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에서 회식을 했던 날 입니다. 집에 와 씻고 누었을 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냥 단호하게 마시지 말아야 했어. 왜 술을 마셨을까? “아까 받은 잔 계속 안 비우네?”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서 사람 모두가 파도타기로 원샷을 하더라도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억지로 마신 것이 후회되는 밤이었습니다.
토할 것 같거나 머리가 아픈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평소 회식에 비하면 더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비염이 더 심해졌습니다. 낮부터 약간 막히던 코가 더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기가 더 버거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알코올 때문에 혈관이 더 늘어나서 그랬을 겁니다. 항히스타민제나 비염 약이라도 먹고 싶은데 이런 약들은 술과 함께 복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음주 후 늦게 들어와 피곤한 몸으로 코가 막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출근했습니다. 다음 날 저를 본 사람들은 “어제 많이 달렸어? 별로 안 마신 거 같은데”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애초에 술이 약해서 많이 마시지 못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했습니다. 바에서 마가리타 한 잔을 시켜 놓고 친구가 맥주 두 세 병 마실 동안 같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유리컵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치킨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에 친구들과 짬뽕을 먹다가 고량주 한 잔을 마시고, 약간 발개진 얼굴로 군만두 한 접시를 추가해 먹기도 했습니다. 파전을 맛있게 먹기 위해 동동주를 한 잔 시기도 했습니다. 주량이 약하니 많이 마시지 못해 속이 좀 불편할 정도 외에는 크게 다음 날 몸이 힘들게 되는 경우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한두 잔 마시고 기분 좋아지는, 아주 즐거운 것이 술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제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날에 마셨던 날들입니다.
다니던 직장은 술을 많이 마시던 분위기였습니다. 별다른 날이 아니어도 점심에 반주로 소맥을 마시고, 야근을 할 때 저녁 먹으며 술을 마시고 다시 들어와 일을 했습니다. 회식이나 저녁 약속도 많았고요. 그런 자리는 친구들과 마시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더 긴장하게 되고, 한두 잔으로는 끝낼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술자리가 싫고, 술이 싫고, 술 때문에 코가 막히는 게 싫고, 코 막힌데 약을 먹을 수 없는 게 싫어지더군요.
지금은 음주를 잘 하지 않습니다. 한 달에 맥주 한 캔을 먹을까 말까 할 정도네요. 그렇게 주량이 적던 저는 술과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