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선거 마케팅의 현주소 '퍼날러블함'
이재명의 파기 환송심과 김문수 국힘 후보 확정, 한덕수 출마 선언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1대 대선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정식 후보 등록일 5월 11일까지는 일주일 가량 남은 만큼 후보들의 선거 마케팅을 논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이미 몇 개월 전, 혹은 그 이전부터 대선을 일찌감치 준비해온 후보들이 어떤 홍보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지는 드러나기 시작한 터라, 이번 글에서는 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국회 앞 기자회견이나 유력 일간지 인터뷰 지면 등의 선거 마케팅이 힘을 잃은 건 이미 10년도 넘었지만, 2025년 작금의 홍보 양상은 단순히 SNS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수준을 월등히 넘어버렸다.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100만 유튜버(?) 이재명의 골드 버튼 언박싱을 감상할 수 있고, 아이돌(?) 한동훈의 차량 속 죠리퐁 먹방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으며, 라방 BJ(?) 이준석은 매일 밤샘 라이브를 하며 별풍선과 유사한 후원을 실시간으로 받는다. ‘정치인의 크리에이터화’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잡은 개념이지만, 한층 진화한 2025년 이들의 콘텐츠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바로 ‘주변에 공유하기 좋은 콘텐츠인가’, 즉 ‘퍼날러빌리티’이다.
100만 유튜버(?) 이재명:
유튜브 출마 선언, 그리고 골드 버튼 언박싱
4월 10일, 이미 100만을 달성한 이재명 유튜브에는 ‘위대한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습니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11분 정도 되는 이 영상은 이재명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가지고 있는 포부와 정책 비전을 K-이니셔티브, 잘사니즘 등의 키워드로 묶어낸 인터뷰다. 이재명 측은 4월 4일 이 영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고,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화했다. 기자회견보다 유튜브 영상으로 포문을 열 생각을 하다니, (경선을 포함해) 대선을 3수하는 이재명은 확실히 접근이 다르다.
더욱 재밌는 점은 전반적인 콘텐츠의 연출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다는 점인데, 이재명을 영화적 카메라 연출로 스케치하여 담아낸 컷이나, 벚꽃이 피는 인서트 영상 등을 첨가하고 이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넣어 단순한 공약 발표 인터뷰물이 아닌,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큐 형식으로 콘텐츠를 풀어냈다.
그래서 그런지, 이재명의 지지층 역시 ‘영화 퀄리티’로 영상을 뽑았다며 감탄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참고로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지지 커뮤니티는 2030 여성 중심의 더쿠, 그리고 4050 남성 중심의 클리앙, 보배드림이다. 주로 민주당 및 진보 후보에 우호적인 한겨레 신문 역시 ‘이재명의 웜톤 옷’을 제목으로 뽑으며 출마 영상을 보도했고, JTBC는 한 술 더 떠 ‘11분짜리 영화 퀄리티의 대선 출마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참고로 이재명은 2017년, 2021년에도 자신의 채널에 출마 영상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단순 짜깁기 편집물이었고 영상 길이도 짧았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즉 이번 영화/다큐 형식의 18분 짜리 출마 영상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한 인물 다큐적 연출을 꾀하여 팬덤이 ‘널리 퍼나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그 차별점이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친이재명 커뮤니티에서는 업로드 2일 전부터 채널 알림을 설정해두거나, 영상이 나오자마자 지난 3개의 출마 영상을 같이 올리며 비교하는 발화량이 다수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5월 6일 기준으로 이재명 유튜브의 최신 영상은 골드버튼 언박싱 콘텐츠다. 여느 크리에이터 채널이었다면 이미 주류 콘텐츠(?)가 되어버린 골드버튼 언박싱이지만, 2025년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유튜버들이 찍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회수도 60만 정도로 최근 올린 영상 중 가장 잘 나오고 있으며, 대선 출마 영상처럼 더쿠와 클리앙 등을 중심으로 다수의 후기와 파생 게시글이 생성되고 있다.
그의 골드버튼 언박싱 콘텐츠는 세부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유튜버들이 흔히들 하는 구독자 Q&A를 진행했다. 정치인이니 유권자와의 Q&A 자체가 생경한 형식은 아닐테지만, 이재명의 Q&A는 정책 질의가 아닌 소위 셀럽들의 ‘무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무물 중에서는 ‘메모하는 습관’에 대해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이는 친민주당 2030 여성 커뮤니티 더쿠에서 주기적으로 끌올 되던 이재명 관련 콘텐츠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이재명의 변호사 시절까지 거슬러 올가 순공 시간을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는데, 순공은 수험생이나 공시생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간 널리 쓰이는 ‘순수 공부 시간’을 일컫는 용어다. 이렇게 유권자, 혹은 구독자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말을 직접 가져옴으로써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재명의 이번 대선 슬로건 ‘지금은 이재명’을 직접 설명하며 골드버튼 언박싱 영상은 마무리 되는데, 이 모습 역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나 소감을 직접 팬들에게 설명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의 선거 홍보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뉴스로 전달되는 정치인 이재명’이 아닌, ‘내가 구독한 이재명 개인’이라는 메시지를 기획하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수많은 나’로 대표되는 구독자, 팬덤, 유권자들이 자체적으로 이재명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퍼나르고 싶어지도록 한다. 콘텐츠가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려면, 소위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고, 이재명 캠프 측은 콘텐츠마다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를 떠들고 퍼나를지 계산한다. 출마 영상은 ‘영화 같은 연출’이라는 반응을 가늠한 것이라면, 골드버튼 언박싱은 이미 팬덤이 이야기하고 있는 ‘이재명 메모 습관’을 끌어온 것이다.
아이돌 한동훈:
유세 차량을 스튜디오로, 죠리퐁과 새우깡 먹방 라이브
한동훈이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최종 탈락한 지금 시점에서 그의 선거 홍보 방식을 다루는게 다소 시의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그의 팬덤은 그 누구보다 그의 콘텐츠를 퍼나르는데 열심이었기에 이 글에서만큼은 짧게라도 다뤄보고자 한다. 심지어 한동훈의 인스타그램 팬계정이 한동안 필자의 피드에도 떴었던 만큼, 한동훈 콘텐츠의 퍼날러블함은 이재명에 못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경선 유세 기간, 한동훈은 전국을 돌아다니는 유세차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는 주로 아이돌이나 가수들이 자주 쓰는 방식으로, 임영웅 역시 자주 차량 안에서 인스타 라이브를 한 바 있다. 한동훈은 게다가 단순히 토크만 하는 것이 아니고, 과자 먹방이라는 명확한 콘텐츠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새우깡, 죠리퐁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맛있게 먹거나, 대구에 유세하러 갔을 때는 납작비빔만두 등의 지역 음식을 사가지고 와서 차 안에서 라이브하며 먹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획에도 역시 그의 캠프에서 의도하는 바가 숨겨져 있는데, 한동훈은 강남에서 나고 자라며 스테이크만 썰 것 같은 부유한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그가 대표적인 서민 과자로 분류할 수 있는 새우깡, 죠리퐁을 먹거나, 지역 시장에서 로컬한 서민 음식을 복스럽게 잘 먹으면 기존 이미지와 대비되며 ‘서민적이다, 반전미 있다 등 이야깃거리’가 생성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의 주요 팬덤이 50대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그의 모습은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 타깃 필승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동훈은 대형 커뮤니티 지지층은 거의 없고, 팬카페는 가입한 유저만 글을 열람할 수 있다보니 그의 팬덤 내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퍼날라졌는지 확인이 어렵다. 대신, 필자의 알고리즘에 걸렸던 팬채널을 쇅하고자 한다. 아래는 sternstunde_dh, ‘한동훈 동료시민’이라는 그의 팬스타그램으로, 한동훈의 유세 차량 라이브 뿐 아니라 SNL 출연분, 경선 토론분 하이라이트 릴스 역시 올라와 있다. 사실상 이 채널 하나만 구독해둬도 한동훈 선거 콘텐츠의 주요 장면들은 모두 빠짐없이 훑을 수 있다. 아이돌 팬스타그램에서 아이돌의 인스타 라이브, 버블 대화 내용, 예능 출연분 등을 퍼나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한동훈은 라이브 방송 중 아내 몰래 기타를 샀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 세계관(?)이 확장되며 라이브로 기타를 치기까지 했다. 버블에서 아이돌이나 가수가 악기를 샀다고 팬들과 소통한 다음 유튜브 채널에서 커버 연주 영상을 찍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역시나 기타 치는 영상은 위에서 언급한 팬스타그램 '한동훈 동료시민'에도 편집되어 올라갔다.
이미 아이돌 산업은 팬덤의 ‘퍼나르기력’을 십분 활용하며 동반 성장전략을 취한다. 재밌는 점은 강력한 50대 여성 팬덤을 거느린 한동훈 역시 코어 팬덤이 단단한 아이돌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며 ‘퍼날러블’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재명도 어쩌면 찾아보기 힘든 팬채널까지 생성될 정도로 팬덤은 그 코어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훈이 경선에서 최종 탈락한 현재, 그의 팬채널 ‘한동훈 동료 시민’은 대문에 “우리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한동훈과 본인 모두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라방 BJ 이준석:
밤샘 소통 스트리밍과 별풍선 후원, 팬덤의 유튜브 쇼츠 주제 추천까지
이준석은 현재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사람이다. 그는 두 달여 전인 3월 13일 [밤새도록 LIVE]라는 콘텐츠 라인업으로 첫 유튜브 스트리밍을 시작한 이후, 5월 6일 현재까지 약 38회의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의 팬 커뮤니티 앱 준스톡에 대한 홍보만 넣고 시작했던 UI가, 최근 들어서는 개혁신당 후원 별풍선 창이 열리며 도네이션을 한 사람과 금액, 그리고 그 옆에 라이브 채팅까지 뜨는 형식으로 더욱 BJ다워졌다. 게다가 중간중간 뉴스 화면 같은 자막으로 이준석의 말을 갈무리할 때가 있는데, 이는 해당 구간이 캡쳐돼서 인터넷상을 돌아다닐 때를 고려해 주요 발언을 정리해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준석 팬덤의 본진은 에펨 코리아, 측 펨코다. 2030 남성의 축구 커뮤니티로 시작된 펨코는 현재 젊은 남성들을 대표하는 최대 커뮤니티화 되었는데, 이준석 본인도 펨코에 가입되어 있고 주기적으로 눈팅하는 만큼 펨코는 앞에서 언급한 더쿠와 클리앙 만큼이나 이준석의 강력한 지지층이다. 최근 펨코 정치/시사 갤러리의 70%의 글은 이준석 관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런 펨코에도 역시나 이준석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글은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이준석 라이브 시청 동접자수에 감탄하거나, 그의 BJ로서(?) 인방 실력이 늘었음을 평가하는 반응 등과 함께, 이런 영상을 모두 SNS에 퍼날라야 한다는 게시글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이준석 캠프는 한 발 더 나아가 ‘준스톡’이라는 그의 팬덤 커뮤니티 앱에서 이준석의 유튜브 채널을 성장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는 쇼츠 콘텐츠를 팬들로부터 추천 받고 있다. 이준석은 준스톡에 직접 글을 올려 ‘과거 토론 영상이나 방송 출연 영상 중에 임팩트 있을만한 쇼츠 거리들을 최대한 찾아서 달라’며, ‘영상 링크와 구간값을 같이 주면’ 참고하겠다며 팬들에게 요청했다.
펨코의 한 유저는 이런 쇼츠 전략이 자신이 준스톡에 건의한 것이라며 피드백이 잘 된다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다른 유저들은 이준석의 영어 실력이 돋보이는 한 프로그램 속 구간을 건의하거나, 쇼츠 조회수가 요즘 잘 나온다며 직접 이준석 채널을 분석해보기도 한다. 이재명의 골드버튼 언박싱 영상과 유사하게도, 이준석 캠프 역시 팬덤을 선거 홍보 전략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준석의 스트리밍을, 쇼츠 콘텐츠를 퍼다 나를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맺음말 -
'퍼 나를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대
이재명의 유튜브, 한동훈의 라이브, 이준석의 스트리밍 - 이들이 궁극적으로 유튜버처럼, 아이돌처럼, 인방 BJ처럼 활동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확산 가능성’ 때문이다. ‘캡쳐되어 짤로 돌아다닐만한 장면인가, 릴스로 편집되어 팬채널에 올라올만한 구간인가, 사람들이 이야기하며 떠들고 싶어할만한 내용인가.’ 정치가 정보가 아닌 이미지로, 밈과 짤로 기억되고 확산되는 2025년에 대선 후보들은 ‘퍼날러블’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한다.
선거가 콘텐츠 퍼나르기의 장이 되도록 포문을 연 정치인은 다름 아닌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직접 트위터를 운영하며 짧고 강렬(하지만 대부분 거짓인) 텍스트, 자신의 이미지를 마초적인 남성 스포츠 선수와 합성한 이미지, 그리고 CNN을 패는 자신을 합성한 WWE 짤방 등 디지털 네이티브가 되어 2017년 미 대선을 휘젓고 다녔다. 2021년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를 먹은 2년 후, 트루스 소셜이라는 소셜 플랫폼을 직접 만들며 트위터에 자신의 ‘머그샷’ 짤을 올려 홍보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그의 트위터 모음집이 책으로도 출간되어 있을 만큼, ‘퍼날러블함’이라는 속성으로만 바라보는 트럼프의 트위터는 가히 압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대선 후보들은 또 어떤 ‘퍼날러블’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유권자와 호흡하고 또 그들을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노력은 최종 투표율에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 아직은 지켜볼 것이 많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정치인이 크리에이터화되고 팬덤이 구축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정치인이 대중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발화되고 확산될지까지 파악해야 한다. ‘퍼날러블함’의 원칙 아래 정보의 UX를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