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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맘 Apr 11. 2023

제주 리모델링 좌충우돌이야기

또 한 번의 리모델링 공사, 모든 경험은 인생수업

 아이 업고서 카페 인테리어 공사현장에 쫓아다니던 때가 벌써 2년이 흘렀다. 어느새 생활반경은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옮겨왔고, 넓고 멋들어진 월셋집에 머물던 우리는 이제 좁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우리만의 결을 쌓아나갈 새집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뱃속에 또 하나의 아이를 품고서 작은집 리모델링 현장에 내가 서있다. 다시는 리모델링 공사 안한다며 혀를 내둘렀던 지난 날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기대에 찬 눈망울로 신나보이는 내가 말이다. 최근 푹 빠져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 말을 들려준다. 삶에서 모든 일들은 돌고 돌아 비슷하게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걸어갈 길이,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번 같은 문을 열고 길을 통과하는 나는 이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눈 앞에 도랑을 마주할 때나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릴 때 마다 스스로 되뇌이곤 한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같고 또 다른지, 그 때의 선택은 무슨 결과를 낳았고 그럼 지금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업체선정부터 마감디테일까지 오늘로 딱 33일째, 준공청소를 하루, 이사를 이틀 앞두고 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 했던가. 아직까지도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작은 디테일들을 곱씹으며 밤 늦은 시간까지 공사현장에 남아 고심하다 또 다른 날의 나에게 전하고 싶어 써내려가는 이야기다.


<인테리어 업체선정 포인트>

1. 99% 믿을 수 있는 지인이 있다면 지인찬스가 better.
2. 그렇지 못하다면 첫 미팅 전, 공간에 대한 상세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것
 (공사 특성상 변수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초기 포트폴리오의 부재는 사공이 없는 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3.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최소 3개 업체와 미팅 후 견적을 받아 비교할 것
4. 상세견적(세부내역서)을 필수로 받을 것 (계약과 동시에 계속해서 추가되는 공사비용 조율에 효과적)
5. 공간에 대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전하고 그에 따른 업체의 가치관을 듣고 비교할 것
 (ex.새로운 방법에 대한 도전정신, 디테일 추구, 디자인 요소/실용적 요소 등)


2년 전 카페 인테리어는 믿을 수 있는 지인과 진행했었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지인이라 좋은 점과 힘든 점이 공존했다. 어떤 일이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고자 하면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이번에는 자잘한 스트레스도 덜 받을겸 턴키 업체와 진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리모델링 견적은 남편의 친한 친구에게 하나, 생판 모르는 업체에게 하나 받았다. (지인을 A, 타업체를 B라 하겠다)


A는 3천만원 후반대의 견적과 함께 a4용지 7장 분량의 상세 내역서를 전해주었고, B는 2천만원 후반의 견적을 a4용지 한장에 명료하게 적어주었다. A는 첫 미팅부터 굉장히 꼼꼼한 측량과 함께 질문을 했고, 나의 요구사항에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쉬운 것과 어려운 것들을 구분지어주었다. B는 나의 요구사항에서 먼저 A가 불가능하다 어렵다 말한 것들을 쉽게 쉽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들을 말해주었고 나는 왜인지 B에게 더 마음이 갔다(이때까지만 해도 추가적인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2년 전 건축설계를 위해 만났던 FM 건축사와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사건건 불가능하다, 무조건 안된다 말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게 얼마나 지루한 러닝인지 경험해보았기에, 시도해보려는 의지가 없거나 틀에 갇힌 것만 하려는 사람과 일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이 판단에 꽤 큰 영향을 미쳤다. 2년 전과는 반대의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국 애써준 남편과 A에게 고개숙여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어떻게든 스스로 잘 해보겠다며 호기롭게 전투장으로 나섰다.


 문제는 업체선정 포인트에서 간과한 두번째, 명확한 포트폴리오의 부재였다. 서류가 아닌 구두 상의 포트폴리오로만 오고갔기 때문일까 계약일 전 B로부터 돌아온 말은,

”사모님이 이건 말씀 안하셔서 초기견적에 없었는데요, 아이고 제가 이건 견적에서 빠뜨렸네요.“

결국 계약 당일의 견적은 성큼성큼 뛰어올라 3천만원 후반, 거의 4천만원대에 진입하게 되었고, 계약서 작성부터 빠듯한 공사일정까지 휘몰아친 덕에 철거하기로 한 당일까지 이게 과연 합리적인 가격인가를 두고 밤잠을 설쳐댔다. 우리의 예산은 평당 최대 200만원, 3천만원 초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업체는 계속해서 상세견적의 제공을 꺼려했고 최종적으로 받아낸 세부견적서도 겨우 a4 한장짜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휴지걸이, 수건걸이 ₩50,000 이라 적혀있던 A의 견적과 달리, 욕실도기류 ₩700,000 이렇게 통으로 적혀있던 B의 견적서는 대형공사가 아닌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인테리어사 대표의 컴퓨터 속에 지금까지도 꽁꽁 숨겨져있었다.(어쩌면 머릿 속에 존재하는 견적이라 전산에도 없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정확한 단가제공없이 뭐 하나 요청할 때마다 머릿속 계산으로 금액이 책정되어 추가되곤 했다. 예를들면 베란다 펜트리 추가 40만원, 전기 콘센트 추가 40만원, 베란다 온수기 설치(설치비용만) 40만원 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추가, 추가, 추가금액에 정신없이 이끌려가다가 그만 내가 폭발한 지점은 타일 공정이었다.


<리모델링 공정>
철거 -> 도어발주 ->설비->미장->전기->자재양중->가구실측->도어시공->타일->도장(퍼티/샌딩)->목공->도기설치->필름->바닥재->도배->가구시공->조명설치->중문시공 ->준공청소


 업체와의 첫 미팅 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그들의 요구에 공간마다 원하는 타일의 모양과 사이즈, 색상 그리고 구매처 등을 밤을 새서 작성해 보내주었다. (그제서야 준비하기 시작한 포트폴리오..)

그리고 며칠 간 아무런 말이 없기에 그에 따른 타일 준비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다. 분명 원하는 타일들은 제주에 없을 것이고 육지로 발주를 넣어야 할 것이 분명하기에 확인차 물어보니 거래업체에서 즉시 발주가능한 건 현관타일 뿐, 나머지는 구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주문해야하며, 본인들이 작성한 견적엔 일반적인(?) 타일금액이 포함되어 있으니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 타일은 결제까지 직접 해주어야 한다는 것.


 의문이 일었던 건, 이 업체는 다른 업체에 비해 타일/가구/인건비 견적에서 비용차이가 컸던 것. 나는 그 이유로 기업이윤 등을 기재한 상세견적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에 견주어봤을 때 세가지 부분에서 마진을 남긴다는 합리적인 의심과 혹은 시공자재의 품질이 높을 거라는 착각을 꼽았던 것이다.(지금에와 돌이켜보면 지나친 착한 해석이었다. 업체는 모든 자재를 가장 저렴한 것들로 채워넣었으니 말이다.)


업체의 횡포가 점점 과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타일 공정(도기 포함)만 B업체가 제시한견적의 절반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지인분께 부탁하여 진행하기로 했고, 이때부터 리모델링 업체도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공정에서 또 별도 비용 추가를 요청해오는 것이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남편과 함께 대표를 만났다. 철거는 진행된 상황이었지만 공사를 전면 중단하라는 남편의 말에 인테리어 대표도 움찔했나보다. 두세시간의 토론 끝에 결국 공사종료 시까지 조금의 추가요금도 없이 기존의 계약금액대로 진행하기로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사실 이사 일정을 미루고 새로이 업체를 알아보고 진행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다소 지쳐있었나보다. 2년 전 카페 리모델링 때, 남편과 어찌나 다퉈댔는지를 생각하면 최대한 혼자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고, 이미 나의 선택에서 비롯해 시작된 길이니 내가 마무리 짓고 문을 닫고싶은 책임감까지, 여러 생각들이 겹치던 밤들이었다.


<반셀프 타일공정 팁>

1.타일시공 부문 실측 (실측+20%로스율로 타일 주문)
2.타일 발주(도내)
-제주도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ks타일’ 업체를 주로 이용
-제주시/서귀포시 모두 갤러리 규모가 큰 편이라 둘러볼만 함
-하지만 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주로 추천하며 수입타일 등은 발주상품으로서 시간이 꽤 소요
-소량 발주는 화물 운송 시 책임소지가 ks타일측에 있어 발주를 꺼려함
*내가 원하는 타일들은 모두 발주가 안된다는 말만 돌아왔음(가능하면 업체와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

3.타일 발주(도외)
-윤현상재/대제타일 등 온라인 상에서 마음에드는 타일을 선택한 후 직접 견적 의뢰
-화물택배(경동) 제주운임 4만원(파손 시 책임은 구매자 부담)/ 용달 제주운임 18만원(파손시 책임은 판매자 부담)
-용달은 구매자가 직접 하차를 해야하며, 공사현장(4층)까지 배달해주지 않음
-화물택배는 지정영업소로 찾으러 가야하며 결제 후 트렁크에 실어줌, 마찬가지로 공사현장(4층)까지 배달해주지 않음.

tip. 따라서 아파트 공사의 경우 리모델링 공정 상, 자재양중(lift)전에 타일이 도착해야 양중비 이중 부담을 줄일 수 있음.
tip. 사이즈가 큰 타일의 경우에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내가 주문했던 100*100, 150*150, 200*200, 250*250 사이즈의 타일에서는 화물 택배시 파손이 없었음. 그리고 기본적으로 로스율 20% 정도를 감안하여 넉넉하게 주문하기에, 작은 사이즈라면 화물택배로 받아도 충분하지 않나 싶음.

4.메지 및 부자재 발주
-도내 타일업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음 (도내업체 중 서귀포 한라타일은 도기류, 타일 등을 현장까지 배송도 가능)
-기본 화이트 색상 외에도 베이지, 초코 등 다양한 색상을 구할 수 있음
5. 타일부착 (앞,뒤 베란다, 현관, 주방, 화장실 까지 2일 소요)
6. 건조 후 메지 작업 (반나절 소요)
7. 도기류 등 설치 (반나절 소요)

 

 타일 공정을 반셀프로 진행하면서 배운 점은 크다. 결과적으로 타일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내 욕심이 스스로를 얼마나 사서 고생하게 만드는지와 한두푼 손해를 보더라도 남편이 늘상 말하는 ‘좋게 좋게’를 따르는 게 타인과 함께하는 일의 수순에 있어서는 꼭 필요하다는 점.


실제로 타일 주문 시, 수량계산에 착오가 있어 몇 번을 추가로 발주하기도 했고, 인테리어 대표와 타일 사장님 사이에서 일정 조율로 애를 먹기도 했다. 인테리어 업체는 타일공정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청소 조차도 손을 대지 않았고 심지어는 관련 폐기물 처리는 타일 공정의 몫이라며 아파트 복도에 늘어놓아 나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상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결국 그 집에 살게 될 사람은 나이니 그 쓰레기들도 내가 치울 수 밖에 없었던 점에서 헛웃음이 밀려오기도 했고, 처음에 속시원하게 기업이윤으로 ‘나 고생했으니까 이만큼 남겨먹을게!’ 했던 A업체를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타일에서 욕심을 줄이고 B업체와 좋게좋게 가격을 조율했더라면 어땠을까, 알아도 모른척 넘어갔더라면? 나는 도대체 왜이리 깐깐할까? 까지, 여러 자기 반성을 하게 했던 또 한번의 경험.


 공사가 끝난 후 업체대표는 변화된 공간의 사진들을 올리며 “15평 소형 아파트, 20평대처럼 환하고, 밝고, 넓게 새로워집니다”라는 말과 함께 본인 sns에 업로드했다. 나처럼 그와 계약하게될 누군가에게 ‘환하고 밝고 넓어지려면 당신의 센스와 함께 추가요금이 많이 들거에요’라고 귀띔이라도 전하고픈 오지랖이 가슴 속에서부터 일렁거렸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에게 공사 내내 커피라도 한잔씩 돌리며 현장 사람들에게 수고하십니다 인사할 줄 아는 인간미가 없어 아쉽다는 말들을 늘어놓던 대표, 정말 커피 대신 엿먹으라며 손가락 엿이라도 돌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으며..^^ 값비싼 인.생.경.험. 했다 치기로 한다.


 단순히 벽지 색상, 페인트 색상, 타일 디자인 이 정도만 골라주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줄거라 착각했던 불과 몇 주전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경동택배 서귀포지점을 아침 저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타일을 퍼다나르던 임산부의 타일 공정, 아니 15평 리모델링 공사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이후로도 가벽 파티션의 유리 선택, 주방 싱크대볼, 후드, 조명 스위치 등의 선택, 가구 디자인 등 사사건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리모델링. 첫 선택의 순간부터 ‘쉽게 쉽게’ 가려다 되려 호되게 당한 기분이지만 이 또한 훗날의 나에게는 경험으로, 자산이 되어 남겠거니-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신에 다음번에는 꼭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자!



 또 한번의 공사현장에 내가 서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센스있는 전문업체에게 맡기는 게 신경도 덜 쓰이고 베스트겠지만, 이렇게 인테리어를 턴키로 맡겨 인건비를 주면서도 디테일 요소, 자재 하나하나 신경쓰게 될 나같은 고객이라면 반셀프나 셀프가 적절하다. 업체선정은 정말 중요한

첫번째 단추라는 걸 명심해야한다!


유별난 성격탓인지 한달 내내 잠못이루었던 나는 업체 디자이너는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자꾸만 남기도 하지만그래도 결국! 이 일은 재미있었다는 결론이다. 다시 태어나면 목수일을 배우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인지 후회는 없다.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시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반셀프로 진행해보고 싶다. 업체 대표 인건비로 드는 천만원을 아껴 원하는 자재, 높은 퀄리티의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다음부터는 미리 준비해서 각각의 공정별로 팀을 꾸려 진행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이번 공사를 진행하며 타일과 도기를 살펴보려 매일같이 서귀포 ks타일 갤러리에 한두시간씩을 머물렀다. 그때 수시로 드나들던 현장 업자들의 말, ‘제일 싼걸로 줍서 제일 싼거!’ 하나같이 내뱉던 이 말이 인상에 남는다. 비누 거치대도 몇 천원부터 몇 만원까지 폭이 다양한데 세면대며 변기, 욕조, 타일 등은 어떠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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