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Stars
요즘은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인생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에요.
진료가 끝나고 차트를 정리하며,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자리를 찾아 회복의 맥락을 이어나가고, '어떤 말'들은 갈 곳을 몰라 제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길 잃은 말'들을 마치 제 것인 양 한참 멍하게 앉아 있어 보기도 합니다. 아마, 이렇게 길을 잃은 기분, 저 역시 낯설지 않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잃은 듯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찾았던 많은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그런 마음은 결코 특별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엔
'지도 없는 항해'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투적인 말이, 삶의 방향을 잃은 듯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마음에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든지, 누구나, 길을 잃은 듯한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꼭 닮은 노래, 영화 비긴어게인(Begin Again) 사운드트랙 중 Keira Knightley 가 부른 <Lost Stars>가 간절해집니다.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신이시여, 왜 젊음은
젊은 이들에게 낭비되도록 하셨나요
여러분의 '젊음', '청춘'은 어떤가요? 아마도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가능성 많고 활력 넘치는 시기이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지요. 그래서, 젊음을 소모하듯 살게 되고, 뒤늦게야 "그때 더 의미 있게 살걸" 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후회, 안타까움, 상실에 대한 자조적 고백인 동시에,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간절함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Who are we?
Just a speck of dust within the galaxy…
우리는 누구일까요?
은하 속의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일까요…
삶의 무게가 너무 버겁고, 내가 의미 있는 존재인지조차 의심될 때, 거대한 우주에 한 없이 작은 먼지와 같은 존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미미하고, 삶의 무의미하고, 내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에 놓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둠을 밝히려는
길 잃은 별이 아닐까요?
Lost stars는 단순히 '길을 잃은 사람'을 뜻하는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고통과 혼란 속에 있지만, 여전히 살아가는 우리 인간 모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동시에, '우리 모두가 어쩌면 길을 잃은 상태' 일 수도 있다는 말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밤하늘의 모든 별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끝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다음의 선언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을 밝히려는 별이다.
방향을 잃은 것 같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향해 작게나마 빛을 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저 길을 잃은 것이 아닌 어둠을 밝히려는 별. 어둠을 다 밝히지는 못하지만 별은 그 자리에서 분명 빛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러한 빛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반가운 인사일 수도,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는 따듯한 말일 수도, 고통 속에서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작고 꾸준한 행동일 수도, 절망적이 하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길은 잃었지만, 어둠 속에서, 어둠을 밝히려는, 여전히 빛을 내는 존재인 거죠.
Turn the page,
maybe we'll find a brand new ending
Where we're dancing in our tears
페이지를 넘겨보세요,
어쩌면 우리는 눈물 속에서 춤추는
새로운 결말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다음 페이지로 이어지듯, 지금까지의 삶이 혼란스럽고 아팠더라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삶의 다음 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과거를 끌어안고,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우리는 우리의 삶이 완벽하지 않아도, 감정이 흔들리고, 답이 없어 보여도,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니까. 지금의 조그만 행동들이 미래의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러한 행동의 의미는 단지 견디는 것을 넘어서,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는 것처럼, 인생이 힘들고 눈물 나는 날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계속 움직이고 춤추고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요
우리 마음속 살아내고 싶은 마음처럼요
눈물 속에서 춤을 춘다 = 어둠 속에서 빛을 낸다.
아마도, 이 노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겠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감정을 품고도 내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을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자신만의 길이 조금씩 만들어져 갈 것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