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Mar 29. 2021

파괴적 격투를 바라보게 만드는 두 괴수

-<고질라vs.콩>(2021)





어린 시절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나오는 영화나 시리즈물을 좋아했다. 외계인, 좀비, 공룡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한 편으론 무서웠지만 눈을 감으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괴물이 나오는 괴수물은 특촬물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후레쉬맨> 시리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면서 악당 괴수와 싸우는 로봇의 활약에 꽤나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했을 때,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혹여 우리 편이 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봤다.


괴수물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잘 짜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육중한 몸을 통해서 전달되는 타격감과 약간의 공포심일 것이다. 괴수가 높은 건물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출동한 다른 괴수 혹은 로봇이 대결을 벌이면 그 일대는 초토화된다. 이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고 결국 괴수가 제압당하는 모습에 안심했다.


애초에 <고질라> 영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계기 자체도 그런 것을 보려는 관객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8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는 논외로 하고 2014년에 나온 <고질라>는 규모를 키우고 진정한 괴수영화로 접근하여 만든 영화였다. 여기에 인간들의 서사를 억지로 연결하여 넣으려고 하면서 러닝타임은 길어졌고 액션 장면은 줄었다. 그래도 고질라가 등장하여 벌어지는 액션과 리액션은 어릴 적 느꼈던 공포심과 통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뭔가 크고 심각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에서 기모라 같은 다른 괴수들을 등장시켰고 그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격투를 벌일 때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인간들의 서사는 지지부진했고 흥행이 생각보다 덜 되었지만 시리즈의 3편이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고질라vs.콩>에는 기존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의 서사는 괴수들의 대결에 맞추어 구성되었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킹콩이 등장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서사가 보강되었다.




킹콩 역시 두 편의 이전 시리즈가 있다. 완전히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킹콩이 살던 스컬 아일랜드가 존재한다는 점만은 같다. 그리고 킹콩은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여자를 보호하고 눈 맞춤을 하기도 한다. 이건 고질라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고질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간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한다. 고질라는 지구를 지키려는 것뿐, 인간의 안위는 사실 관심이 없다.


<고질라vs.콩>에서도 이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고질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고질라 시리즈와 연결된 인물인 메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마크(카일 챈들러)는 고질라를 보호하고 이해하지만 교류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인물들의 서사는 괴수들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의 노력은 서사에도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 각본을 구성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그게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킹콩과 교류하는 지아(카일리 허틀), 네이선(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아일린(레베카 홀)의 서사는 전체 영화의 결말부에 큰 영향을 준다. 지아는 킹콩과 수화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킹콩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 뭔가를 만들 여지가 있다. 결말부 전투에서도 이 인간들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킹콩에 좀 더 정이 가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가족처럼 느껴지는 킹콩의 모습은 이 영화가 고질라의 시리즈라기보다는 킹콩의 세 번째 영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킹콩의 서사에 감정적인 부분이 추가되면서 영화의 서사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액션 장면, CG와 만나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보게 만든다. 격투 장면은 크게 해양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홍콩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밝은 낮에 촬영한 장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 선명하게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타격감이 더 좋게 느껴진다. 홍콩 전투에서 기계 괴수인 메카 고질라가 등장하여 세 괴수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꽤 만족스럽다. 여러 모로 <고질라>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의 컨텐츠 정도로 소비되었던 괴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이것에 대한 소비층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이런 괴수들을 보며 성장했던 많은 어른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이런 영화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고질라vs.콩>이 고질라 시리즈의 마지막 장일지 모르지만 다른 형태의 괴수 영화는 또 제작되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질라vs.콩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sZtWShcSPnE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개인의 투쟁기를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