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어스(2011)
지구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지구가 있다면?
어나더 어스는 SF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심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로다(브릿 말링)와 존(윌리엄 매포더)의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 운전하던 로다가 듣던 라디오에선 또 다른 푸른헹성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걸 쳐다보던 로다는 다른 차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만다. 그 사고로 존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뱃속의 딸을 잃는다. 결국 미성년이었던 로다는 감옥에서 4년을 보낸다.
영화는 로다의 출소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지구의 등장으로 매스컴과 사회는 온통 똑같이 생긴 지구에 대한 이야기뿐이지만, 로다는 학교 청소부일을 택해 일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우연히 존을 발견한 로다는 존의 집에 사과하러 갔다 엉망인 존의 집을 청소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로다의 심리가 이동하는 순간을 영화가 담고 있다.
로다의 치유 과정을 담은 심리 드라마
사실 영화는 로다의 심리치유 과정을 담고 있다. 로다는 사고의 가해자로서 감옥에서 대가를 치르고 나왔지만, 본인의 잘못으로 모든 가족을 잃은 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로다가 존에게 사과를 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가해자가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쉽게 용서하기는 어렵다. 실제 폐인 생활을 하고 있는 존의 모습을 본 로다는 아마도 그를 그 구덩이 속에서 끄집어내고 자신의 죄도 덜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결국 존과 사랑에 빠지게 돼버리지만, 그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고 로다를 괴롭힌다.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지구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다. 내가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밖에서 나를 보면 좀 더 성찰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보다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환경에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내가 다른 곳에 살고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을 것이다.
지구에서 다른 지구의 나를 보다
로다는 실제로 또 다른 지구에 가볼 수 있는 국가적인 이벤트에 당첨이 된다. 그녀의 죄책감은 결국 본인이 지구를 떠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른 지구에 가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그건 자기의 죄로부터 떠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원죄로 부터의 도망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세부적인 것을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결국 존도 로다를 부분적으로 용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마지막 로다가 편안해하는 표정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관계를 맺고, 용서하고, 성찰을 통해 다시 삶을 살아간다.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 실수가 비록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자기 성찰과 반성, 용서는 필요하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쉬운 건 아니다. 우린 지구인 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누구나 자기를 괴롭히고, 혼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이 용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용서와 성찰에 관한 시선을 담은 좋은 SF 드라마
성찰의 기회는 언제나 주어진다. 꼭 영화 속처럼 또 다른 지구가 나타나지 않아도 주어진다. 바로 지금 여기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자. 거기 또 다른 내가 서있을 것이다. 마지막 로다의 당황한 모습처럼 나도 또 다른 나를 보고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영화는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훌륭한 심리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소재도 괜찮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겪을 수 있는 일을 보여주며 그 일에 공감하게 하는 영화다. 그래서 보고 나서도 자꾸 곱씹어 보게 되는 영화다. 가해자로서의 삻과 피해자로서의 삶, 그 둘이 관계를 맺는 다면 잘 될까? 결국 나 자신을 성찰하고 들여다본 후에 그 답이 나올 것 같다. 하늘에 보이는 또 다른 지구의 영상이 참 아름답다. 전반적으로 참 아름다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