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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26. 2019

가족해체에 대한 공포감을 표현하다

-<변신>(2019)




가족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다. 그래서 한 집에 살며 그 사람들과 부대끼며 안정감을 느낀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하나의 가족이 만들어진다. 그들은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자며 생활한다. 그렇게 서로를 챙겨주며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집안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를 성인으로 성장시킨다. 핵가족 사회에서 초핵가족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현재 시점에도 가족이란 존재는 개개인들에게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서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양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지내던 가족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 각자가 바라보는 상대방은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인다. 아침에 그렇게나 인자하던 엄마가 저녁에는 찌푸린 얼굴로 음식을 폭식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침에 온화하게 출근하던 아빠가 저녁 퇴근 후에는 몽둥이를 든 악마처럼 보인다.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한 가족 간의 관계는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들 자신을 괴롭히며 그 잔상은 어쩌면 평생 지워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만큼 가족은 서로에게 힘을 주는 관계에 있지만 서로에게 주는 크고 작은 상처도 많다.


가족 해체에 대한 이야기


영화 <변신>은 그런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오컬트 영화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인 신부 중수(배성우)가 구마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가 구마를 하며 구하려고 하는 것은 악령이 씐 한 여자 아이다. 그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구마를 하는 중수의 뒤에서 초조하게 서있는 여자아이의 엄마도 중수로부터 구원을 바란다. 중수는 그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목도하게 되는 결말은 가족의 해체다. 여자아이는 저 멀리 창밖으로 던져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황망한 아이 엄마의 모습은 영화 내내 중수를 괴롭힌다. 



카메라는 구원받지 못한 가족을 뒤로하고 새로운 가족으로 중심을 옮긴다. 강구(성동일)와 명주(장영남), 첫째 딸 선우(김혜준), 둘째 딸 현주(조이현), 막내아들 우종(김강훈)이 한 차에 탄 모습을 처음 보여주는 영화는 그들이 창밖을 보며 투덜대는 모습을 한참 보여준다. 꽤 가까워 보이는 가족에서 중심을 잡는 건 아버지 강구다. 신부 중수의 형인 강구는 자신의 동생의 구마 실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사하게 되는데 그 상황을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가족들의 짜증을 최대한 억누른다. 특히나 심각하게 짜증 내는 둘째 딸에게는 화를 내기보다 최대한 좋은 말로 달랜다. 따뜻한 아버지의 말이 이어지면서 그 가족은 곧 평온함을 찾고 새로운 집으로 향한다. 


영화가 초반에 보여주는 기괴한 주변의 광경이나, 동물 사체들의 모습은 꽤나 괴기스럽고 공포감을 준다. 그렇게 쌓아 올려 가는 분위기는 가족들의 모습을 한 악령의 등장으로 공포감이 최고조에 오른다. 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 반찬 투정한다고 어린 아들에게 욕하고 폭언을 하는 어머니 같은 부모의 모습은 사실 가족이 같이 살면서 한 번 즘은 맞게 되는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속의 모습은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되지만 인간으로서 가족들에게 화를 낼 때의 모습이 그걸 받아들이는 상대방에게는 꽤 공포스러울 수 있다. 영화 <변신> 은 그 순간 가족이 느끼는 공포감을 매우 잘 포착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가족이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로 돌변했을 때, 그 집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영화 속의 두 딸들처럼 그저 속수무책으로 쪼그리고 앉아 그 폭력을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가족의 또 다른 얼굴


악령이 그 가족 누군가에게 침투하여 같이 사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벌어지는 일은 한 가족이 얼마나 쉽게 해체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옆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가족이 같이 모여 힘을 합하게 되지만 결국 그 일 때문에 각각의 관계들이 균열되기 시작한다. 그 가족에게 있던 아주 작은 균열들은 악령의 장난으로 점점 벌어져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 상황에서 신부 중수가 강구의 가족을 도우려 등장하면서 쪼개진 가족은 다시 하나로 뭉친다. 그 뒤부터 최대한 서로 떨어지지 않게 거실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어쩌면 강구의 가족들은 각 가족들의 악마 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그 관계들이 망가지는 것이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특히나 중수의 등장은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과거와 같은 끈끈한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도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 외부인이나 친척을 부른다. 그렇게 등장한 외부인은 그 가족 안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려 최대한 노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가 피하고 싶은 가족의 해체를 비껴나가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 중수는 그 중재자로서 가족의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영화 초반에 보였던 것처럼 중수는 구마 실패로 본의 아니게 한 가족을 해체한 신부이고, 그 일의 영향으로 인해 같은 악령에게 자신의 가족들이 해체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한 악령과 중수의 싸움이며, 그 싸움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갈 것임을 명백히 드러낸다. 즉, 가족을 해체하려는 악령과 그를 막으려는 한 신부의 싸움이 영화가 보여주는 중심 서사다. 


사실 그 대결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매우 흥미롭다. 가족들이 서로의 달라진 모습에 공포심을 느끼고 서로를 밀어내고 피하는 모습은 관객 자신들의 경험이 대입되면서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의 이름인 <변신>처럼 악령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유발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후반부 급격하게 떨어지는 영화적 긴장감


하지만, 영화 중반 중수가 등장하고 그와 악령의 대결이 본격화되면 앞에서 쌓아두었던 그 긴장감은 모두 증발되어 버린다. 마치 악령이 주인공인 마냥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악령 앞에서 주인공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 그렇게 대단하게 보였던 구마 의식은 이 영화 안에서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이 악령을 쫓아낼 수 있는 의식 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악령을 등장시킨 영화는 그 힘에 대항하는 중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힘 없이 나가떨어지는 그의 모습에 영화적 긴장감도 같이 나가떨어져 버린다. 결국 전반부에 쌓았던 공포감은 후반부에 가면 모두 사라지고 허무한 감정만 남는다. 



영화가 결국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목표에는 근접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은 반만 맞았다. 강구의 가족들이 진정으로 공포에 떨었던 모습은 악령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가족들의 다른 얼굴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까지는 꽤 훌륭한 공포영화다. 그 이후의 후반부는 가족의 해체인지 아닌지 애매하다. 심지어 결말을 보고도 그것이 어떤 모습의 끝맺음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가족을 연기하는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등의 성인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영화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주는 연기를 시종일관하고 있으며 이들의 모습을 받아서 연기하는 김혜준과 조이현의 연기도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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