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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카이브 Oct 26. 2023

순도 100%의 SM 3.0, '라이즈'

* 본 포스팅은 재업로드입니다. 



무한확장 체제의 NCT 이후 한동안 나올 것 같지 않던 SM의 남자그룹이 약 7년 만에 론칭되었다. NCT로 짧게 활동한 성찬과 쇼타로의 팀 탈퇴 후 그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팀으로 추정된다. SM의 신인 그룹은 늘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받는데,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안 좋은 쪽으로 큰 관심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여기서 논할 거리는 아닌지라 일일히 열거할 필요는 없고, 대충 데뷔 전 과거 행실에 관한 문제로 사람들의 많은 욕을 동반했으나 해당 문제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SM은 늘 그랬듯 품고 갔다. 그렇게 라이즈는 몰매를 맞으며 험난한 신고식을 치뤘다. 


'RIIZE', 팀명 한 번 무난하고 예쁘게 잘 지었다. ‘성장하다’라는 뜻의 ‘Rise’와 ‘실현하다’라는 뜻의 ‘Realize’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간 띠용했던 팀명에 비하면 굉장히 좋게 받아들여지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SM 입장에서 라이즈는 자신들의 역작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전에 에스파의 <MY WORLD>를 통해 SM 3.0을 처음 선보이며 좋은 성과를 끌어냈지만, 에스파의 경우 앨범 하나에만 한정된 결과물인데다 에스파 자체의 파급력이 동원되었기에 그 성적이 온전히 SM 3.0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라이즈는 다르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SM 3.0을 기반으로 트레이닝하고 해당 시스템이 적용된 채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즉, 라이즈는 순도 100%의 SM 3.0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라이즈가 앞으로 선보일 음악은 여느 SM 그룹과 차이가 있었다. 첫 등장부터 세계관을 착실히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REALTIME ODYSSEY(성장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멤버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에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거기다 음악과 비주얼에도 차이가 드러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해보도록 하자. 


라이즈의 음악을 가져오기 앞서, 그들이 주장하는 '이모셔널 팝' 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앨범 소개 글에 따르면 'RIIZE는 자신들의 다양한 감정을 곡에 표현하는 독자적 장르인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을 선사, 일상의 모든 경험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에 담아내는 ‘이모셔널 팝 루키’가 세상 모두의 공감을 자아내는 ‘이모셔널 팝 아티스트’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팀이라고 한다. '이모셔널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이를 라이즈 고유의 색으로 칠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마치 믹스팝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던 엔믹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이모셔널 팝'에는 허점이 보인다. '자신들의 다양한 감정을 곡에 표현하는' 장르로 소개되어 있는데, 음악에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가수가 대체 어디 있냐는 말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허술하게 포장해놓은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다. 뭐 그래도 SM 3.0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놀라운 행보이기도 하다. 늘 데뷔 곡에는 자신들의 세계관과 확실한 컨셉으로 매니악한 내용이 담긴 음악을 했던 선배들과 비교하면 독자적 장르라고 말할 순 있겠다. SM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지난 달 선공개된 <Memories>는 추억과 시작의 노래라고 한다. 스토리를 말하기 앞서 음악 감상평을 짧게 말하자면, '이렇게나 이지리스닝일 수가 있는 것인가?! 그것도 SM에서??!!!'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곡이다. K-POP을 조금만 파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SM의 데뷔 곡은 굉장히 네오함(?)에 가깝다. 엑소의 <MAMA>와 NCT U의 <일곱 번째 감각>, NCT 127의 <소방차>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라이즈는 특유의 SMP가 전혀 없다. 무난하게 진행되는 Verse와 Pre Chorus를 지나 질주하는 듯한 감상을 주는 Chorus로 구성되고, D Bridge에서 음악이 변주된다. 갑자기 힙합이 추가되면서 살짝 SMP가 묻어나긴 했지만, 짧게 스쳐지나감에 그친다. 그나저나 요즘 SM에서 변주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듯하다. NCT DREAM의 <ISTJ>에서 처음 완벽한 변주를 선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적용법이 라이즈에게도 해당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이들의 탈SM 기법은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난다. 크게 딱 한 부분만 말하고 싶은데, 바로 멤버들의 상의 탈의이다. 되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지 몰라도 SM 역사상 데뷔 곡에서 과감하게 상의 탈의 장면이 나온 적이 있던가. 그것도 짐승돌 컨셉이 아닌 팀에서. 이 장면에서 SM 3.0이 직관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뮤직비디오 자체는 음악에 담긴 스토리를 잘 시각화했다고 생각한다. 추억과 시작의 노래라는 것처럼 멤버들의 지난 청춘이 담긴 스토리와 반복해서 나오는 질주 장면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것 같다. 또, 영상미가 굉장히 예뻤는데, 아마도 지난 추억의 회상에 힘을 더하기 위해 살짝 노이즈낀 화면과 색감, 그리고 필름 형식의 화면 전환을 곳곳에 배치한 듯하다. 


무난한 음악과 무난한 뮤직비디오, 다르게 말하면 뻔한 음악과 뻔한 뮤직비디오이다. 청춘은 클리셰고 어디서든 통한다. SM 3.0이 적용된 첫 결과물은 이러했다. 



선공개 곡 <Memories>가 기타 사운드를 슬쩍 내밀었다면, 타이틀 곡 <Get A Guitar>는 기타 여러 대를 눈 앞까지 들이민다. 제목에서부터 기타를 컨셉으로 잡은 이 곡은 영감의 노래라고 하는데, 기타를 아예 컨셉으로 잡고 내밀 줄은 전혀 몰랐다. 선공개 곡이 너무 이지해서 타이틀은 조금 다를까 했더니 똑같았다. 이전과 달리 변주 구간은 없으나 기존의 SM 색이 전혀 묻어나지 않은, 다른 회사에서 발매되어도 이질감이 전혀 없는, 그런 무난하지만 세련된 곡을 가지고 왔다. 구성은 뉴진스의 <Super Shy>와 비슷한 구조로 1, 2절 진행 후 Interlude를 지나 과감하게 마무리된다. 


뮤직비디오도 선공개 곡과 큰 차별점은 없다. 곡에 따른 스토리 진행은 당연히 다르지만, 전반적인 추구미나 분위기의 결은 매우 유사했다. 큰 차이라고 해봤자 타이틀 곡에는 퍼포먼스 비중이 훨씬 컸다는 거..? 아, Chorus에 기타를 치는 동작을 안무로 승화한 게 진짜 간지였다고 생각한다. 킬링파트인 것 같고 챌린지를 노린 안무인 것 같기도 하다. 또, 화면 구도가 90년대 감성이 떠오른다.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Y2K 비주얼 감성을 살짝 가미한 게 아닐까. 이말은 즉, 라이즈의 이번 앨범은 SM이 고수하는 SMP 색깔보다는 트렌드에 더 맞췄다는 걸로 해석이 된다. 


그나저나 이들이 기타를 이렇게나 강조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이지리스닝을 표방하기 위해? 아니면 입문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떤 의도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과거의 SM이었다면 분명 '기타'라는 상징이 다음 앨범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했을 텐데, 지금의 SM은 마냥 그러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잘 모르겠다. 




순도 100% SM 3.0의 첫 결과물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아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첫 앨범인데다 기존의 SM과는 차별점을 두기 위한 선택의 결과인지 아니면 추후 방향성이 이러한지는 라이즈의 다음 앨범이 나와야 조금 확실해질 것 같다. 


라이즈..! 시작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그러나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여론이 안 좋은 채로 데뷔해도 결국 끝에가서 웃음 짓는 건 아티스트 쪽이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잘 풀리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순도 100% SM 3.0인 만큼 엄청난 푸쉬가 예정되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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