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 모르겠어요.
쉬어야 하는 건 아는데
쉬는 것도 어렵네요
진료실에서 접하는 흔한 질문들 중에는,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휴식에 대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께서 가지고 있으신 '휴식'마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의 무거움이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 개인의 수준에서 가지는 그저 단순한 '생각'만은 아닐 겁니다. 쉴 때조차 ‘잘 쉬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휴식마저 성과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이 시대에 ‘잘 쉰다’는 건 단순히 피로를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의 좋은 휴식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이 질문을 받아왔기에 저 나름대로 '좋은 휴식'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 당시 제가 알고 있는 '좋은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 하였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말씀드렸던 것은 책 《생각 버리기 연습》에 담겨 있었습니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말한 좋은 휴식 방법의 핵심은
1. 강한 자극을 피하라
2. 오감(五感)에 집중하라
입니다.
먼저, 현대인들은 강한 자극만을 찾기 쉽지만, 이러한 '강한 자극'들을 우리를 지치고 괴롭게 하며, '괴로움을 벗어나는' 것을 휴식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라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미세하고 은은한 감각에도 주의를 기울이면, 일상에서 언제나 충만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이중, "오감(五感)에 집중하는 것"은,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각에 의식적으로 몰입하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명상'과도 비슷하지요. 그 보다 더 쉽게, 항상 실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오감에 집중하는 것'을 통해 잡생각과 불안, 피로가 줄고 마음이 맑아진다고 강조합니다.
주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감에 집중하기
눈, 귀, 코, 혀, 피부 등 신체의 오감에 주의를 집중하세요.
예를 들어, "숨 쉬는 감각", "공기와 닿는 피부의 촉감", "들리는 소리", "냄새", "맛" 등 '지금 느끼는 것 자체'에 의식적으로 시선을 맞춥니다.
▶능동적인 감각의 사용
단순히 '들린다'가 아니라 '듣는다', '보인다'가 아니라 '본다'처럼 각 감각을 수동이 아닌 능동적인 동작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숨쉬기를 할 때 그 소리에 집중하고 신체의 미묘한 변화에 의식을 실어보세요.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잡념이 줄어들고 휴식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호흡 명상
호흡 자체에 집중하는 좌선(명상)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새벽에는 좌선을 하며, 온몸의 감각에 차례차례 의식을 이동시켜 관찰하는 연습을 합니다.
▶기록하기
휴식 중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일기처럼 써서 자기 내면을 관찰하고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말하기/행동하기
자신의 목소리, 움직임, 생각의 흐름을 느리고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연습합니다.
너무 빠른 삶의 리듬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조절해 보세요.
이렇게 오감에 집중하는 법을 훈련하면,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순간순간 깊고 질 좋은 휴식감을 얻을 수 있다고 코이케 류노스케는 말합니다. 잡생각이 몰려올 때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 감각에 집중해 봅시다. 운동처럼 휴식법도 반복하면 더 쉽게 마음의 평온과 휴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겠지요? 이러한 실천법을 가지고, 조금 더 이야기를 있어가자면,,,
잘 쉰다는 것은 단순히 피로를 없애는 것을 넘어서, '나의 삶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회복하고, 나를 재정렬하는 시간'으로서의 ‘휴식’ 이어야 합니다. 즉,
쉴 때조차,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나는 지금 제대로 쉬고 있는 걸까?”
“이렇게 쉬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쉼’이라는 행위마저 조절하거나 통제하려는 마음에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쉬는 것을 성과나 과제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면, '어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하기보다는
와우,,, 내가 지금 또 뭔가를
‘잘 해내려’ 하고 있구나.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이 들고 있구나.
잘 해내려는 내 마음의 목소리,
'잘 해내기 세포'가 작동하고 있구나.
하면서 그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나를 회복시켜 줄 선택을 향해 한 발 내딛습니다. '오감 집중법'과 같은 실천법을 통해서요.
예를 들면,
창문을 열고 하늘 한번 보기
잠깐 건물 밖으로 나가서 햇볕 쬐기
조용히 숨을 한 번 고르기
▶몸과 마음이 머무는 곳으로 쉬기
만약 그저 몸이 편한 게 좋다고 느끼신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몸이 편안한 게 좋아요.”
이런 말,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습니다. 그건 아주 소중한 감각입니다. 그 감각이 바로 '나에게 맞는 휴식'을 알려주는 나침반일 수도 있습니다.
따뜻 핫 햇살 아래 가만히 엎드려 있기
조용히 흘러가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마시기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있기
친한 사람들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시시껄렁한 대화 나누기
아무 목적 없이 천천히 산책하기
이런 순간들이, 이런 일상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닿아 있다면, 그게 바로 회복이고 진짜 휴식입니다.
▶피로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회복에 가까운 활동을 선택하기
반대로 어떤 분들은 "가만히 있으면 더 피곤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합니다. ‘무조건 가만히 있는 것’만이 휴식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쉼의 목표가 반드시 '피로가 완전히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나를 회복시키는 어떤 느낌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회복되는 느낌이 드는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누군가는 화장실 청소를 하며
누군가는 혼자 산책하면서
누군가는 정리를 하면서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면서
누군가는 고양이와 한가로이 놀아주며 회복됩니다.
아마, 스스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순간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지?
아휴, 살았다.
이 질문이 회복의 열쇠가 됩니다.
▶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 내려놓기
“나는 지금 잘 쉬고 있는 걸까?”
이런 평가적 생각은 자칫 휴식을 또 다른 숙제처럼 느끼게 합니다. 숙제를 잘했다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죠. 그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머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다시 '오감 집중법'이 도움이 됩니다.
이 순간의 감각과 마음을 느끼는 연습, 어렵지 않습니다. 참 쉽죠?
커피 향을 아주 천천히 음미해 보기
창밖 나뭇잎 흔들림에 집중해 보기
조용한 음악의 울림을 귀로 따라가 보기
가벼운 호흡 소리에 귀 기울이기
이처럼 아무 목적 없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잠시 만나보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느껴보기'입니다.
이걸 느끼고 있는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 있습니다.
⏱️매일 10분 실천
아마 이게 가장 힘든 부분이겠죠. 그리고,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부분입니다. 하루 10분.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저 편안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슨 감각이 느껴지는지’
조용히 들여다봅시다. 아주 천천히.
스스로의 '감각'에 집중하고 '알아차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짧은 시간이 당신만의 회복을 찾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찾아오셨던 '진짜 휴식'을 알아가는 출발점이 될 겁니다.
� 3줄 요약
쉬는 것을 평가하지 맙시다.
몸과 마음이 머무는 곳이 회복입니다
피로를 없애려 하기보다 '살아있다'는 감각에 집중합니다. 매일 10분.
당신의 쉼이, 단지 멈춤이 아니라 삶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