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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다녀간 '목포 공생원' / 정중규

by 정중규

윤석열 대통령 다녀간 '목포 공생원'은 어떤 곳?

방명록에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

95년 전 윤치호 전도사 시설 설립

6·25 이후 일본인 부인 윤학자 여사

국경 초월…3천여명 고아 보살펴


"일본 출신 윤학자 여사님은 국경을 초월해서 한국의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길러내신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셨다. 앞으로도 공생원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데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더욱 발전하기 바란다."


지난 10월 13일 오후 목포 공생복지재단 공생원 설립 95주년' 기념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이라고 칭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출신 윤학자 여사님은 국경을 초월해서 한국의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길러내신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셨다"며 "힘들고 어려웠던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윤학자 여사님의 사랑은 한·일 양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생원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데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더욱 발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한·일 양국의 상징'이라고 지칭한 공생원은 어떤 곳일까? 그 시작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살이었던 청년전도사 윤치호는 길을 가던 중 다리 밑에서 굶주림에 떨고 있는 고아 7명을 발견하고, 그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이 살지 않는 목포시 대반동 유달산 자락에 터를 잡게 되는데 이것이 공생원의 시작이다. 윤 전도사는 아이들의 먹는 것은 물론, 교육에도 온 힘을 쏟는다. 그러던 중 윤 전도사는 고아들의 음악수업을 맡아 가르쳐주던 윤학자 여사(일본명 다우치 치즈코)와 만나게 됐고, 사랑을 느껴 결혼까지 이어졌다.


윤치호·윤학자 부부는 시간이 흘러 일제 해방기(광복)를 맞이 했다. 하지만 윤 여사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수백여명의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남아있던 윤 여사에게는 6·25라는 큰 시련이 닥쳤다. 당시 500여명에 달하는 고아들의 생계를 위해 전남도청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러 갔던 윤 전도사가 행방불명 된 것이다. 이후 공생원은 윤 여사가 홀로 이끌어간다.


일제 식민지 시절 20살의 어린 나이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선인 윤 전도사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실종된 남편을 대신해 평생 '고아들의 어머니'로 살았다. 1968년 57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그녀의 보살핌을 받은 고아만 3천여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4천여명의 고아가 공생원을 거쳐갔다.


1961년 다우치 치즈코 여사의 일본 방문소식이 NHK에 방영된 이후 일본에서 木浦會 등 여러 개의 후원회가 조직된다. 공생복지재단 공생원 제공

윤 여사의 이야기가 일본에 전해진 계기는 일본 방송의 다큐멘터리 방영 때문이었다. 당시 이 방송을 본 일본 수상 오부치 게이조는 공생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원장을 맡고 있던 윤 여사 딸(일본명 미도리)에게 임기 중 방문을 약속했고, 1994년엔 한일 배우들이 공동 출연한 영화 '사랑의 묵시록'이 제작, 상영돼 한·일 양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 여사의 헌신적인 삶이 일본에 알려지면서 윤 여사의 고향인 고치현을 중심으로 후원회가 구성 돼 정기적인 후원이 이뤄졌으며, 윤 여사의 고치현 주민들은 현지에 '한국고아의 어머니 윤학자 여사' 표지석을 세워 그녀의 사랑을 기렸다. 표지석 아래엔 목포에서 가져간 3천개의 자갈을 깔아 양국간 우애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현재 공생복지재단 목포 공생원은 국내·외 17개 시설로 규모가 커졌다. 목포 7개·일본 5개·제주도 4개 등 16개 시설이 있으며, 서울에는 '윤학자 공생재단'이 설립돼 있다.


공생재단 목포 공생원은 윤치호·윤학자 부부의 박애정신을 널리 기리고 전승하기 위해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생원 건너편 고하도의 개발과 95년 동안 터잡고 있는 대반동 주변 관광자원화 사업이다. 또 2028년 설립 100주년을 맞이해 공생복지재단의 21세기 복지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생재단은 '세계고아의 날' UN기념일 제정을 위해 일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배우 이순재씨를 총재로 추대하고 지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세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연 공생재단 상임이사는 "윤 여사가 살았던 공생원이 있는 대반마을은 유달근린공원으로 묶여 1940~60년대 마을 그대로 보존돼 있다"며 "재단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 국민이 윤 여사와 공생원을 통해 우의와 친선을 돈독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동 보호시설을 떠나는 청소년들이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나가는 그들이 자립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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