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2022)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개인적인 능력과 욕심이 최대로 표출되길 바란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조직을 발전시키고 다음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든다. 좀 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양한 조직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조직 내에서 그것을 행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조직의 어떤 규칙 안에서만 행해야 한다는 조금은 보수적인 조건하에서 그것들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 존재하는 조직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은 군대일 것이다. 군대 안에서는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다. 아주 강한 규칙이 존재하고 상관들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문화 안에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힘들다. 군대에서의 목표는 단번에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다. 실제 전투와 전쟁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상대방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에 목표를 둔다. 최근에는 그것이 기술적인 무기들로 인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능력이 그것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엘리트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의 이야기
영화 <탑건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했던 <탑건>의 후속 편이다. 1편에는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로서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엄청난 전투기 조종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개성 넘치는 성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만들어내는 탑건 훈련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과 갈등을 겪는다. 친한 동료 구즈를 잃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능력을 적절히 이용하는 모습이 담겼었다.
이번 2편은 전편 이후 36년이 지난 시점이다. 매버릭은 여전히 군에서 전투기 조종을 하고 있지만 높은 지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군에서 반항아나 아웃사이더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에서 아무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매버릭에게는 좀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는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전투기를 조종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온전히 그만의 방식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데에는 상부의 명령에 어느 정도는 반항을 해야 해낼 수 있다. 그건 과거에도 그랬듯 매버릭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온전히 드러내는데, 그는 36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수적인 해군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친구인 아이스맨(발 킬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버릭은 다시 탑건으로 돌아가 교관이 되고,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맡는다. 매버릭 자신은 전투기 조종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상부에서는 그의 마지막 임무로 그의 실력을 이어받은 뛰어난 파일럿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은 파일럿들은 실제 전투기가 투입되는 임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 수행을 성공해 내기 위해 매버릭이 파일럿들을 교육하는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이 모든 과정은 사실 1편에서 봤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
즉,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전편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과거 1편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장면과 내용으로 전개를 한다. 그래서 과거에 봤던 반복적인 이야기가 한 번 더 전개되는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성은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들과 매버릭 간의 관계는 극의 긴장을 일으키는데 충분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과거 1편의 장면이나 과거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면서 <탑건>의 올드팬들을 만족시킨다. 또한 처음 이 영화를 통해 <탑건>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신구 갈등이나, 동료와의 경쟁 등 익숙한 구도를 흥미롭게 구성해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조금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는 것을 택했지만, 대신에 이번 영화에서 힘을 기울여 집중하는 건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이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활용하고 배우들을 직접 전투기에 태워서 촬영한 비행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굉장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1인칭 시점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담으면서 어떤 특정 상황이 벌어지고 그것에 대응하는 액션을 취할 때는 카메라가 바로 전투기 외부로 시선을 옮겨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현실감은 영화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화의 말미, 실제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과거 1편에서 주 전투기로 등장했던 F14까지 재등장시켜 완벽한 전투 장면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관객에게 전투기 체험을 하는 듯,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
<탑건 매버릭>에서 설정된 임무 자체가 마치 매버릭이 그간 걸어왔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불가능하게 보이는 임무는 전투기를 몰고 좁은 협곡을 낮은 고도로 통과하고 급경사를 올라갔다 내려오며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탈출하면서 마무리된다. 그 임무의 코스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구불구불한 산골짜기를 지나야 하고 엄청난 속도에서 느껴지는 중력을 참아내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고 목표물 앞에서는 정확성 있게 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해야 한다. 매버릭은 보수적인 군대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구불구불하고 높은 중압감의 과정을 모두 견뎌내면서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이번 영화에선 다음 세대의 파일럿들에게 전수하려 애쓴다.
영화에는 루스터(마일스 텔러)라는 인물이 나온다. <탑건>1편에서 죽은 구즈의 아들이다. 매버릭과 굉장히 친했던 구즈의 죽음은 매버릭에게도 트라우마를 안겼지만 아들인 루스터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매버릭과 루스터, 이 두 인물이 상대에게 가진 응어리와 감정이 이번 영화를 끌어가는 주요 감정선이 된다. 마치 유사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미안함과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함께 느끼지만 선뜻 먼저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 응어리가 어떤 식으로 해소되는지를 영화는 화려한 전투와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인물 이외에도 매버릭과 페니(제니퍼 코넬리)의 관계도 보여주는데,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긴장을 만들어내는 관계는 루스터와 매버릭의 모습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인물들의 갈등 구도를 단순화하고 파일럿들이 훈련받는 모습과 마지막 실제 임무를 해결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렇게 영화를 단순화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확실히 공을 들이면서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과거 <트론 새로운 시작>이나 <오블리비언> 같은 비주얼이 훌륭한 SF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가 가진 촬영 기술은 이번 영화에서도 굉장히 크게 발휘되고 있다. 1편에 비해서 좀 더 화려하고 사실적인 전투 활공 장면은 마치 관객이 실제 전투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매버릭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그가 왜 프로페셔널인지를 이번 영화에서도 증명한다. 실제 전투기에 타면서 사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영화에 박진감을 높인 건 배우가 가진 사명감과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 <탑건 매버릭>은 올여름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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