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E. Ecstasy
감정을 담고 있는 알파벳 키워드로 글쓰기 습관 만들기
황홀감
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느낌
달뜨다는 말이 예쁘고 무슨뜻인지 몰라 찾아봤더니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 였다. 그야말로 달뜬 느낌이다. 예쁜 단어를 획득했다.
고등학교 다닐때 야자를 하고 나면 열시였다. 하교하는 길은 내리막길이었고 정면에 늘 달이 떴다. 나는 당시 달을 애착했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홍차왕자"라는 만화책을 보았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뜬날 밤. 홍차에 보름달을 비추어 은수저로 홍차를 저으면 홍차왕자가 나타나 3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 홍차를 즐겼고 보름달을 기다렸다. 달이 차오르고 비워내는 과정을 관찰했고 음력이 왜 있는지를 그때 알게 되었달까. 어쨌든 그뒤로 나는 달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태백은 하늘과 가까워 늘 수퍼문의 모습이었고 보름달은 황홀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달이준 황홀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곁에 있다. 아직도 달을 보기위해 밤에 바깥에 뛰쳐 나가 쫓아다니니까.
달 이후에 만난 황홀은 달뜬 느낌이다.
기획자를 업으로 삼은 것은 떠오르는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들과 일을 만들고 해야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정리되어 실행되는과정은 늘 신나는 작업이다. 특히나 미쳐 하지 못한 생각을 타인이 공유해주고 그것을 더해서 멋진 것을 만드는 건 참 황홀하다. 보이지 않는 생각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쓰며 나의 생각, 너의 생각을 섞는다. 그러니까 그 세계에 맞닿기 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달뜬 느낌이다. 나는 더 가까이 가고 깊게 알아갈 수록 황홀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랬다. 황홀은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 사람과 진짜로 맞닿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