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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가 노인 되는 날 / 정중규

내가 그 유명한 '58개띠'

by 정중규

내가 그 유명한 '58개띠'로 드디어 올해 3월21일 생일이 지나면 법정 노인이 되는데, 베이비붐세대로 인구수에서 가장 많다는 '58개띠들'이 고령자세대에 편입되면서 대한민국의 초고령화시대 돌입도 한걸음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라는 말이 아직 그렇게 실감나게 와 닿지는 않는다. 얼마 전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께서 강연하면서 "어찌하여 한국인들은 60세만 넘어가면 스스로 노인 행세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오히려 생물학적 연령과 무관하게 심리적으로 젊게 살아가면 노령화도 건강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며 "젊게 살라"고 주문하셨다. 그러할 것이다. 김형석 교수 본인부터가 그런 삶을 솔선수범하고 계시지 않는가.

단지, 아쉬운 점은 65세가 사회 각 분야에서 정규 퇴직 연령이라는 점일 것이다. 어쩌면 절대 수에서 가장 많아 그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을 하며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온 '58개띠' 이 블루칩 인력 집단이 한꺼번에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클 것이다.

이들 58개띠들이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는 한마당을 국가가 마련해주어 사회적으로 다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58년 개띠’가 노인 되는 날 [데스크에서]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2022. 12. 24.


2023년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65세가 되는 해다. 우리 사회에서 65세는 큰 의미가 있다. 고령자 관련 통계는 전부 65세가 기준이다. 월 32만원인 기초연금을 비롯, 지하철 공짜 탑승, 독감 접종비 면제, 비과세 저축, 임플란트 할인 등 경로우대 자격이 생기는 것도 65세부터다. 크고 작은 복지가 워낙 많아서, 인터넷에는 ‘65세 이상 어르신 혜택 50가지’라는 정리글까지 있다.


58년 개띠가 65+클럽에 입성하면서 ‘1000만 노인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통계청 추정으론 우리나라는 2024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전체 인구의 19.4%다. 이후에도 노인 수는 계속 늘어 2070년엔 인구 전체의 46.4%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인구 구조는 한번 방향을 잡으면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노인대국 반열에 들어서는 한국에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사회복지 청구서가 사회를 삼킨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지금도 만년 적자이지만, 1000만 지공선사(공짜 지하철 경로석에서 참선하는 노인) 때문에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지하철 일반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은 시행 초기인 2014년만 해도 7조원 정도였지만 내년엔 20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10조원, 올해 12조원이 지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26년 적립금 고갈로 깡통이 되고, 2040년엔 23조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둘째,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다. 생산·소비의 주축인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노인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빨리 늙은 일본에선 노인 취업자 숫자가 18년째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909만명이었고, 65~69세 취업률은 50.3%나 됐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피부양 인구가 늘면 사회 전체 활력이 사라지고 나라 곳간도 부실해진다”며 “정년연장을 통한 고령층 경제활동 확대는 노령연금과 복지급여를 줄여서 고령화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간병 퇴직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돌봄인력 만성 부족에 시달릴 운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노인돌봄인력을 2040년까지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병인을 찾지 못해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퇴직’은 벌써 조짐이 보인다. 올 상반기(1~6월)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퇴사한 여성은 1년 전보다 29% 늘었다.

더 큰 문제는 10년 후인 2033년에 닥친다. 58년 개띠가 유병노후(有病老後) 나이인 75세가 되는 이때, 한국의 고령화 충격은 더블로 커진다. 앓아누운 노인들이 늘어나 사회 복지 비용이 급증하는데, 2차 베이비부머(68~74년생, 635만명)가 줄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출산율 극적 반등이나 외부 인구 유입을 기대하는 건 헛된 기다림에 가깝다. 우리 미래가 더 위태로워지기 전에 노인 연령 상향, 정년 연장, 연금 개혁 같은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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