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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Jan 08. 2023

<러빙 빈센트>
최선을 다했지만 고통받는 당신에게

Loving Vincent. Love Yourself.

영화가 떠난 이를 추모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당사자의 삶의 일부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주변인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줄 수도 있다. <러빙 빈센트>는 고흐가 죽은 이유 자체를 좇는다. 영화의 화두는 ‘고흐가 왜 죽었나?’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고흐가 왜 죽어야만 했나’하는 아쉬움으로 매듭지어진다. 그 아쉬움은 보는 이를 감화시킨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빈센트(Loving Vincent)에 대한 추모와 위로다.  

   

<러빙 빈센트>는 아르망이라는 인물의 시선을 좇는다. 아르망은 고흐의 편지를 담당했던 우체국장인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을 받는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전달해달라는 것. 아르망은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를 애도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설상가상으로 테오도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아르망은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전할 사람을 찾기 위해 고흐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조사하는 아르망의 시선을 따라간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산아인 형의 그림자로 태어나 가업인 목사로의 삶도 실패해버린 고흐는 28살의 늦은 나이에 붓을 잡는다. ‘세상이 버린 바닥 중의 바닥’이라는 자괴감과 빈곤에 평생을 고통 받으면서도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사랑했던 사람. 고흐는 당대 화가들이 담지 않은 일상의 풍경을 그가 화가로 활동한 8년 동안 800여 점이나 그려왔다. 그의 생전에 팔린 작품이 단 한 점이라는 사실은 ‘사랑하는 빈센트’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저릿하게 만든다.      


고흐의 자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쇠약해져가는 동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신적·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에는 누군가의 타살이라는 주장도 각광받고 있다. <러빙 빈센트>에서도 고흐가 죽은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이를 통해 부각되는 건 ‘고흐의 죽임이 아닌 삶’이다. 아르망은 고흐의 죽음을 추적하며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왔고 사랑했는지 알게 된다.      


고흐. 뜨거운 열정으로 시린 현실을 살아야 했던 사람. [출처: 네이버영화]


고흐에게 그림은 세상의 재현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본’ 세상의 재현이었다. 고흐의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나 <해바라기>가 위시하듯 오묘하고 짙은 색감과 강렬한 붓의 질감이 특징이다. 고흐의 작품 속 대상은 실제 모습보다 원색적이고 흐릿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당시 고흐의 감정과 대상에 대한 생각을 무엇보다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때때로 해를 삼킨 해바라기만큼 뜨거웠고 칠흑 같은 밤하늘만큼 시리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 고흐를 멸시했던 아르망은 이 여정의 끝에서 고흐의 삶을 존경하게 된다. 아르망이 고흐를 멸시하고 방관한 이들의 멱살을 잡으며 대거리하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 고흐가 더 살아주었기를.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고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주었기를. <러빙 빈세트>는 사실 사랑하는 빈센트에게 우리가 보내는 회신 불가능한 편지가 아닐는지.        


삶의 한 순간에 고통받았던 혹은 고통받는 당신에게 건네는 고흐의 위로.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러빙 빈센트>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 길을 가야할 때. 나의 최선이 그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고흐처럼 주저앉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러빙 빈센트>를 보며 고흐의 자조와 좌절에 감화되고 불가능한 일임에도 그를 기꺼이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치솟은 것은 역설적으로 고흐가 그의 삶과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다.     

 

당신의 삶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기를. 순간의 멸시에 무릎 꿇지 않기를. 당신은 언젠가는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빈센트에게 건네는 위로가 당신에게 향해야만 끝난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It's all about your cries and kisses. Those first steps that I can't calculate.

(이 모든 것은 당신의 눈물과 입맞춤에 대한 것들이에요. 내가 상상조차 할 수 그 모든 첫걸음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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