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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ug 14. 2023

내 심장을 쏴라

 장마가 끝나자 무더위가 정신 못 차리게 한다. 폭염경보에 열대야는 계속되고 너무 덥다. 휴가도 다녀왔으니 피해 도망갈 길도 없고 폭염과 맞서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손녀를 데리고 할머니는 그늘을 찾아 걷다 보니 어린이 놀이터 쪽으로 가버렸다. 놀이터를 피해 간다는 것이  잘못 간 것이다. 어쩌지. 놀이터를 보자 반가워한 아이는

 “할머니 놀이터 갈래.”

더운데 놀이터 진짜 가고 싶어?

“응” 그래 가보자.

이렇게 더운 날 미끄럼 타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어떻게 되는데?”

너무 뜨거워서 엉덩이가 익어버릴 텐데.

 그래도 미끄럼 타볼래?

“아니”

놀이터 입구에 가보니 놀러 나온 아이를 볼 수가 없다. 이 불볕더위에 누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겠는가. 친구들 아무도 없는데 그래도 갈래?

“아니 안 갈래”

그래 나중에 시원해지면 가자.

 할머니는 위기를 넘기고 그늘을 찾아 유모차를 밀며 집으로 향한다. 땡볕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땀이 줄줄 흐른다. 차들도 유모차 먼저 지나갈 수 있게 양보해 준다. 고마운 분들이다.

  집에 와서는 색칠하기, 토끼 등산게임, 퍼즐 맞추기, 어린이집 선생님 놀이도 하고 별짓을 다한다. 그래도 심심하니 책장으로 가더니 하얀 종이가 책갈피로 꽂힌 책 한 권을 들고 나온다.

“이건 내가 보던 책이야”

책을 봐야겠다며 소파에 기대어 두 다리를 쭉 펴고 제법 그럴듯하게 폼 잡고 책을 펼친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할머니는 하하 터질뻔한 웃음을 꾹꾹 참으며 지켜본다. 그다음 행동이 더 궁금하다.

‘무슨 책이야 읽어봐’

뭐라, 뭐라고 중얼거리며 몇 장을 넘기더니

이만큼 읽었어자랑스럽게 책갈피로 표시를 한다.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인 그림 하나 없는 두꺼운 책을 끌어안고 앉아   넘기고 책갈피 꽂는데 재미를 느낀 아이다.

우와 책 잘 읽는데 책제목이 뭐니?  

싱긋 웃으며 “할머니가 읽어봐.”책을 내민다.

책을 받아 들며 할머니는 빵 터졌다.

<내 심장을 쏴라>

‘내 심장을 쏴라’ “내 심장을 쏴라”

제목을 따라 읽으며 둘이 쳐다보고 맘껏 웃었다.

글씨도 모르는 네 살 손녀는

정유정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

할머니는 김진명의 <풍수전쟁>을 들고 앉아 손녀와 할머니는 무더운 오후시간을 집안에서 소설을 읽으며 보낸다. 하하!

네 살 아이의 <네 심장을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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