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널 브랜딩이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구성원)을 위한 브랜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구성원이 서비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애정을 갖고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활동 일체를 칭함.
김병기 대표에게 직접 듣는
F&B 브랜드 주식회사 프릳츠의
인터널 브랜딩 이야기
내부 브랜딩은 외부 브랜딩과 더불어
회사를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부지런히 왜냐고 묻는 것,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내부 브랜딩에 중요한 부분이다. 처음에 같이 일을 시작할 때 ‘왜’를 물어본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구조와 방향에 동의하는가에 대해 자꾸 물어본다. 혹시 회사의 방향이 본인이 지향하는 바와 다르다면, 지금이라도 하차 버튼을 누르라고 말한다.
내부 언어 디자인에 신경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소통'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 회사를 왜 퇴사했냐고 물어보면 “소통이 안 되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말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소통은 용과 같은 것이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보거나 해본 적은 없다. 서로가 생각하는 소통이 다르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피드에 답 방문을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여기고, ("소통해요~")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 사람을 차단한다.
프릳츠에서는 소통이라는 단어 대신 ‘약속’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언어 감수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넹"이라는 대답과 “네"라는 대답은 다르고, “ㅇㅇ”라는 말에 누군가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우리는 ‘알았다’라는 뜻만 전달되면, 이들 중 어떤 것을 써도 된다고 약속했다. 기분이 나쁘면, 용기를 내서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언어를 굉장히 신경 써서 사용한다. 이런 내부 언어 디자인이 내부 브랜딩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 모든 일은 칼로 자르듯이 나눠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장점과 단점이 완벽하게 둘로 나눠지지 않는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회사도 해보니 완벽한 회사가 없다. 완벽한 회사도, 구조도, 제도도 없다. 장단점을 고스란히 껴안아야 한다. 연애와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좋아서 만났지만 안 좋은 것을 견딜 수 있어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일하는 구성원에게 “장점을 원한다면 단점도 받아들여라.”라고 말한다. 프릳츠의 장점은, 인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직급이 없고 직책만 있다. 승진이 없다. 경쟁심 있는 친구에게는 큰 단점일 수 있다. 하지만 프릳츠의 장점을 좋아한다면 이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프릳츠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안정된 기술자의 삶을 구현하고 싶었기 때문에다. 구성원들이 ‘우리' ‘프릳츠스럽다’라고 말할 때 ‘안정된 기술자의 삶’을 떠올리길 바랐다.
프릳츠의 다양한 제도들
프카: 차가 없는 구성원들, 함께 타요
빈스톡: 회사가 돕는 구성원의 금융소득
유급병가: 아프면 회사가 쉴 수 있게 도울게요
가족수당: 가족이 있는 구성원, 힘내요
비타민박스: 혼자 사는 구성원들, 비타민 챙겨먹어야해요
칭찬해: 다른 구성원에게 관심과 응원을 표현해요
체력단련비: 건강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체력단련은 의무
어필비: 우리는 무대 위에 선 사람들, 무대 의상 입어요
사실 내부브랜딩이라는 것은 수단에 불과하고 목적은 따로 있다. 프릳츠는 비록 작은 회사지만 ‘동기부여가 잘 된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이념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자가 자신의 기술만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게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커피 만드는 기술, 빵 만드는 기술로 자기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술자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채용 방식이 까다롭다고 들었다.
우리는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테면, 바리스타 경우 대외 수상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삶에서 일이 중요한 사람들’을 뽑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는 일주일에 이틀 일한다. 대신 그 친구는 음악을 좋아해서 남은 시간에 음악을 많이 한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지만, 그 친구와 함께 일을 할 순 없다(웃음). 그 친구가 생각하는 일의 비중, 일에서 성취하고 싶은 가치가 나와 다르다. 적합한 사람을 모시기 위해 특별한 이력서 양식과 같은 다양한 절차를 마련했다. 면접의 단계마다 전혀 다른 구성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내부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학생 시절 소위 '빨갱이'었다. 학생 운동, 노동 운동을 참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노동에 대한 감각이 나에게 중요한 지점이었다. 나도 노동자였고, 같은 노동자로서 구성원들이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여기느냐고 묻는다면 ‘전우'라고 이야기하겠다. 세상이라는 전쟁터를 같이 헤쳐가는. 프릳츠의 구인공고에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라는 말을 쓴다.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인지가 중요하다.
4호점 계획이 있는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올해 구성원 중 4명 정도가 결혼을 했다. 결혼하면 돈이 더 필요하다. 카페는 노동집약적 사업이라, 그들이 육아휴직을 갔을 때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삶의 속도에 맞추어 4호점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십 년 뒤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공동창립자끼리 너무 먼 계획을 세우지 말자고 처음부터 약속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요식업이고 음식을 맛있게 하는 것에 코어(Core; 핵심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 어떻게 맛있게 만들지에 집중한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음료, 빵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회사로서의 계획 역시 생각해본 적 없다. 하지만 만약 해야 한다면 할 것이다. ‘호두과자를 팔아야 한다면 팔자’라고 이야기한다. 프릳츠 구성원들의 삶의 속도가 있고, 한 번 함께했으면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계속 함께하려면 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른 것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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