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RE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개연성 Sep 12. 2019

서비스 기획자의 자질

IT 업계에서 문과로서 도전해볼 수 있는 직무이기 때문일까. 내 주위에도 그렇고,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신입 채용 공고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신입으로서 기획자의 자질이나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도 무척 어렵다.


얼마 전 이름 대면 바로 알 만한 국내 IT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기획자의 업무와 자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지인이 하는 이야기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허락을 받고 인용한다. 기획자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


(이야기 도중 등장하는 사람은 순서대로 이니셜 처리했다.)




제가 요즘 일하면서 A는 천상 기획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B도, C도, D도 서비스 기획자로서 정말 어울리는 자질들을 갖추셨더라고요.


A는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갔는데도 여전히 직접 기획서를 쓰시고 늘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배우더라고요. 기획 관련 커리큘럼을 짜면 기술이 30%를 차지할만큼, 기술이 중요하다 믿어요.


또 소비자, 시장, 심리 등 온갖 분야에 대해 늘 공부하고 책도 다양한 분야로 1~2주에 한 권 이상씩 꼭 읽어요. 관심사가 모두 서비스업의 발전에 맞춰져 있는 듯했어요. 각기 다른 관심사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는 느낌.


B는 일하다 보면 항상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을 전개하는 게 놀라워요.


C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해서 마치 알고리즘처럼 모든 경우를 다 파악해요.


D는 장인 정신이 있어서,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분야를 엄청 파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이런 자질이나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저는 자질이랑 마인드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자질은 타고난 재능이나 성향이고, 마인드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고를 전개하는 거라고 생각돼요. C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D처럼 꼼꼼하게 모든 걸 깊게 파고드는 건 자질인 것 같아요.


B의 경우 정말 멋진 서비스 기획자의 마인드를 가진 것 같아요. 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소비자와 서비스 관점에서 생각을 전개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막연하게 "기획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들어요. 사실 기획자는 엄청난 중노동의 현장이거든요. PM으로서의 역할도 너무 많고, 운영성 업무도 많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기획자가 큰소리친다지만 기술 기반의 테크 기업에서는 개발자가 갑이기도 해서, 사실 기획자가 엄청 매력적인 직업이라고는 생각이 안 들어요. 힘들긴 진짜 힘든데, 개발에 비해 연봉 테이블도 낮고요(웃음).


<인스파이어드> 읽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확실하게 적어놨군' 싶었어요. 그런데 사실 진짜 노동인 테스트 업무는 안 적었어요. 테스트 전담하시는 QA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거든요.


일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수많은 사람들, 즉 개발자, 디자이너, UX 같은 사람들과 다 함께 꿈을 꾸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그 꿈을 현실로 실현시켜나가는 일이라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는 백엔드 쪽이라 디자이너랑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서버 개발자와 일해요. 기획 업무를 하면서는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자도 성향이 다 달라서 잘 맞는 개발자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저는 개발자 직군의 문화가 좋아요. 샤이하지만 논리적이고, 유쾌하고, 술은 마시지만 지저분하게 놀지 않고. 물론 저는 늘 개발자에게 이리치이고, 저리치이지만.. 요즈음 제 가장 큰 고민은 줏대가 없다는 거예요. 개발자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항상 수세에 몰려요(웃음). 그래서 개발자들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랑 같이 뭔가 만들고, 이야기하고, 지켜보고, 또 같이 해보는 게 좋아요. 내가 꿈꾸던 무언가를 여러 사람과 의논하고 노력해서 현실로 구현시킨다는 점이요. 그 재미에 기획자 하는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콘텐츠 플랫폼이 생존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