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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달러 중동과 대한민국의 인연이 묘하다 / 정중규

by 정중규

한국서 막힌 의료 AI, 사우디 병원으로...중동 의료 인프라 확대에 K바이오 '특수'

네이버, 사우디 5대 도시에 가상현실 플랫폼…韓 ICT 중동진출 물꼬

“경제·안보 모두 충족”...빈 살만의 파트너, 일본서 한국으로..사우디의 尹대통령 특급 환대

- 오일달러 중동과 대한민국의 인연이 묘하다. 첫 만남은 그야말로 사막 위에 도시를 세우는 '건설'과 같은 밑바닥 산업이었다. 하지만 네옴시티에서 보듯이 '포스트 오일 시대'의 새로운 세상을 준비 중인 중동 산유국가들, 마침 그동안 IT국가로 급성장한 대한민국이 다시 거기 카운터 파트너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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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억달러 수출 계약

초거대 AI·로봇기술 활용 디지털트윈 기술로 도시관리

韓·사우디 방산 장기협력 "계약 규모·액수 상당히 커"

빈살만 지난해 방한때부터 천궁 미사일체계에 큰 관심

https://v.daum.net/v/20231024010302036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수출하게 되면서 향후 중동 지역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사우디는 네옴시티라는 거대 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관련 업계는 평가했다.


23일(현지시간) 네이버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는 사우디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카, 메디나, 담맘, 제다 등 5개 도시에 현실과 똑같이 만든 가상공간이자 도시 단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플랫폼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이 중동 지역에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규모는 5년간 총 1억달러(약 1350억원)로 국내 ICT 플랫폼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향후 사우디는 디지털 트윈을 도시 계획과 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기술 등이 반영된다.


클라우드 기반 가상공간에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디지털 트윈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도시 계획과 관리에 유용하다. 실제 도시 개발을 진행하기 전에 건축물의 일조량이나 주변 교통량 등을 예측해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 집중호우 때 침수 지역을 예상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일도 가능하다.


도시 전체의 공간 데이터를 담고 있는 디지털 트윈은 한 번 구축해 놓으면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가치가 매우 높다. 디지털 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거나 저비용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을 스마트 시티 같은 미래형 도시의 기간 시설이자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규모 지역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사례가 된다.


전통적 협력 분야인 플랜트 산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개가를 올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와 24억달러(약 3조2500억원) 규모의 '자푸라 2(Jafura 2) 가스플랜트 패키지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에 한국 기술로 플랜트를 건설하게 된다.


방산 시장도 기대를 모은다. 특히 중동은 인접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 데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졌다. 역내 국가들의 군비 증강 움직임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산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방산 수출 시장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는 특히 지대공미사일 수출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드론 등을 이용한 공격을 받아온 사우디는 요격미사일 수요가 크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도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국내 업체들이 만든 천궁 무기체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주력 제품을 여러 국가에 수출하며 K방산의 힘을 키우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1차 무기 도입 계약에서 FA-50 경공격기 48대를 수출했는데, 규모가 총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품 자주포로 불리는 K-9 자주포를 전 세계에 수출해왔다. 작년에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방산 수출 규모는 사상 최대인 173억달러를 달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부터 방위 산업을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통령 국가안보실에 방위 산업 수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방산 업계 매출액은 올해 18조7839억원에서 2027년 29조7278억원으로 5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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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사우디 국가 전략과제 참여..기술력 바탕으로 중동서 판로 찾아, 생산시설 건설 등 업계 진출 활기

https://v.daum.net/v/20231026184016373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4년 전만 해도 연 매출 2억 원을 넘기지 못한 스타트업이었다. 기술을 개발해도 건강보험 적용에 막혀 의료 현장에 도입이 더뎠기 때문이다. 루닛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21년과 22년 루닛의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70.3%, 79.5%가 됐고, 올 상반기에는 86%로 올랐다. 특히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진출에 가속도가 붙으며 상반기에만 전년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164억 원에 도달해 연 매출 300억 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신(新)중동' 특수를 타고 활발하게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루닛은 이날 사우디 정부가 국가 전략과제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헬스케어 샌드박스’의 디지털 의료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샌드박스 사업 규모는 총 90조 원에 달한다. 앞서 루닛은 지난 7월 사우디 '가상병원 프로젝트'에도 암 검진용 AI 솔루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다른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도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메디컬 유통기업 MHC와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분석을 통한 폐암 조기 진단 기술을 유럽 5개국 암 검진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진단기업도 중동 진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최근 UAE에 혈액으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대웅제약, SK바이오팜 등 의약품 기업들도 앞다퉈 중동에서 품목허가를 받으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생산시설 건설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3국 백신 기반 확보를 위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타깃을 태국에 이어 중동으로 잡고,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한 생산 인프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두바이에 보툴리눔 톡신 생산시설을 지어 글로벌 진출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사우디 산업단지에 진단장비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중동 진출이 확대된 데는 현지 의료 시스템 변화와 시기가 맞아떨어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은 최근 경제 성장과 석유산업 외 신사업 발굴을 위해 의료 인프라를 확충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보건의료 분야 지출 규모(경상의료비)는 2022년 104억1,000만 달러에서 매년 5.4% 성장해 2027년 135억5,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UAE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포함해 중동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 역시 업계의 중동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국내 의료기술을 높게 평가하는 만큼 향후 중동의 투자에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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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모두 충족”...빈 살만의 파트너, 일본서 한국으로..사우디의 尹대통령 특급 환대

https://v.daum.net/v/20231026030112255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현지 시각).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숙소(사우디 영빈관)에서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참석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을 찾아왔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두 정상은 23분간 통역만 대동한 채 환담했다. 이후 빈 살만은 벤츠 옆자리에 윤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해 포럼 행사장까지 데려다줬다. 빈 살만은 이동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다음번에 오면 사우디에서 생산하는 현대의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빈 살만의 외빈 특급 환대를 두고 사우디가 상정한 핵심 협력 파트너의 무게 추가 한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사우디는 과거 동북아의 핵심 협력국으로 일본을 상정했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기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고, 오히려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 입장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큰손이다. 그러나 빈 살만은 작년 11월 방한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2시간여 함께 보낸 뒤,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외교 관계자는 “첨단 제조업 기술력은 일본도 막강하지만 사막 지역에서 공사 기한을 맞추는 건설 경쟁력과 막강한 방산 역량까지 갖춘 한국은 사우디의 경제와 안보 수요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일본은 여러 제약이 있는 방산 분야가 한국에는 강점으로 꼽힌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빈 살만은 어지간한 국가 정상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 외교가에서 ‘은둔의 군주’로 불린다. 그런 빈 살만의 파격 의전의 기저에는 한국에 대한 신뢰가 깔렸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1973년 삼환기업이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시작된 양국 경제 협력에서 다져진 신뢰가 사우디 지도부에 확실히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위상과 국가 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1970년대 중동 붐에 올라타 벌어들인 외화를 압축 성장의 마중물로 삼은 한국은 이제 건설은 물론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한국 발전 모델을 빈 살만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도로와 교량을 공기(工期)에 맞춰 완공하는 나라’ 정도로 인식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이웃 아랍에미리트(UAE)가 2009년 12월 한국에 약 20조원 규모 바라카 원전 건설을 맡겼을 때, 사우디 왕가는 UAE 왕가에 “한국 기술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당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기술력을 지켜본 UAE 왕가에선 “한국은 다르다”고 사우디 왕가에 소개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 석유 관계자들이 국제 유가가 오를 때 종종 연락해 ‘미안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한다”며 “과거엔 보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했다.


사우디와 UAE는 수십 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중동 지역과 세계 석유 시장에서 경쟁도 벌이고 있다. 두 나라의 이런 경쟁 관계가 사우디를 한국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도 올 1월 있었던 UAE 국빈 방문 이후 사우디 측이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이슬람 다수인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최근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 하마스·헤즈볼라 등이 잇따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안보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고 나서면서 빈 살만은 중동 평화 복원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빈 살만은 UAE가 지난해 35억달러(약 4조73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지대공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8월 UAE 전투 부대가 한국에서 첫 연합 훈련을 하는 등 양국의 활발한 군사 협력 관계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소식통은 “사우디로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맹주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70여 년간 수십만 상비군을 유지하고 무기 체계를 발전시켜온 한국의 방산 경쟁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빈 살만은 올해 38세인 젊은 군주다. 또 사우디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반면 미국발 셰일 혁명으로 인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유가 통제권이 약화되고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빈 살만이 ‘비전 2030′ 국가 전환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 까닭이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를 제조업 기술이 바탕이 된 신산업 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신산업 기술을 일궈낸 점은 빈 살만에게 좋은 협력 모델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23일 킹사우드대 강연에서 “여러분의 선조인 아라비아인들이 동서양 문물 교류의 선도적 역할을 했고 인류 문명의 발전과 풍요로운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한 것도 양국 협력 강화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차원이다.


외교가에선 K팝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 경쟁력도 빈 살만을 한국으로 끌어당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빈 살만은 사우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며 “빈 살만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젊은 층이 좋아하는 K콘텐츠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빈 살만이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확정했고, 사우디 문화부 장관은 작년 방한해 CJ ENM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방문했다.

사우디 매체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빈 살만의 특급 의전을 소개했다. 현지 매체 ‘사우디 가제트’는 24일(현지 시각) 빈 살만과 윤 대통령의 운전석 환담에 대해 “왕세자는 윤 대통령을 줄곧 따뜻하게 대했으며, (공식 일정) 시작부터 윤 대통령을 진심으로 반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기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한국은 획기적인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했다. 사우디 일간 ‘아샤크알아우사트’는 “빈 살만 왕세자와 윤 대통령은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정을 체결했다”고 했다. UAE 매체 ‘알아라비야뉴스’는 이날 FII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 “사우디는 한국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신뢰하고 인정한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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