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할 게 없는 보통의 삶을 살고 있어 문득문득 너무도 서글프다. 다들 위로한다.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 위로는 진심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열심'을 인정하기 때문에 더 슬프다.
그래, 맞아. 나는 참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그러면 뭘 하냔 말이다. 도무지 내 삶에 자랑할 게 없는데... '자랑할 것'과 '자랑스러워하는 삶'은 조금 다르다. 나의 삶이 제법 '자랑스럽'지만, '자랑거리'를 꼽으라면 "음... 글쎄요..." 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 몇 달간 찾아 헤맨 나의 자랑거리. 아무리 뒤져도 요 몇 년간의 나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게 바쁘게 열심히 사는데 왜 나만 없어, 자랑거리. 고민과 고뇌의 시간을 거듭하다 너무 피로하여 대충 내린 결론은. 내가 모든 것들을 '대충' 하기 때문이라는 것. ('자랑거리'가 없는 이유도 '대충' 찾아내어 '대충' 결론 내는 것처럼.)
본업인 '아이 둘의 엄마'라든가,
생업인 '영어선생'이라든가,
얼마 전에 시작한 '학습코칭전문가' 공부라든가,
함께 자격증을 취득한 코치님들과의 '독서와 스터디'라든가,
매일 끼적거리는 다이어리나 글쓰기도.
맡은 바 역할은 다양하고, 그에 따라 매일매일 하고 있는 업무도 많지만.
그 모든 역할과 업무에 내가 충분히 진짜 힘을 쏟지 않고 있는 게 문제였다.
진심을 다하고 성실하게 임하지 않다 보니, 모든 일이 기억에 각인되지 않고 그냥 바람처럼 햇살처럼 잠시 곁에 머물다 사라지면 그만. 그것들이 지나간 후에 나는 한없이 지치고, 속절없이 허무하다. 그러면 또 고민이 시작된다. 왜 나는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면서 충분히 성실하게 진심을 다하지 못하는가.
그건 '나만의 이름표'를 붙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게 지어서, 정성으로 적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나의 열심들.
그래서 기록을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나에게만이라도. 의미 있는 어딘가에, 나의 매일의 열심들이 쌓이기를. 예쁘게 이름 붙인 나의 매일이 고스란히 남기를. 그래서 힘들고 지치고 허무한 어느 날에. 글자들이 일깨워주는 나의 열심으로부터 작은 위로를 받게 되기를.
'자랑할 게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이것 봐, 저것 좀 봐, 다 내가 한 거야. 다 내 거야!" 자랑하며 으쓱하는 삶을 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