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로 대표되던 삼성이 어느새 노조 파업의 대표기업으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7월과 8월에 걸쳐 약 25일간 노조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해외사업장인 인도공장에서도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총파업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노조가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수용을 거부, 8월1일까지 25일간 파업이 이어졌다.
노조는 아무런 성과없이 파업을 풀었지만 '회사 측이 노조를 무시한다’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귀족노조, 파업노조로 대표되던 현대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현대차는 올해 6연 연속으로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삼성전자 노사 대립의 쟁점은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좀 더 노련한 협상 전문가가 있었더라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 인도 사업장에서도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첸나이공장 노조는 회사 경영진과 어떠한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5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삼성전자의 인도 연간 매출 120억 달러 중 20-30%를 차지한다.
노조는 삼성 경영진이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조차 하려고 하지 않아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첸나이공장 근로자들은 삼성이 노조를 인정하고,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부 사업부의 해외 법인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 등을 대상으로 최대 30% 가량 감원할 것이란 소식이 흘러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상적인 인력 효율화작업일 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사업부의 실적 부진과 맞물려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해외 자회사의 영업 및 마케팅 직원 약 15%, 관리 직원 최대 30%의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전자 해외 생산 법인 임직원은 14만여 명 중 4만2천여 명이 해당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더라도 국내외에서의 노조 파업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심각한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