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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가슴 Aug 25. 2019

똑똑한 아이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훼손하는 이유 ⓶

아이는 어른의 패턴을 읽는다


아이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제물로 놓고 어른에게 제를 지낸다.


 똑똑한 아이는 처음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아이는 계속해서 어른들의 패턴을 읽고 가장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전략을 취할 것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미 고착화된 습관과 뒤틀린 어른과의 관계가 아이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제물화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제물로 차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어른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의 것은 ‘아이의 현재’일 것이다. 어른이 숨기는 문제 중에서 아이가 자라면 사라질 것들이 너무 많다. 예컨대 ‘황혼 이혼’처럼 아이가 다 자란 후에는 문제가 한결 쉬워지는 것들이 있다. 아이에게는 지금까지 함께 산 부모가 따로 산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아이가 완전히 자라서 독립하여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지내온 세월을 듣고 나면 이것을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가 다 자란 후에 부부 사이에서 여러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황급히 털어놓고 부부 사이의 중재자가 되길 기대할 때 아이는 제사장이 된다. 아이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부부에게 받친다. 아이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듣고 부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 하는 침울한 일을 반복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아이의 현재 : 아이가 아이일 때에만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포괄한다. 어른들의 보호 아래에서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발달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숙제를 함께 해결하고 교사에게 칭찬받는 등 얼핏 들으면 소소한 일이라도 아이가 흥미가 있어 한다면 반드시 아이가 도전해보아야 할 일이 된다. 또한, 문화적으로 준수되어야 할 아이 역할을 경험해야 한다.


 아이가 이렇게 자신의 유년 시절을 제물로 받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유는 아주 선명하다. 아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어른이 취할 전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극에 따라서 반응할 뿐이다.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그 이상의 생각을 하기 어렵다. 위의 예시로 돌아와 부부 갈등이 생겼을 때 아이가 부부 상담을 받으라고 상담 예약을 할 수 없고 이것을 부부에게 강제할 힘도 없다.



 아이는 사회를 이해할 능력이 없다. 동일하게 아이는 사회와 얽혀있는 어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완전한 무능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지만 어른에게로부터 최소한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른에게 부탁받은 아이는 어떤 문제라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사실 전자의 자신감은 어른이 심어 놓은 가짜 생각일 확률이 높다. 아이가 자라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점차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똑똑한 아이에게 주어진 것은 발달 과업이 아니라 다른 어른의 업보이다. 어른은 아이에게 가짜 자신감을 심어서 어른의 업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종용한다. 아이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감을 갖고 계속해서 어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른은 아이가 지속적으로 어른의 문제에 참여해야 아이의 현재를 계속 장악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똑똑한 아이가 어른들의 패턴을 읽는 순간 아이는 불운한 운명에 빠질 가능성이 생긴다. 어른들이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아이에게 계속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아이는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반납한다. 아이는 자신이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는 대신에 어른들을 위로하고 어른의 속사정을 알은체 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참여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아이에게 가짜 자신감을 심는다. 아이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받쳐서 어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사장이 되어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똑똑한 아이가 어떻게 불운한 운명에 휘말리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이가 왜 자기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전략을 계속 되풀이하는 까닭이 설명되지 않았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면 실제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데 그럼에도 아이는 이미 습관화된 전략을 계속 되풀이한다. 나는 폐쇄적인 환경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어른의 문제에 얽히게 된 아이가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상태를 되풀이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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