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연평해전 참전 영웅들과 함께 합니다"
'전후(戰後) 지연성 PTSD에 대한 이해와 보훈정책' 세미나
2025.12.18.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주최 : 국민의힘 배현진 유용원 국회의원
주관 : 영웅을 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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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는 국가를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국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연평해전 참전용사들...국민의힘, 지연성 PTSD 지원방안 논의
배현진·유용원, PTSD 세미나 주최
연평해전 용사들, 경험 말하며 눈물
개정안 발의됐지만 상임위 계류 중
의원들, 머리 맞댄 채 한참 ‘고심’
“1999년에는 국가를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국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 선정오씨)
“2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제 일상과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 김준희씨)
지연성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참전 용사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세미나가 18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주최로 마련됐다.
배현진·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후 지연성 PTSD에 대한 이해와 보훈정책’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행사에는 제1·2연평해전 참전용사들과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 또 복수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여러 의원의 축사 속에 밝게 시작한 세미나였지만, 분위기는 곧 가라앉았다. 주최자인 배 의원과 유 의원은 꼼꼼히 메모하며 발언을 경청했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발제 자료를 한참 살펴봤다.
참전용사들은 행사 내내 굳은 표정으로 각자의 일상 속 어려움을 털어놨다.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 김준희씨는 교전 당시 상황을 좌중에 소개하다가 잠시 눈물을 보였고, 발표 중 격해지는 감정을 추스르며 “죄송하다”고 연신 말했다.
그는 “제1연평해전 참전 장병 8명이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당시 의료 기록이 없고 만기 전역했다’는 이유로 전원 ‘비해당’ 처분을 받았다. 다시 재심을 청구해 4명 해당, 4명 비해당 결과가 나왔다”며 “비해당 4명은 보상을 받지 못했고 현재 행정심판을 준비 중이다. 치료비는 사비로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인 선정오씨 역시 “이제 알았다. 저로 인해 가족들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일 가까운 가족에게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짜증 내는 상황이 제대 이후 지속적이었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이자 예비역 해군 원사인 전창성씨는 국가보상 및 국가유공자 신청과 관련해 “정작 28년을 복무한 군대에는 정보가 전혀 없고, 이 중요한 내용의 정보를 전직 교육 전 겨우 1시간 정도의 공지사항 교육 중 잠깐 (접했다)”고 지적했다.
전창성씨는 특히 교전 상황에서 좌측 어깨에 장애가 남는 상처를 입어 “친구들과 맥주 마실 때 500㎖ 잔조차 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좌측 팔 장애를 보상등급 2급으로 인정받았지만, 지난달 말 상이연금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가유공자 등록 역시 아직이다.
행사 주제인 ‘지연성 PTSD’는 외상 직후가 아닌,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 발현되는 장애다. 적과의 교전이나 전우의 죽음 등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 과각성, 불면, 무기력감, 사회 기피 등 증상이 대표적이다.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 환청 등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PTSD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이 될 위험이 크지만, 현행법은 전상 또는 특수직무공상으로 심신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 퇴직하거나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판정받은 것만 장애보상금 지급 대상으로 정한다. 뒤늦게 발발하는 ‘지연성 PTSD’는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
백종우 경희대학병원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이날 세미나 중 소개된 영상에서 “사고 직후가 아닌 2년, 5년, 심하면 10년 이후에 발생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 지연성 PTSD라 정의한다”며 “대개 직후에 시작되지만,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짚었다.
백 교수는 이어 “가장 마음이 아픈 건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은 것 아닌가. 그 고통을 겪었는데 고통을 스스로 증명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국가유공자 역할을 하신 분들이 자신의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괴롭다”고 부연했다.
제1·2연평해전 참전용사 외에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교전 상황을 겪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6·25 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자들도 사각지대에 있다. 유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관련 개정안을 올해 6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국방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배 의원도 이달 2일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김한나씨, 제1연평해전 참전자 김무상·선정오씨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소관 상임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 역시 국가가 책임을 지고 보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개정안 취지에 동의를 표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배 의원은 “미국은 참전용사의 PTSD에 대해 군 복무와의 연관성만 인정되면 그 등급에 따라 모든 경제적 보상을 해주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참전용사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있는지 이 자리에서 되새겨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 역시 “뒤늦게나마 이런 자리가 마련됐고, 개정안까지는 발의됐다. 여당 의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분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분의 희생과 고통을 최대한, 뒤늦게라도 또 조금이라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매일경제 이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