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산업 발전 특별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
2025.8.6.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주최 : 국민의힘 고동진 국회의원
“AI 생태계 발전 위한 전력·데이터·인재… 정부가 나서서 마중물 돼야”
“K-인공지능 대전환 위한 과감한 규제 철폐 필요”
AI 산업 발전 특별법 제정 공청회
“규제 샌드박스 등 수동적 완화보단 능동적으로”
AI 기본법 충돌 방지·버티컬 AI 전략 제시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큰 틀인 ‘AI 기본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합리적인 규제 완화 등 범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인공지능산업 발전 특별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AI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특별법을 마련하기에 앞서 산업계와 학계, 법조계가 모여 의견을 나눈 자리다.
고 의원이 준비 중인 특별법안엔 △국산 AI 활용 관련 세제 지원 및 우선 구매 제도 시행 △AI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및 병역 지원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특별사증 발급 및 정주 여건 지원 등이 담겼다.
발제를 맡은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도 기술 독립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개인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 기업 간 경쟁이라는 세 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해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문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본질이 ‘국가 단위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특정 국가에 의해 독점될 경우, 다른 국가는 이를 구매하거나 대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이 때문에 각국은 AI 안전보다 혁신을 우선시하고, 생산성 효과를 자국 산업에 빠르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의 AI 확산 전략을 연달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AI 액션 플랜’은 국가 단위의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백악관이 주도하는 과도한 규제 철폐를 비롯해 AI 데이터센터 확충 및 전력 확보, AI 채택 정책 등도 이 계획에 따른 일련의 움직임이다.
미국이 AI 액션 플랜을 띄운 지 이틀 만에 중국도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 계획’을 공개했다. AI를 국제 공공재로 규정하며 협력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미국 견제와 자국 중심 기술체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김 부문장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글로벌 상위권에 머무는 데 만족하지 말고 AI 기술력에서 톱3 국가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부문장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기술이 아닌, 전 세계가 미국이나 중국의 대체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국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파운데이션 모델에 더해 차세대 기술 연구와 인재 육성에 있어서도 글로벌 경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산업 발전 특별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두고 나머지는 진흥에 집중하는 게 최근 글로벌 AI 흐름”이라며 “영국이나 미국처럼 규제 기관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제재를 능동적으로 찾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의적절한 AI 특별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 확보와 AI 업계 전반의 생태계 육성, 기술 혜택의 사회적 확산을 달성해야 한다”며 “산업 진흥과 사회적 혜택의 균형은 동시에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부문장은 “AI 경쟁이 국가 단위로 이뤄지면서 소수 국가가 기술 및 혜택을 독점하게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현재는 무료로 AI 모델을 공개하거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 종속성을 확보하면 가격을 높여 혜택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탑2’ AI 승자독식이 이뤄질 수 있고, 한국은 ‘탑3’을 목표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국어만 잘하는 AI 모델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국, 미국의 대체재로 쓸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문장은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추세는 AI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도 오남용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제외하고는 규제를 최소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문장은 “AI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확보하고 산업 전반의 AI 생태계를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규제 샌드박스 등 수동적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능동적인 규제 철폐를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적 제안이 제시됐으며 우선 수직 최적화를 통한 AI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산업계는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이해 기반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전무이사는 “AI 모델의 성능 확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이어지는 전방위적인 수직 최적화가 필수적”이라며 “하드웨어 및 인프라 영역에서의 자립 수준이 AI 성능과 비용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육성하기 위해서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나, 정부는 큰 방향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엄밀한 평가를 통해 방향성을 조정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중국은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과 같은 제도화로 정부의 벤치마크, 인프라 배분과 연계해 AI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술 성과 기반의 정책 인센티브 체계와 서비스 기업 주도의 생태계 리더십, 정부의 벤치마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조금 중심을 정책 금융 지원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이영탁 SK텔레콤 성장지원실장은 “AI산업발전특별법 조항 중 산업계 입장에서 가장 좋아할 만한 조항은 인공지능 사업자에 대해 직접 보조금 정책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세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현재 수익을 내는 기업이 많지 않기에 혜택받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보조금 지원은 시행령에 위임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법안에 나열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면 일본 같은 경우에는 지방 같은 경우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때 상면 건축비의 50% 3000억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이 법안으로 명문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크게 전력, 데이터, 인재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의 공통점은 민간이 당장 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AI 산업 진흥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통합 거버넌스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계영 삼성SDS Gen.AI사업팀장은 “한국도 AI기본법이 제정되고 각종 전략이 나오고 있으나 부처별로 산발적인 계획들이 나와 산업계 입장에서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처별로 산발적인 계획들을 나열한 AI 기본법 외 AI 만을 위한 새로운 틀과 체계를 수립하는 특별법 제정 추진이 시의적절하다”며 “AI 기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정부 AI 거버넌스 기구를 두고 정책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본법과의 법률 간 충돌 가능성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은 AI 기본법상 산업진흥 조항에 대한 반도체 등 특정한 AI 산업발전을 위한 진흥 정책을 담는 것이 타당하다”며 “AI 기본법 상 규제와 충돌할 수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자율제조 등 AI 산업 분야 확산과 관련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으면 이에 대한 규제 예외 조항이나 AI 규제 샌드박스 등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국가의 감정을 살린 제조업 등 산업 특화 ‘버티컬 AI’ 전략도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인공지능센터장은 “글로벌 AI 경쟁 속 보다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법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제조업 DNA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 창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한 이번 공청회에서는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AI 관계자들이 참여해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안이 쏟아졌다. 고 의원은 AI 산업 발전에 초점을 둔 ‘AI산업발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공청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고 의원은 “지금까지 AI에 관한 논의는 안전에 초점이 맞춰있었지만, 올해 들어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소버린(주권) AI’라는 안보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21대 국회가 통과한 ‘AI 기본법’은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발전하는 AI 산업을 뒷받침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미국과 중국이 AI 관련 거버넌스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제 안보와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