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클린스만(Jurgen Klinsmann)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결국 경질되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회의 열고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건의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포함한 대표팀의 향후 운영 방향을 장시간 논의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중도해지를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차적인 이유야 당연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 캡틴 손흥민(토트넘), 공을 놓치지 않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탑 연봉 주전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최정예 월드클래스 선수들로 꾸려진 역대 최강팀으로 1960년 이후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안고 참가한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에서의 요르단과 4강전 ‘졸전’ 등 성적 부진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시안컵 경기 결과 내용을 분석하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에서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듯이 이번 ‘이강인 사태’와 같이 선수들 사이에서의 갈등을 유발할 정도로 팀 관리에 부실했던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부재였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팀이 위계질서는 물론 단합조차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그 내막도 모르고 어찌하여 선수들이 90분 정규 타임 내내 답답한 경기 하다가 추가시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팀워크가 기적 같이 살아나는지 이해를 못하고 가슴만 졸이다, 추가시간이나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터지는 이른바 ‘극장 골’에 감동하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곤 했었다.
국가대표팀 선수단 내부가 감독의 리더십 부재로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는지는 국민들은 몰랐던 것이다. ‘극장 골’이란 기적 드라마 쓰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 결국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그것은 곪아 터져 상대 골문을 향해 슛 하나 날리지 못한 ‘졸전’을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강인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흔히 ‘동방예의지국’이라 말해왔던 대한민국에 대해 오히려 희망을 가졌다. 그 분노가 ‘인성’이라 표현되는 ‘기본’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인 까닭이고,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려면 그 ‘기본’이 갖춰진 나라가 되어야한다고 평소 생각해왔던 까닭이다.
하필 그 ‘기본’을 기본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이재명이란 정치인이 자꾸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심지어 출생기본소득까지’ 마치 조폭이 “차카게 살자” 외치는 것처럼 ‘기본’을 자기 것처럼 내세워 그렇긴 하지만, 나는 진정으로 대한민국이 ‘기본’이 갖춰진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부터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나라인데, 민주주의야말로 절차와 과정의 예술, 곧 페어플레이 정신 그 '기본'에 충실해야 완성될 수 있는 정체(政體)인 것이다.
내가 개혁신당 공동대표 이준석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심지어 5년 내내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갈라치기 정치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엄정하게 비판했던 것도 그들의 정치가 '인성'을 비롯한 그 ‘기본’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해방 후, 특히 6.25사변인 한국전쟁 이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였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0권에 드는 경제대국에 이르게까지, 우리는 참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었다.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루다보니, 무엇보다 살인적인 치열한 경쟁 속에 던져진 우리는 목적 달성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도 기꺼이 용인해주었다.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의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에 나오는 애벌레들이 만든 기둥처럼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우리 모두는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을 성공 인생인양 꼭대기를 향해 위로 올라가기만 했다.
여의도 정치권은 그런 악마적 서바이벌게임의 끝판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과물이 수십 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적대적 진영정치다. 흔히 이것을 이념 싸움이라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념이 아니라 이권 싸움이다. 상대편을 완전히 궤멸시켜야(이해찬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직접 내뱉은 말이다) 우리 편이 권력을 독차지하고 그 떡고물인 이권을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그래서 더욱 문재인 대통령 정권을 나빴다고 하는 것이다. 집권하자마자 의도적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정치로 반쪽으로 나눠 통치하려 했고, 특히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보수우파진영을 궤멸시키려 광분했다.
그렇잖아도 87체제로 좌우진영간 대립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차츰 심화되어가고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 정권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더욱 격화시켜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무너지고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도, 5년간 진행된 문재인 정권의 보수우파 궤멸 작업에 분노한 보수우파진영이 필사적으로 결집해 응징투표를 한 때문이다.
0.73%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결정난 대선 결과에서 보듯 대한민국이 완전히 반으로 쫙 나눠졌던 것이다. 이런 최악의 적대적 진영정치 현실을 만든 그 원죄를 문재인 대통령께 두고 그가 역사에 죄를 지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둥근 천정 뚜껑이 열리면 마징가 Z가 나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내게는 그 둥근 지붕 위에 300마리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밟으며 만들어낸 애벌레의 기둥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주의는 ‘우리와 다른 이’와 함께 살며 서로 윈윈하는 공존의 예술(art)인데, 여의도 안에서의 민주주의에서는 상대를 궤멸시키고 우리만 홀로 살아보겠다는 기술(art)만 횡행하고 있다. 이렇게 갈라치기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어 ‘기본’을 잃어버린 오도된 민주주의에 온 나라가 병들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이른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극도에 달한 사회 갈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진정한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지금 멈칫하고 있는데 거기 ‘적대적 진영정치’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우리 사회 모든 갈등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권을 향해 ‘제발 싸우지 말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극악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려면 적대적 진영정치에 갇힌 정치권의 갈등지수부터 낮추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제 헌법 제1조 제1항이 선포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에 걸맞게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제대로 지키는 ‘기본’이 바로 선 나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승자독식-패자전몰의 대결 정치가 난무한 한국의 정치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포용의 정치를 되살리고 ‘배제의 정치’(politics of exclusion)를 획책하는 사회분열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사회통합에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에 입각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계속 되는 것도, 사회적 이슈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면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고 사회갈등비용을 줄여나가는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al Democracy)’를 하루빨리 도입하자는 주장도 모두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처해있는 이런 비정치적이고 반민주적 상황의 난맥상을 해결하고 민주공화국에 걸맞는 ‘기본’을 갖추게 될 때,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