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팔레스타인 자치구 헤브론의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마을에서 환자를 살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마을에서 이동진료소에서 운영한다. ©MSF
올해 2월부터 또 한 번의 코로나19 대유행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휩쓸었다. 현재 2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이미 취약한 상태인 팔레스타인의 의료 시스템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으며, 의료진은 늘어가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기 위한 대응을 즉각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확진자 관리에 더욱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서안지구 남부의 유일한 코로나19 전담 의료 시설인 헤브론(Hebron)의 두라(Dura) 병원에는 입원 환자 71명 중 27명이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현재 병원 수용력을 넘어선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유입되는 모든 중환자를 치료하기에는 병상이나 인력 자원이 부족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실정입니다.
후안 파블로 나후엘 산체스 (Juan Pablo Nahuel Sanchez)
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의사
헤브론은 서안지구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심각한 행정 구역 중 하나이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두라 병원에서 의료진 교육과 환자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지역사회 내 코로나19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을 진행하며, 환자 및 가족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인 아이샤 할랄레(Aysha Halahleh)가 마사페르 야타 마을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MSF
“코로나19에 감염된 젊은 층의 비율이 최근 급증했습니다. 이전에는 두라 병원의 입원 환자 대부분이 64세 이상이었던 반면 현재는 3명 중 1명이 25세에서 64세 사이입니다.”
후안 파블로 나후엘 산체스
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의사
팔레스타인 보건부의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 샘플을 확보한 확진자 중 약 75%가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B117)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이전 종(strain)에 비해 전염성이 약 50%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이 변이 바이러스는 중증 코로나19를 야기할 확률이 40-60% 높은데, 이런 경우 산소 공급과 인공호흡기가 필수이고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확산하는 현재, 확진자 샘플 확보에 박차를 가해 바이러스 확산 범위를 파악해야 한다.
서안지구 북부 나블루스 (Nablus)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병원은 이미 수용력의 한계를 넘어 운영되고 있으며, 호흡기 중환자실을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환자를 살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병원 직원의 중환자나 코로나19 환자 치료 경험이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마리우스 샌시어크 (Marius Sancisuc) 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간호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병원 직원 교육 담당자
호흡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가 엎드려 눕는 복와위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이런 간단한 조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흉부와 복부로 정맥관이 삽입되어 있는 상태의 환자를 뒤집어 눕히려면 다섯 명이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마리우스 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간호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병원 직원 교육 담당자
가자지구 같은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월 감소하다 3월 중순부터 다시 급증했다. 수십 년 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지속된 경제 봉쇄로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은 이미 마비되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하며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는 중대한 우려사항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백신 공급이 지연되는 것이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충분한 백신 분량을 확보해 정부는 곧 집단면역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구 내의 백신 접종률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의도는 없어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이 이미 받은 백신 분량의 가용성이나 운반 전략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 내 최전방 의료진과 고위험군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리 속 (Ely Sok)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자치구 현장책임자
3월 중순 기준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의 비율은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치명적인 전염병의 3차 확산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이것은 매우 적은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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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는 1989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구에서 활동하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기술 자문 및 실전 훈련을 제공하는 등 현지 의료 시스템을 지원했으며, 서안지구 헤브론 및 나블루스와 가자지구의 주요 병원에 의약품과 소모품, 개인보호장비 및 의료기기 등을 지원했다. 특히 서안지구에서는 핫라인 서비스를 운영하여 환자와 가족, 의료 인력과 응급구조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격리자 가정을 위한 원격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 확산 지역에서 코로나19 관련 보건 증진 및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