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찰칵. 이제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네모난 작은 스마트폰에는 이제 고성능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어 고화질의 사진을 어디서든 찍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변에는 유난히 사진 찍는 걸 사랑하는 사진꾼들이 있다. 큰 카메라를 들고 주변 사진을 찍고, 일상을 찍는 사진꾼들. 사진이라는 건 어떤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각자의 스마트폰 속에는 각자가 기록하고 싶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꽤 용량이 큰 사진들이 스마트폰을 가득 채우고, 그 사진을 들여다보며 사진 찍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그 월급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자그마한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었던 그때 그 작은 디지털카메라로 주변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그런데 영 사진 찍는 데 소질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흥미를 잃었고, 디지털카메라는 책상 서랍 한 구석 깊숙한 곳에 숨어버렸다.
사진을 찍으면 찍히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보여
사진 찍는 친구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다시 보면 그 대상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인다고. 일종의 독심술인가.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보는데 생각이 보이는 게 가능한 일인가.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그저 허허허 그러냐는 의미 없는 답만 해줬다. 그 친구가 나의 사진을 찍고 그걸 나에게 보여줬을 때, 그때 내 생각이 그에게 보였을까. 내 사진을 본 나는 그저 숨고 싶었다. 이렇게 못난 모습을 도대체 왜 찍는 거야. 마치 내 생각을 읽힌 것 마냥, 사진 찍히는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 시절 내 사진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왠지 자신 없는 내 외모가 남겨지는 것이 싫었고, 내 생각이 남에게 읽히는 것 같아서 웬만하면 사진 찍는 자리는 피했다. 꼭 찍어야 할 경우에도 맨 뒤에 키 큰 친구 뒤에서 눈만 내놓고 찍었다. 사진이란 어색한 것을 남겨서 어쩌자는 걸까. 사진이란 게 의미가 있는 걸까. 대학 졸업하려면 알바 자리나 좀 더 알아봐야 하는데, 사진은 뭐 남는 게 없잖아.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찍어 학비를 번다. 그에게 사진이란 기술은 짝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만나게 해 준 좋은 도구였으며, 작지만 생활비라도 벌게 해주는 생계 도구였다. 그의 사진은 인기가 없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스파이더맨을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꼈다. 그의 사진은 살아 움직였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상상했다.
2010년 박노해 시인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 전시를 했다. 그는 중동,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돌며 자신의 사진기로 여러 가지 흑백 사진을 찍어 전시를 했다. 마침 박노해 시인이 속해있는 나눔 문화라는 단체에서 주최를 하게 되어서 친구와 함께 전시회를 마지못해 가게 되었다. 많은 인파들이 사진을 보기 위해 줄 서있다. 왜.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을 보려고 할까. 티켓을 끊고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사진을 보며 걸어갔다.
사진 속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반응을 상상해 봐
친구는 사진을 보면서 상상을 해보라고 했다. 사진 속 인물들이, 사진 속 강이, 사진 속 동물이 움직이는 상상을.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다 그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움직인다. 그 사진 속의 인물들이 하나 둘 움직이고, 강이 흐른다. 노를 젓는 뱃사공이 퇴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도 상상해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느덧 그들이 집에 가 밥을 어떤 식으로 먹는지 까지 상상해본다. 그렇게 전시관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체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박노해 시인은 직접 그 지역들을 돌면서 일상의 사진들을 많이 찍었고, 그들의 삶을 그대로 사진 속에 담겨있다. 꼭 그곳에 가지 않아도 사진을 통해 그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 꼭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 아니어도 모든 사진에는 그런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피하기만 했던 그 사진들 속에 내 소극적인 모습과 숨고 싶은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여전히 대학교 때 찍은 그 사진 속에는 맨 뒤에 숨어서 눈만 내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아.. 그래서 예전에 친구가 찍히는 대상의 생각이 보인다고 했구나.
사진이라는 좋은 도구에 찍힌 대상들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진은 찍는 사람의 감정과 찍히는 사람의 생각이 묘하게 섞여있다. 그런 생각들은 사진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다시 한번 재해석된다. 사진을 보며 그 안에 움직이는 그들을 본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사진을 찍힐 때도 늘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담는다. 언젠가 그 사진을 다시 볼 때 그때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내 생각이 어땠는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이젠 사진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