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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부비 Oct 07. 2020

<돌멩이> 믿음없는 연민과 그릇된 신념의 비극

영화 <돌멩이> 리뷰

영화 <돌멩이> 스틸

석구는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시작한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계란과 바카스를 먹는다. 계란을 배달하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살갑게 장난을 친다. 매일 반복되는 석구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영화 <돌멩이>는 8살 지능을 가진 순수한 청년 석구가 뜻하지 않게 범죄자로 몰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든 것은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작은 시골마을에 외지인 은지가 들어온 것도, 석구와 은지가 친구가 된 것도, 청소년 쉼터의 김 선생이 그 둘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것 역시.


석구에게는 그날 역시 평범했다. 하지만 평소 보지 못했던 은지를 발견했고, 그 후부터 석구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은지는 순수했던 석구에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었고, 두 사람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든 일상을 함께했다.

영화 <돌멩이> 스틸

서울이 집인 은지가 석구가 살고 있는 시골 동네까지 온 이유는 아빠를 찾기 위해서였다. 은지는 사진 한 장을 들고 석구와 함께 아빠를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석구는 은지 아빠에 대한 행방을 알게 되고 은지와 다툼이 생긴다.


그럼에도 가장 무서운 순간, 은지는 석구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물론 석구의 잘못도, 은지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석구는 은지를 마주했고, 은지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벌였던 일은 석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석구의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노신부는 석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석구를 향한 연민으로 그를 도와주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은지가 아프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석구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던 석구는 한순간 성범죄자가 됐다.


영화 <돌멩이> 스틸

여러 번을 재판 끝에 석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평범한 생활이 불가능했다. 석구는 그대로였지만 석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시선은 이미 싸늘했다. 석구와 일과를 마무리하던 친구들도 석구를 외면했다. 


석구를 끔찍하게 위한 노 신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석구를 지키고자 했지만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믿음 없는 연민은 석구를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고, 석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신부님, 나 믿어요"라고 묻는 석구에게 노 신부는 깨달음을 얻는다.


영화 <돌멩이> 스틸

어쩌면 김 선생의 눈에는 처음부터 석구가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몸은 30대지만 마음은 8살인 석구를 향한 김 선생의 시선은 영화 초반부터 불편하기만 하다. 은지를 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가출이었지만 김 선생은 '반항심'이라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은지를 판단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석구와는 좋은 기억뿐이다"고 말했지만 김 선생은 은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는 신념 하나로 은지와 석구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지하지만, 그 역시 잠시 뿐, 또다시 진실을 외면한다.


영화 <돌멩이>는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상대를 100% 신뢰하는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믿는가. 혹은 믿음이 아닌 연민으로 상대를 바라보진 않았는가. 노신부를 향한 석구의 물음에 많은 이들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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