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문제로 찾아오시는 의뢰인들은 크게 '유산을 넘겨줄 사람(장차 피상속인)'과 '유산을 받을 사람(상속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본인 사후에 재산문제로 가족 간 다툼이 없도록 미리 정리해 두고자 하는 경우로, 대개 유언의 내용 및 작성방법에 관한 문의도 함께 하십니다. 이 부분은 별도의 글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먼저 후자의 경우, 즉 상속인의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인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내 몫이 얼마인가'입니다. 그래서 검색해보면 계산프로그램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자식이 몇 명인지 빈 칸에 넣으면 '짠~!'하고 분수로 내 몫이 나오지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속인으로 어머니와 형, 누나 그리고 내가 있다면 나의 법정상속분은 2/9입니다(현행 민법 시행 중 피상속인 사망의 경우, 이하 동일. 상속분 계산은 대법원 나홀로소송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위 2/9라는 숫자가 당면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속인간 분쟁은 2/9를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건 네 사정이고 내 계산값은 다르니 인정 못한다'고 다퉈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내몫'이 다르기에, 민법은 여러 가지 원칙과 방법을 두고 있습니다. 상속분, 상속재산분할, 특별수익, 기여분, 유류분……. 상속에 관하여 검색하면 이런 전문용어들을 접하게 됩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의뢰인들이 위 여러 가지 제도 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에 관심을 뺏긴 나머지 전체의 큰 숲을 못 보거나 혹은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속에서 '내몫'을 찾아내는 것은 법조인들에게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큰 원칙을 먼저 보자면 이렇습니다.
①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누구에게 줄 지는 우선 고인의 유지, 즉 유언에 따른다.
② 유언이 없으면 상속인간에 협의해서 나눈다.
③ 협의가 안 되면 재판을 통해 법원이 민법에서 정한 상속분을 기본으로 하여 특별수익, 기여분 등 여러 상속법 제도를 고려하여 정한다.
④ 상속을 너무 적게 받은 사람은 억울할 수 있으니, 많이 받은 상속인에게 '나에게도 조금 달라'고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유류분).
⑤ 적극재산 뿐 아니라 소극재산(채무)도 상속되며, 상속채무는 유언이나 상속인간 협의로 임의로 분할할 수 없고 분할 가능한 채무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된다.
기본적으로 유산을 어떻게 분배하는가는 가족 내의 일이므로 법이 개입하지 않음이 원칙입니다. 유언이든 상속인간 협의이든 상속개시 후 상속인간에 이견이 없다면 재산을 몰아주건 말건 법은 상관 안 합니다.
결국 문제는 상속인들 사이에 뜻이 맞지 않은 경우이며, '법대로 하자'며 소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상속에 관한 대표적 소송 두 가지가 바로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 반환청구'입니다.
법리적으로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이 사망하는 순간 상속이 개시되며, 피상속인의 소유였던 모든 재산을 상속인들이 함께 공유하게 됩니다. 이 '공유'라는 것은 엄연한 법률용어이므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의미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상속인들이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내몫의 소유가 전체 상속재산의 '몇분의 몇'인 지분형태로 바뀌어 각각의 상속재산에 존재한다는 뜻입니다(예외적으로 금전채권 및 금전채무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닙니다). 법률상 지분 자체의 처분도 가능하지만, 부동산에 찾아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상속재산의 2/9지분을 팔겠다'고 하려면 팔릴까요? 특수한 상황 빼고는 매수인 찾기가 힘들 겁니다.
결국 제값주고 내 마음대로 처분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하려면 완전한 내 소유가 되어야 합니다. 여럿이 먹을 피자 한 판이 아무리 크다 한들, 내 몫의 조각으로 잘라지기 전에는 입 안에 넣을 수 없지요. 그래서 공유물을 '분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아버지 소유 재산이 시가 14억 아파트 한 채, 시가 4억 상당의 토지라고 합시다. 상속재산은 이 개별 자산을 합한 18억 상당입니다.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어머니, 장남, 차남, 막내딸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따로 남기신 유언은 없습니다.
이 경우, 삼형제의 생각은 다음과 같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장남 :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데 무슨 상속 운운이냐? 부모님 재산은 다 어머니가 관리하시고, 상속은 어머니 돌아가시면 얘기하자."
차남 : "법대로 합시다. 알아보니 법적으로 어머니 상속분이 3/9이고 자식들 셋이 각자 2/9라니 내 몫은 4억이야. 아파트랑 토지 처분해서 나눠갖고 어머니는 작은 집으로 옮기시던지, 부동산 처분 안하려면 담보대출 받아서 받아서 4억씩 나눠."
막내딸 : 무슨 소리들이야? 오빠들은 결혼 때 부모님이 집 사줘서 지금 집값만 10억이 넘잖아? 나는 혼수비용 다 합쳐도 1억도 안 돼. 생전에 가져간 것도 쳐서 계산하면 내 몫이 당연히 제일 많아야지. 법대로 하려면 제대로 해."
(실제 사안이라면 어머님 몫을 일단 상속한 후 장래 다시 자식들이 상속할 것인지 여부를 상속세와 관련해서 득실을 따져봐야할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세금부분은 일단 논외로 하고 법적인 부분만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부친명의 예금이나 대출금 등 금전채권·채무는 법정상속분대로 승계되어 분할의 대상이 아니므로 위의 예에서 든 부동산처럼 취급할 수 없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
이처럼 상속인간에 의견이 맞지 않으면 가장 돈이 급한 누군가가 법원에 사건을 가져갈 것입니다. 상속재산을 나누는 심판이라고 해서 이러한 재판을 '상속재산분할심판'이라 합니다.
재판을 하면 단순히 몇분의 몇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가 뭘 얼마나 갖고 누구에게 차액을 얼마 줘라 하는 것까지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 판결문의 주문을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주문
1. 청구인의 기여분을 70%로 정한다.
2. 청구인이 (1)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부동산 지분 및 (2)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자동차의 매도대금을 소유하는 것으로 분할한다.
3. 청구인은 상대방들에게 각 21,282,856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심판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4. 심판비용 중 1/2은 청구인이, 나머지는 상대방들이 각 부담한다.
위 주문에서 '청구인'은 상속인들 간에 협의가 안 되니 법대로 해 달라고 법원에 사건을 가져가 청구한 사람일 테고, '상대방들'은 나머지 상속인들입니다.
상속에 관하여 검색하면 나오는 상속분, 기여분, 특별수익 등의 용어들은 결국 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의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반영하는 요소들입니다. 달리 말해 법원에 각 상속인들이 '내 몫이 이만큼이다'라고 주장할 때는 법이 미리 정한 유형의 근거를 대야 한다는 것이지요. 경우에 따라 가정법원이 아닌 일반민사법원에 상속회복을 구하는 의미의 가액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도 존재하니 쉽게 볼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앞서 든 삼형제의 예에서, 만약 부친이 남기신 아파트를 살 때 장남이 매매대금의 일부를 댔다면서 형제들에게 '그 부분은 애초에 상속재산이 아닌 내 개인의 몫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여분입니다. 또 막내딸의 말처럼 부모님이 아들들만 신혼주택 구입으로 3억씩 지원해줬다면 이는 특별수익에 해당합니다. 결국 법정상속분은 계산의 출발점에 불과하지요.
법원이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상속인 각자의 몫을 분수로 계산해 내더라도 문제는 또 남습니다. 부동산 등 현물의 재산을 팔아서 나눌 것인지, 아니면 각자 한두 개씩 나눠갖되 차액을 정산할지 여부입니다. 앞선 삼형제의 예에서 둘째 아들이 '아파트를 팔던지, 아니면 대출해서라도 돈으로 주던지 해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분할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이 역시 법원이 정해 줍니다. 안 그러면 기껏 고생해서 판결을 받더라도 그 정산방법을 두고 또 싸움이 벌어질 테니까요. 위에서 소개한 심판 주문의 제2항 및 제3항은 분할의 방식까지 고려하여 나온 결론입니다.
위 삼형제의 예에서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장남에게 준다'고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시다. 차남과 막내딸은 서운하지만 부모 뜻이니 따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도저히 화가 치밀어 못 견딜 수도 있을 겁니다. 후자의 경우 법원에 가서 장남을 상대로 '유언 없이 법대로 했으면 받았을 내몫 중 일부라도 돌려달라'고 청구해서 받아갈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유류분 제도입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여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의 재산을 확보해주기 위하여 만든 제도로, 상속개시 후 일정 범위의 상속인이 유산 중 일정 비율을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을 말합니다. 민법 제1112조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를, 피상속인의 직계존속·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유류분은 사유재산의 자유처분사상과 상속인 보호사상과의 타협의 사물이다'라고 점잖게 표현하고 있지만, 실상은 내 재산을 내맘대로 못하게 하는 '간섭'입니다. 이로 인하여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위헌 여부가 논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류분반환청구사건의 재판은 더욱더 까다롭습니다. 유류분 제도의 태생적 한계상, '고인의 뜻과 이미 상속받은 사람의 권리를 깨뜨려서라도 다른 상속인들에게 다시 돌려줘라'고 해야 할 정도로 심히 불공평해 보이는 경우에만 인정받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판사들도 판결문 쓰기 어려워하는 재판이며, 변호사들도 유류분 사건 판결문을 받으면 동료들과 공유하고 공부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유류분 제도를 활용해 다른 상속인이 받아 간 재산 중 얼마를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기대치를 쉽게 계산하고 예측할 일은 아닙니다. 민법 제1112조를 보고 '법정상속분의 1/2은 다시 돌려달라고 할 수 있겠군!'이라고 단순히 계산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언을 깨뜨리는 거의 유일한 장치라는 점에서 유류분은 상속관련 분쟁에서 단연 뜨거운 감자입니다. 갈수록 부모세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자녀세대의 근로소득보다 월등해지는 오늘의 사회에서, 유산의 수혜를 누가 얼마나 받는지의 문제는 '부모 것인데 안 받고 말지 형제간에 다툴 건 뭐야'라고 쿨하게 넘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를 계산기로만 활용하려는 분들을 종종 뵙니다. "아버지가 남기신 아파트가 10억인데, 이래저래 계산하면 저도 3억 정도는 가져갈 수 있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설명을 드리면 열심히 들으셔서 이해하시는가 싶었는데, 상담 마치는 즈음에 "그럼 결론은 3억이 아니라는 것인가요?"라고 물으시는 격입니다.
'내 몫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문제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혼자 머릿속으로 두드리는 계산기와 달리, '실제의' 분쟁에서, '실제의' 재판에서 당사자들을 괴롭히는 요소는 숫자 이외의 것들이 많습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비송사건입니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일반 민사소송에 비해 법원이 소송전반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유사해 보이는 사건들이라도 각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이나 재판부 성향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누가 얼마를 더 받아갔다, 내가 부모에게 더 효도했다, 집 살 때 얼마를 보탰다 등등)는 수십 년 전의 것들까지 모조리 꺼내오는 경우가 많고, 가족간의 거래이다보니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특성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해서 일반 민사소송처럼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끝내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든 각자의 몫을 정해야 합니다. 불충분한 입증 속에서 결국 누구 말을 믿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개개의 판단에 관하여 법에서 '형제간에 이런 주장이 있으면 이런 증거 하에 누구 말을 믿어라'라고 정하고 있지 않기에, 개개의 사건마다 판사의 성향따라 '약간의 차이'가 결론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따라서 변호사로서는 입증의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싸우고 있을 때, '어머니와 셋째는 어떤 입장인가요(=누구 편인가요)'를 묻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소송외적 해결방안이나 상속인간의 감정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이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함께 사업을 하며 부친을 모시고 살았다고 합시다. 부친과 큰아들의 재산은 누구 것인지 모호하게 이리저리 섞여 있을 겁니다. 반면 둘째 아들은 부친이 장남만 챙긴다는 서운함에 불화가 있었고 소원하게 지냈다면, 부친 작고 후 형제간 분쟁의 양상이 단순히 돈 문제뿐만은 아닐 겁니다.
유언이 없다면 큰아들은 동업정산 또는 명의신탁이나 기여분 주장에 공들일 것이고, 둘째아들은 큰아들의 특별수익을 문제삼겠지요. 그런데 법원은 명의신탁 인정에 굉장히 인색하며, 기여분은 큰아들이 독자적으로 번 거액을 부친 건물 구입시 투자했다는 등의 명백한 사유가 아니면 평소에 효도하고 용돈 드린 정도로는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개 아버지 사업을 도운 것을 '기여'로 주장하지만, 이미 월급이나 다른 용도로 돈을 많이 받아갔다면 애매해집니다. '아버지 사업을 도왔다'는 것이 과연 아들이 아버지를 도운 것인지, 아버지가 아들을 계속 먹여살린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아들은 큰아들이 생전에 많이 받아갔다고 주장하겠지만, 부친과 소원하게 지낸 둘째가 그 증거(입출금내역 등)를 갖고 있을 확률은 낮습니다. 재판에서 "아버지가 형 결혼 때는 집을 사 주고 내 결혼 때는 전세금만 보태줬다"고 주장한들, 형이 "신혼집 구입에서 대출금 빼면 동생 전세금과 비슷하고, 2년만에 다시 합가하며 집을 팔아 아버지 사업자금에 보탰으니 아무 의미 없고 오히려 기여분이다"라고 해 버리면 물이 다 흐려집니다.
만약 아버지가 예상대로(?) 재산 대부분을 장남에게 준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차남의 무기는 유류분반환청구일 것입니다. 장남으로서는 최대한 기여분을 통해 부친과 섞여 있는 자신의 재산을 상속재산에서 제외시켜야 하는데, 기여분은 유류분반환청구사건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별도의 상속재산분할심판이나 협의에 의해 미리 정해져야 한다는 어려운 법리가 걸림돌이 됩니다.
여기에 만약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어머니가 장남 또는 차남 한 쪽의 편을 든다면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상속을 둔 법정싸움을 보면 수십 년 간 묵은 감정의 골이 개입되어 가족간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혈연을 끊을 정도의 큰 보상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무턱대고 소송부터 하기보다는 가족 중 중립적인 사람이 있다면 그를 통해, 혹은 아예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서로 원하는 바를 교환하고 수정해 가면서 협상을 선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상속에 관하여 변호사와 상의해야 할 것은 '큰 그림'에 관한 것입니다. 고인이 왜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 유언의 한계는 무엇인지, 부모 중 남은 분의 입장은 어떠한지, 형제간에 겉으로 주장하는 요구 아래에는 어떠한 진심과 감정의 골이 숨어 있는지, 상속분쟁을 길게 끌어가면 조급해지는 것은 누구인지, 건물을 팔아 나누자는 쪽과 계속 보유하자는 쪽 중 시간은 과연 누구의 편인지 등입니다.
가장 훌륭한 전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 세상의 온갖 다툼에 개입하며 살아가는 변호사의 눈으로 해석해 보면, '싸운다'는 것은 단순히 소송이냐 아니냐의 형식 문제가 아니며, '이긴다'는 뜻 역시 누가 누구보다 더 갖는다는 비교의 결과가 아닙니다. 내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판 모르는 남과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도 고민을 거듭하는 법인데, 가족과의 싸움을 시작한다면 그보다 더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유연하게 선택의 폭을 넓게 가져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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