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세상의 빛
학부모 상담 때마다 나는 그렇게 말한다. 부모님들은 고개를 끄덕이신다. 조금은 안심하신 얼굴로. 하지만 사실, 그 말의 절반은 내게도 해당된다. 아니, 어쩌면 전부.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늘 배우는 중이다.
때로는 서툰 사과에서 용서를 배우고, 작은 다툼 속에서 관계의 온도를 배운다. 누군가는 "미안해"를 말하지 못해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는 "괜찮아"를 건네며 먼저 손을 내민다. 그 순간들이 내게 가르쳐준다. 사과는 타이밍이 아니라 진심의 문제라는 것을. 용서는 망각이 아니라 함께 가기로 결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그저 살아가며 배우고, 나는 그 곁에서 바라보며 다시 배운다.
교실은 작다.
가로 9미터, 세로 7미터. 책상 서른 개가 빼곡히 들어선 공간.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상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면 그 빛이 세상을 전부 비춘다. 창밖 세상은 넓고 복잡하지만, 이 좁은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세상의 축소판을 경험한다.
친구와의 첫 다툼, 함께 웃는 순간, 누군가를 처음 이해하게 되는 날. 아이들의 웃음은 하루의 온도를 바꾸고, 그들의 말 한마디는 내 안의 오래된 돌멩이를 굴려놓는다.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됐어요?"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준비된 답이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그건 면접 때 외운 문장이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도 배우고 싶어서."
그렇게 답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배움을 멈추는 게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책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강의가 아니라 순간에게서 배운다.
나는 이 작은 세상을 '학교'라 부르지만, 어쩌면 더 정확한 이름은 '삶의 연습장'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여기서 실수하고, 다시 시도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또 다시 일어선다. 그 모든 과정이 허락되는 곳. 실수가 점수가 아니라 배움이 되는 곳.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곳.
매일의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 우리 모두를 조금씩 사람답게 만들어간다.
복도에서 마주친 아이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순간, 숙제를 잊어버렸다고 솔직히 말하는 순간, 친구가 울 때 가만히 옆에 앉아주는 순간. 그 순간들은 교과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어떤 단원보다 중요하다.
어른인 나도 그 순간들에서 배운다. 정직의 용기, 침묵의 위로, 곁에 있어주는 것의 힘.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가르치려다 배우고, 이끌려다 멈춰 선 나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완벽한 교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 서툴게 배워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아이들은 자라며 세상을 배우고, 나는 그들의 세상에서 인간을 배운다.
어떻게 실패를 견디는지,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지, 어떻게 타인을 이해하는지.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이 먼저 보여준다. 나는 그저 지켜보고, 때로는 같이 웃고, 가끔은 함께 울 뿐이다.
이곳은 작지만, 참 많은 빛이 머무는 곳이다.
아침 햇살, 아이들의 웃음, 창문 너머 바람, 칠판에 남은 분필 흔적. 모든 것이 빛이다. 그 빛은 교실을 채우고, 복도를 지나, 때로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그 빛 속으로 들어간다.
출석부를 들고, 분필 한 자루를 챙기고, 교실 문을 연다. 아이들이 "선생님!" 하고 달려온다. 나는 그들을 맞이하며 생각한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이 작은 세상에서, 우리는 함께 배우고 자란다. 아이들은 세상을, 나는 삶을.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람다워진다.
이 글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
교실은 제게 가장 작은 세상이자 가장 큰 이야기의 무대입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실수, 그리고 성장의 순간을 영화처럼 기록합니다. '무비샘'은 Movie와 샘(Teacher)을 더한 이름으로, 매일의 수업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장면을 따뜻하게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