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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Oct 23. 2022

액션은 좋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아쉬운...

-<블랙 아담>(2022)





세상을 이끌어가는 건 무엇일까. 현실에서는 많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앞에 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을 만들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일반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가진 막강한 힘과 자본은 일반인들이 하는 문제제기나 제안을 거부하고 묻어두려 하지만 그런 문제가 계속 지속되면 한 순간에 폭발해버리기도 한다. 그때는 누군가가 영웅처럼 나타난다. 그건 사회운동가일 수도 있고 기업인일 수도 있다. 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항하는 일반인들은 개개인의 힘은 없지만 각자가 가진 힘을 합하면 권력자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그럼 어떤 정의가 맞는 걸까. 그건 아무도 명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영웅이 등장했을 때, 그 인물이 정말 옳은 정의를 찾아올 수 있는 인물인지 알 수 없다.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어떤 영웅은 좀 더 과격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반면, 어떤 영웅들은 사회로 합의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그건 개개인의 특성일 수 있지만 그 영웅이 속한 사회에서는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바라는 영웅의 특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


DC의 안티 히어로 <블랙 아담>


영화 <블랙 아담>에는 다소 어두운 영웅이 등장한다.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은 아주 오래전 칸다크라는 가상의 국가에 노예로 살다가 어떤 기회에 슈퍼 파워를 얻게 된 인물이다. 그는 갑자기 얻은 힘을 복수에 활용하면서 많은 사람을 살상하게 되고 결국 땅속에 영원히 묻혀 잠드는 저주를 받게 된다. 그러다 아드리아나(사라 샤이)에 주문에 의해 깨어나게 되고 다시 등장한 그를 막으려고 접근하는 모두를 죽여버린다. 그가 아무런 판단 없이 하는 그 행위는 살인이다. 거기에는 아무 판단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곧바로 죽여버리는 행위가 수차례 이어지고, 그건 아주 오래전에 행했던 사적 복수와 연결되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칸다크라는 국가는 현재 시점에도 갱단의 통제를 받는 여전히 안정되어 있지 않은 국가다. 갱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반인들을 통제하고 괴롭힌다. 영화 속 아드리아나는 암울한 칸다크의 자유를 위해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던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고대 유물을 찾아다니는데, 그 유물은 악마가 만든 것으로 블랙 아담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를 불러낼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드리아나는 그 유물이 칸다크를 구할 거라 믿지만 그 과정에서 블랙 아담이 깨어나면서 그가 원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된다. 


영화 초반에 아드리아나가 블랙 아담을 깨우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살육 장면들은 관객이 누구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봐야 할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악당의 모습에 가까운 영웅에게 바로 감정이입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힘이 없는 아드리아나를 응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블랙 아담은 다행히 갱단들만 죽여나가지만 그가 일반인들이나 아드리아나의 동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계속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액션 대결


블랙 아담이 본격적으로 칸다크 도심으로 오면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라는 영웅 집단이 칸다크로 파견된다. 갑자기 등장한 존재인 블랙 아담을 막기 위해서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 속한 영웅들은 호크맨(알디스 호지),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델), 아톰(노아 센티네오)이다. 이들은 영웅으로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블랙 아담과 전투를 벌인다. 이들의 도심 전투는 꽤 볼만하다. 하지만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관객들에게는 역시나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진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측면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혼란스러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블랙 아담이 등장하면서 벌인 살육전과 우리가 잘 모르는 영웅들이 격투를 벌이는 모습이 영화의 중반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그 혼란스러움은 계속 해결되지 않고 남는다. 영화 <블랙 아담>에서 아쉬운 부분은 그렇게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계속 등장함에도 이야기에서는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아 답답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 답답함은 빠른 전개와 액션으로 어느 정도 가려지지만 그것도 한계가 느껴진다. 



영화 속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블랙 아담과 대치하면서 다른 측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영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영웅들은 블랙 아담을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살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아무 판단 없이 바로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블랙 아담은 자신이 죽이는 인물들은 이미 도적적 흠결이 있기 때문에 바로 죽여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다소 과격한 블랙 아담의 생각은 영화의 거의 말미까지 계속 유지되면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낸다. 안티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블랙 아담이라는 영웅을 DC코믹스에서는 그나마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소니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베놈> 시리즈나 <모비우스> 같은 안티 히어로 영화들보다는 좀 더 나은 완성도를 보인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샤잠>의 스핀오프라고도 볼 수 있는 <블랙 아담>은 <샤잠>에 비해서는 유치함을 덜어내고 심각한 분위기를 더 넣었다. 액션 장면들은 꽤 타격감이 있는데, 특히나 닥터 페이트가 보여주는 분신 액션 장면들이 꽤 훌륭하게 담겼다. 그 외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주인공인 블랙 아담의 액션도 과거 <맨 오브 스틸>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액션 장면들을 다시 활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향후 DC코믹스에서 만들고 있는 유니버스 안에서 블랙 아담과 슈퍼맨의 대결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블랙 아담>은 그런 다양한 계산 하에 만들어진 공산품 같은 액션 히어로 영화다. 


적당한 완성도로 만들어진 공산품 같은 영화



영화를 연출한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하우스 오브 왁스>, <오펀: 천사의 비밀> 같은 공포 영화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 <커뮤터> 같은 작은 규모의 액션 영화 연출에도 재능을 보였다. 이 영화에서 블랙 아담 역을 맡은 드웨인 존슨과 <정글 크루즈>를 연출하면서 보다 큰 규모의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고 <블랙 아담>이라는 큰 프로젝트의 감독으로 선택되었다.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지만 DC코믹스에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성실히 영화 안에 녹여냈기 때문에 향후 DC 유니버스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드웨인 존슨은 이번 출연으로 히어로 장르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영화 안에서도 큰 근육의 우람한 몸을 이용한 액션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그가 안티 히어로가 된 것이 영화에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블랙 아담은 영화에서 큰 힘을 가지게 되었고, 칸다크 라는 국가의 수호자로 거듭난다. 그가 행하는 방법은 정의롭지 못하지만 그가 하려는 일은 정의로운 일이다. 그의 방식대로 행하는 정의가 과연 옳은 것인가는 아마도 향후 DC코믹스의 영화들에서 계속 다루어질 문제인 것 같다. 이 영화의 말미에 존재하는 쿠키 영상 한 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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