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동안 맨아래 올린 글과 같은 내용으로 몇 차례 밝혔지만, 박민 사장 카드엔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이 엿보인다. 부디 지난 1년간 KBS 개혁을 위해 투쟁했던 KBS 내 비민노총 노조원들(아래 성명서 발표한 [KBS노동조합])과 함께 KBS의 좋은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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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 성명] 개혁 의지 집중시켜 KBS 위기 극복해야
KBS이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가 고심을 거듭해 박민 새 사장 후보를 임명 제청한 이유는 박 후보가 KBS 경험이 없는 외부인이란 한계가 있었음에도 존립의 위기에 빠진 KBS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양승동-김의철 사장체제는 KBS 민노총 노조의 강력한 영향 하에 무능경영과 편파방송을 일삼아 국민에게 버림받았다.
정상화를 위한 KBS노동조합의 치열한 투쟁과 국민의 반복된 경고에도 특히 방송법에 규정한 공영방송의 필수적인 역할마저 포기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일터 KBS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결국 수신료 재정위기와 2TV재허가 불허 가능성을 불러놓고 지금 이 순간까지 아무런 반성과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게 KBS 경영진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현주소이다.
KBS가 극단적으로 망가진 만큼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과정 역시 멀고도 험난하다.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다.
한전과의 수신료분리징수 유예가 이번 달 말까지 최소한의 수습조차 않는다면 막대한 재정손실이 우려되며 2TV 재허가를 위한 조치가 늦춰진다면 국민은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박민 후보자는 지체하지 말고 KBS 안에서 사력을 다해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선 구성원들을 하나로 집중시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KBS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며 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새 경영진과 개혁 세력의 시너지가 있어야한다.
지난 6년 동안 KBS가 국민에게 버림받았던 그 과정을 면밀히 해부하고 분석해 반드시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방송 시스템 확립과 경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비전을 확립해나가야 비로소 위기 극복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을 1순위를 보고 뛰고 있다. 그러나 KBS가 정상화되지 않고 존립의 위기가 파멸로 이어진다면 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새 사장 후보가 겨우 임명 제청됨으로서 즉각적인 KBS 파멸의 위기는 넘겼으나 넘어야할 산은 적지 않다.
KBS노동조합은 미증유의 공영방송 위기 속에서 박민 새 사장 체제가 어떻게 회사가 제자리를 찾게 할 것인지 절대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철저히 관여하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또한 회사를 살릴 원동력이 될 내부 개혁의지가 흐트러지지 않고 침몰하고 있는 KBS를 건져낼 수 있게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폭넓은 참여와 연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2023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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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박민 후보로 결정이 될 듯하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언론계 인사들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며, KBS MBC YTN 연합뉴스TV 등 4대 공영방송의 문재인 정권 부역 사장들(김의철 박성제 우장균 성기홍)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던 때가 지난 해 7월, 처음 시작할 땐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암담하게 느껴졌었지만, 그래도 KBS MBC(김의철 박성제) 사장이 물러나고, 언론계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문재인 알박기 인사들(한상혁 정연주 남영진 등등)이 하나둘 뿌리뽑히는 등 지난한 과정이지만 정상화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사실 지난 1년 넘게 KBS정상화 투쟁을 같이 펼쳐왔던 KBS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신임 사장은 내부에서 선출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나 역시 보았었다.
하지만 어찌하여 용산에선 박민 후보를 처음부터 내밀고 있는지, 그에 대한 순전히 내 개인적인 주관적 분석을 해보자면, KBS 내부에서 박민 후보의 '흠'으로 지적하는 그것 곧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배라는 것, 민노총 노조 출신이라는 것 등등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얘기는 이미 지난 팩트체크위원회 때 위원들과도 나누었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발등의 불'인 총선 승리다.
그를 위해선 공영방송(KBS MBC 정도라도)을 반윤석열 세력 그 진영에서 벗어나게 해, 최소한 중립 더 나아가 우군으로 세워야할 것이다.
그런데 MBC YTN도 그러하지만, KBS 역시 민노총 노조에 비해 비민노총 노조가 극히 소수다.
그렇다면 비민노총 노조 출신의 내부 인사로 사장이 되면 6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까지 과연 KBS 내부 장악이 가능할 것인가, 다수인 민노총 노조는 소수 노조 출신 신임 사장을 상대로 반격을 하진 않을 것인가.
그렇게 총선을 앞두고 내부 투쟁 속에 반 년을 보내버리면, 그것이 총선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용산에서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그럴바에야 비록 응급조치이지만, 민노총을 어느 정도 아는 사장을 내세워 총선 때까지 민노총 노조와 비민노총 노조 곧 KBS 전체를 다독여 나가 최소한 방송 보도에서 반윤석열 성격만 드러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신임사장은 1년짜리다. 방송법 개정 등 진정한 KBS개혁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난 뒤에 시작하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용산의 염려가 그러하다면, 내부인사 KBS사장 후보들이 그 점을 인식하고 그 염려, 곧 신임 사장이 되면 어떻게 내부를 장악하고 그를 평화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지를, 용산의 그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시급하게 설득시켜야할 것으로 보았지만 그 점을 다들 소홀히 한 것 같아 아쉬웠다.
민노총 노조 세력과의 투쟁에 오랜 세월 올인하다보니 그 점이 미흡하지 않았던가 생각되며 그들 후보들 모두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물론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공영방송 특히 KBS가 영국의 BBC처럼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권만 바뀌면 친여적인 사장이 들어서야 하는 이런 권력 지향적이고 정파 편향적 공영방송의 서글픈 현실은 반드시 혁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지난해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 역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위하려는 마음만이 아니라 그런 큰 뜻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 때 그런 근본적인 개선이 일어나길 바랬었다.
사실로도 대선 후보 시절엔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공영방송 사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아, 공영방송이 권력에서 자유롭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런 선의조차 접게 만들 정도로 대통령 취임 후 KBS MBC는 악의를 갖고 대통령을 괴롭혔다. '자기 사람을 심어야겠다'는 생각도 그리하여 다시 갖게 되었을 것이다. 적대적 진영정치가 판을 치는 이런 현실에서의 개혁이 힘든 이유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영방송만큼은 정권만 바뀌면 대통령이 자기 사람 심는 그런 전통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