나본 큰 행복의 형태가 왜 나를 눈물 나게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아마도 그 반대편에서 언젠가 누룽지를 상실하게 되었을 때 이날이 생각나겠구나. 그냥 그런 것들이 불떠올랐던 게 아닐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누룽지와 보내는 시간은 늘 이별의 그늘에 서있다. 그래서 그가 수명이 짧은 개이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가는 것을 늘 염두에 두며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덜 줄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니다. 누룽지가 가고 난 뒤에도 현재 가진 누룽지와의 행복한 기억을 잘 쌓아 후 없을 시간을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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