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덧붙인 성공적인 트랜스포머 프리퀄

-<범블비>(2018)

by 레빗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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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대한 판타지는 모두의 것


로봇은 한때 남자아이 또는 남자 성인들에게 꿈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하스브로 같은 유명 장난감 회사들은 남자아이들을 위한 로봇 장난감을 수없이 생산하여 그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줬다. 이 판타지는 생각보다 강력해서 장난감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코믹스로 만들어졌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로봇에 대한 판타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다.


현대 들어 로봇에 대한 판타지는 더 이상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여자 아이들도 로봇이나 AI 기술에 환호하고 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는 성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로봇 콘텐츠는 누구에게나 흥미를 끄는 좋은 소재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퍼시픽 림>(2013), <리얼 스틸>(2011) 같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계속 제작되는 것만 봐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머>(2007) 1편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이 영화의 성공으로 영화는 4편까지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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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판타지를 그대로 영상화 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하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면 모든 시리즈가 이야기 구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편에서 로봇이 변신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보여줬고 청소년기 남자의 판타지를 그대로 구현하여 보여주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 이후 후속작이 거듭되면서 스케일을 키우고 많은 로봇을 등장시켰지만, 커진 굉음과 파괴에도 영화의 긴장감은 떨어져만 갔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과 설득력이 현저히 사라져 갔다. 게다가 남성 중심적인 판타지만을 영화에 담다 보니 여성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불편하고 로봇은 전부 남자들로만 묘사된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트랜스포머는 시리즈를 이어갈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 상황이었다.


이 시기에 새로운 트랜스포머 시리즈인 <범블비>가 개봉했다. 기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프리퀄인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 찰리(헤일리 스테인필드)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영화 <범블비>는 범작일 것이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꽤나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의 프롤로그가 시작되면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디셉티콘과 오토봇이 그들의 행성에서 엄청난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에는 <트랜스포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 옵티머스 프라임도 등장해 이목을 끈다. 사실 이 도입부만 보면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범블비가 지구로 오게 되면서 영화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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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프리퀄 <범블비>


영화 <범블비>는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다. 찰리와 범블비가 우연히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디셉티콘 로봇도 2대만 등장해 소규모 전투가 중심이 된다. 규모를 줄이면서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 찰리의 심리 묘사와 범블비를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둘의 관계다. 유능한 다이빙 선수였던 찰리는 아빠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내고 아직 그 그늘 아래 있는 소녀다. 엄마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재혼하며 새 출발을 했지만 찰리는 여전히 아빠를 생각하며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찰리가 집중하는 건 아빠와 함께 고치며 운전했던 자동차를 수리하는 일뿐이다.


찰리가 아침에 일어나 아빠 사진을 보고 인사하고 이빨을 닦으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 쉬는 장면은 그가 아직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가 우연히 범블비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둘의 관계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특히 찰리와 범블비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클로즈업으로 찰리가 우는 얼굴을 보여주고 바로 범블비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은 범블비가 컴퓨터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얼굴을 통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건 찰리를 연기한 헤일리 스테인필드의 공이 크다.


헤일리 스테인필드가 연기한 찰리는 영화 내내 불안정한 심리를 드러내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낸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가족에게도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는 범블비가 지구에서 배척받는 처지에 있는 것과 일치한다. 이 상황은 이 둘을 끈끈하게 이어준다. 두 캐릭터가 위기를 헤쳐나가고 서로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과거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에는 이 둘의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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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의 심리묘사에 집중하며 사랑스러움을 더한 영화


그리고 이 영화의 유머도 꽤나 사랑스럽다. 기억을 잃은 범블비가 찰리에게 주위 사항을 전달받으며 하는 귀여운 행동들은 사랑스러운 웃음을 선사하며 찰리의 옆집 친구인 메모(조지 렌드보그 주니어)가 등장하면서 벌이는 그들의 장난들은 관객의 웃음을 훔친다. 그만큼 배치된 여러 상황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영화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범블비>는 여자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기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차별화된다. 특히나 1편이 남자 청소년의 판타지를 구체화한 영화라면 <범블비>는 그 판타지가 남자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찰리는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안목이 있다. 자동차 수리센터에서 수리하는 아저씨에게 슬쩍 지나가며 수리에 적절한 공구를 역제안하는 장면은 찰리가 가진 능력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게다가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샘 윗위키가 분명한 목적 없이 로봇을 돕는 캐릭터라면 찰리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줄 알고 주변인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 무엇보다 그 목적 안에 범블비가 명확히 들어와 있다.


영화 속의 악당인 디셉티콘의 로봇으로 등장하는 두 로봇 중 하나는 여자 목소리를 하고 있다. 지난 시리즈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여자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으로 과거 시리즈가 악당들까지 모두 남자로 구성할 만큼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영화인지를 알 수 있는 설정이다. 악당 둘과 범블비가 번갈아 전투를 벌이는 장면도 어떤 액션 장면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혼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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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게 쌓아 올라가는 찰리와 범블비 캐릭터


이 긴장감은 무엇보다 두 캐릭터의 관계가 그만큼 영화 내내 탄탄하게 쌓아 올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이 서로 공감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신뢰와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은 우리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 베스트 프렌이 되는 과정과 동일하다. 이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지켜준다.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각자의 전투를 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한다.


이 영화는 찰리의 성장담이다. 영화에서 범블비는 찰리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죽은 아빠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아빠의 죽음 이후 만난 범블비는 찰리에게 다이빙을 시도하게 만들고, 포기하고 있는 그를 계속 북돋아준다. 결국 그는 찰리를 다시 다이빙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게 된다. 영화 내내 찰리의 심리묘사나 관계에 대한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영화는 그렇게 찰리가 성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영화 <범블비>는 성공적인 프리퀄이다. 기존 시리즈가 가지고 있지 못한 감성과 설득력을 채워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고, 1987년을 배경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팝송들을 영화 배경에 깔아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영화 내내 마치 스필버그의 영화 <ET>(1982)를 보는 것처럼 외계인과 관계를 맺어 가능 과정을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최고작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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