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계있는 사람이나 물건, 일 따위가 썩 훌륭하거나 남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임을 드러내어 말함. 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리.
자랑이란 게 이런 거구나.
나도 되고. 나와 관계된 사람도 되고. 나의 물건도 되고. 내가 해낸 일도 되고. 역시 사람은 알아야 행복하다.
'자랑'이 위와 같음을 알았더니, 이제 자랑할 게 없다고 슬퍼할 일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게 자랑거리가 없으면, 나의 주변인-가족도 되고 친구도 괜찮고-등등이 자랑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해놓은 일들도 한 자리 차지해 줄 테고. (경중을 떠나 그간 노력하고 이루어 온 일들은 있지 않은가.) 여차하면 갖고 있는 것들 중에 예쁜 모양새를 가졌거나 귀한 이야기를 품은 것들도 자랑하기 딱 좋겠다. 나란 존재에서 뻗어나간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나의 자랑거리로 존재할 수 있다니. 정말 아름다운 사고의 흐름 아닌가. 이제 나는 제법 뻔뻔하게 그간 스스로 경시했던 모든 것들은 대놓고 자랑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아름다운 새벽에 일어나 영어원서를 두 챕터나 읽었다.
오늘은 하고자 계획한 잡무를 모두 처리했다. 은행도 다녀왔지.
오늘은 주방 정리를 아주아주 말끔하게 잘 해치웠다. 애들이 놀랐다. 엄마 왜 그래?
그리고 곧, 슬초브런치2기 과제도 완료할 것이다.
(오늘이 과제제출 디데이니까요, 훗. 미리 하면 재미없지. 자꾸 신경 쓰일 테니까, 후훗.)
이렇게 네 가지, 오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휘황찬란하지 않아도, 온 세상이 알게 대단치 않아도, 사실은 조금 면구스러운 마음이 들지라도.
내가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나의 좋고, 멋지고, 대단한 면을 보아주겠는가.
내게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한 존재인 남편 홍이는 늘 말한다. "노력하는 거 아는데 뭘."
그 말이 언제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 위로뒤에 숨어 더 용감하게 저지르고 표현하길 주저하며 그저 현실에 안주해 왔음도 고백한다. 소리를 내야 듣고 모양새를 내보여야 보아준다. 내가 나에게 그러하다. 나에게 스스로 자랑해오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스스로 뿌듯할 일을 빚어오지 않았음을. 나태하게 '그저 살며' 하루하루 열심히 시간을 때웠음을 나에게 사과한다.
자랑할 게 없어서 슬프다.
이 말은 진실이다.
그러나 또한,
자랑할 게 천지삐까린데, 뭐 어떤가.
이 말 또한 진실이다.
범위와 정의에 함몰되지 않기를.
나에게는 나만의 색을 입은 나만의 길이 있으니.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 동안 묵혔다 지난달에야 완성한 <고흐-별이 빛나는 밤> 오일파스텔화. 자랑거리,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