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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경없는의사회 Jun 09. 2015

시리아: 사방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온 편지

“시체가 테이블, 복도, 바닥 할 것 없이 온 사방에 있었습니다.”


2015년 6월 4일 오후, 끔찍한 미사일 공격이 시리아 이들리브의 주요 지역을 파괴했습니다. 다수의 부상자들이 인근에 위치한 소규모 국경없는의사회 임시 병원에 도착했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즉시 필요한 주요 물품들을 준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책임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늦은 오후, 머리 위로 선회하는 항공기들을 보았다. 우리도 희생자가 되는 것일까? 우리도 결국은 사망자수에 포함되는 걸까? 


오후 3시경 인근 마을에 3개의 로켓이 터지면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심각한 상황에 놓인 이 지역 주민들과 시리아의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실향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몇 분 사이에 아파트 빌딩과 가게들이 무너지고, 결국은 돌무더기로 변했다.


시체들이 갈갈이 찢어졌고, 살점들을 사방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대학살이다. 이것은 집단 학살이다.


피해 전체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찾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이웃들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의료진들에게까지 공포가 빠르게 번졌다.
병상이 부족해 하나의 침대에 두명의 환자가 동시에 치료를 받고 있다. 공격 이후 오후 3시에서 7시까지 병상 12개 뿐인 이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0명이 넘었다. 

첫 번째 공격이 생긴 후 몇 분 안에, 수술실 하나와 조촐한12개 침상이 있는 우리 임시 병원에 부상자 5명이 처음 도착했다. 사원에서는 기도 소리 대신 돌무더기 아래 깔려있는 부상자와 시체를 찾기 위해 도움을 간절히 애원하는 큰 소리가 가득 했다.


부상자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병원은 금새 아수라장이 되고, 시체는 테이블, 복도, 바닥 할 것 없이 사방에 있었다.바닥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기 위해 시체들 사이를 지나 다녀야만 했다.


공격 이후 처음 몇 시간 동안 130명이 넘는 부상자들을 받았다.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부상자들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해 모두를 치료할 수가 없었다. 80명만 치료하고, 나머지 50명은 되돌려 보내야 했다.


우리는 파편으로 생긴 상해, 정형외과 치료, 절단과 같은 부상만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행하게도 신경외과 의사와 같은 전문 의료진과 자원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 혹은 혈관 관련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받을 수가 없었다.


환자들은 되돌려 보내야 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의료진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어떤 엄마는 아들을 찾기 위해 왔다. 우리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아이를 찾아냈지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고, 시신 확인을 거부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의 셔츠를 그녀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순간은 잠시일 뿐, 나는 동료들과 함께 가장 심하게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분류하고 이동시켜 치료받도록 하고 있었다.


온 사방이 피범벅이 된 있는 상황에서, 혈액 주머니가 바닥이 났다. 남녀 모두가 낯선 사람들에게 헌혈을 하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돌무더기 사이에서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적으로 시체들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희망을 가지고, 필요한 물자를 보충하고 다음 사태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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