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중반에 봤던 임용고시 2
드디어 임용고시를 봤다.
교육학은 OMR 카드에 답을 표시하는 사지(오지?) 선다형 객관식이었다.
그때까지 OMR 카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OMR 마킹이 내겐 생소했다. 조그마한 네모칸을 까맣게 칠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답안지를 리더기로 읽어 채점하는 방식이라 에누리 없이 정확한 점수가 나온다.
한 점이 부족하여 낙방될 수도 있게 생겼다. 영어보다 교육학이 더 걱정이었다.
운 좋게 교육 통계학에 관한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가슴이 방망이질 해댔지만 마음을 다 잡고
문제를 차분히 읽어가며 답을 고른 후에 마킹을 무사히 잘 끝냈다.
영어 시험은 정자세로 앉아서 끝까지 봤다.
장시간 앉아서 시험 치는 훈련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대부분 아리송한 문제가 많았다. 마지막 두 문항 중 어느 것이 정답일지 고민됐다.
둘 다 답이 되어도 괜찮을, 오답의 매력도를 한 껏 올린 문제들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영어 어휘들을 총출동시키고 맥락을 꿰뚫어 보려고 눈을 부릅떴다.
2차, 3차 시험은 영어 논술, 수업 시연, 원어민 면접 등이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으나 떨리는 맘은 어쩔 수 없었다.
논지와 주제 전개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읽기 편하게 영어 논술 글을 작성했다.
월요일마다 B4 용지에 답안 작성을 하곤 했던 것으로 인해 빈 종이를 채우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수업 시연은, 준비실에서 랜덤으로 교과서 지문을 받았다.
그것에 대한 지도안을 현장에서 즉시 짜고(수업 디자인)
교실 영어를 사용하여 그 지도안대로 수업을 시연하는 것이었다.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수험생들은 수업시연 준비를 했다.
마치 개구리가 모여든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자기 앞에 학생이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연습하는 모습은 가관이 아니었다.
나도 덩달아, 억양과 제스처를 넣어가며 수업시연 연습을 했다.
연수 기간에도 동료들 앞에서 여러 차례 수업 시연을 해 봤고
집에서도 거울 앞에서 많이 연습했지만 실전에 닥치니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숫자가 뻘겋게 보이는 커다란 타이머를 앞에 놓고
심사위원들은 매의 눈으로 수험생을 채점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심사위원들을 로봇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심사위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수업 시연을 하니 심사위원이 오히려 내 눈을 피했다.
실력보다도 자신감에서 점수를 더 받았을 것 같다.
떨리고 두려운 순간에 더욱 차분해지는 기질이 내게 잠재되어 있었다.
어떤 때는 심사위원이 피식 웃었다. 웃으라고 했던 내 방법이 먹히고 있었다. 영어로 웃기는 게 쉽진 않은데...
어차피 교실이라고 가정하며 학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하는 수업이니
연극배우처럼 오버 액션을 했다. 때론 뻔뻔함이 필요하다.
가장 걱정됐던 것은 원어민 인터뷰였다.
랜덤으로 뽑은 종이에 적힌 두 가지 주제 중에 자신 있는 것 하나로 원어민과 인터뷰하는 방식이었다.
준비실에서 시간이 잠시 주어졌다. 그때 아웃라인을 짰다.
그 주제로 스피치 한 후에 원어민이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뽑은 것은 내게 익숙한 주제였다. 뭔가 되려고 하면 되는 게 인생이다.
행운의 문제를 뽑은 셈이다. 그 문제 중에서 양자 택일하는 것이었다.
나는 ‘추석’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어린이 영어공부방을 운영할 때 몇 번이나 했던 주제였다.
그룹 학생이 마저 도착하지 않았을 때 영어로 게싱 게임을 하여 틈새 시간을 활용했었다.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입에 익어 있었다.
게다가 원어민이 추석에 관하여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우리 문화이니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우리 문화는 내가 더 잘 알 테니 그들이 믿거나 말 거나였다.
원어민 심사 위원과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한 원어민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눈싸움에서 내게 졌다.
어렵고 두려운 면접에 이 방법이 괜찮았다.
Chuseok, also known as Korean Thanksgiving Day, is one of the most significant holidays in Korea. It is celebrated on the 15th day of the 8th month of the lunar calendar. This holiday marks the harvest season, and Koreans come together to express gratitude for the abundance of the year’s crops.
Chuseok is a time for family reunions, as many Koreans travel to their hometowns to celebrate the holiday with relatives. A key feature of Chuseok is 'charye', which is a memorial service honoring deceased ancestors.
The centerpiece of Chuseok cuisine is songpyeon, a type of rice cake made from glutinous rice and filled with ingredients like sesame seeds, honey, red beans, or chestnuts.
The holiday is also characterized by various traditional games and performances. Chuseok brings people together and celebrates the harmonious balance between humanity and nature.
(추석은 한국에서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한국의 추수감사절’이라고도 불립니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에 기념되며, 이 명절은 추수철을 기념하며,
한국인들은 한 해 동안 얻은 풍요로움에 감사하기 위해 함께 모입니다.
추석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로,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 친척들과 함께 축제를 즐깁니다.
추석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차례’로, 이는 돌아가신 조상들을 기리기 위한 제사입니다.
추석 음식의 중에는 송편이 있습니다.
송편은 찹쌀로 만들어지고, 참깨, 꿀, 팥, 밤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떡입니다.
추석은 또한 다양한 전통 놀이와 공연으로 특징지어집니다.
추석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며,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축하하는 명절입니다.)
이어서 원어민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마다 또박또박, 아주 천천히, 자신 있게, 대답했다.
먼저, 추석에 대해 더 말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그래서 추석날 밤에는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추석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느냐고 물었다.
제사상에 올렸던 삶은 대왕 문어를 통째로 들고나가 애들에게 한 다리씩 찢어준 적이 있었다.
그건 차례를 지낸 후에 상차림할 때 꼭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먹어치워서 할머니께 혼났다고 말했다.
추석 퍼포먼스로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추석날 밤 보름달 아래에서 여러 명이 원형을 그리면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도는 것인데 누군가가 메기는 소리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강강술래"라고 받는다고 했다.
마치 한국어로 추석을 설명하듯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
충분한 연습은 실전에서 당당함을 더해 주었다.
10년 동안 연습해 왔던 것을
현장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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